8·13 사변이 일어나 중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웰스(H. G. Wells)의 『미래세계』(The Shape of Things to Come, 1933)는 한동안 널리 회자되곤 했다. 모두들 이 책이 좋다고…
중국연구원 서유진
캉 선생은 대답이 없고 거실에는 죽음과도 같은 침묵이 흘렀다. 아진이 털실로 짠 스커트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이번에는 그러겠다고 했어요. 소실로 들어간다구요.”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이번에는 그러겠다고…
초봄 습기를 머금은 햇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사오빙을 야금야금 먹고 있는 아진의 얼굴을 비췄다. 타이완 남부 궁벽한 시골 여인치고 흰 피부를 가졌다니 불가사의한 노릇이다. 그녀는 절대…
청아(靑兒)가 보내온 편지를 자세히 읽으며 캉(康) 선생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어쩔 수 없어, 결국 탁자 위 편지를 잡고 있던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세월의 상념이…
조금씩 서른을 넘은 개혁가 우진샹은 퇴락해갔다. 그는 지금 그저 하나의 나태한 양심 있는 사람에 불과했다. 이제 어릴 때 그랬듯 늦은 밤까지 독서에 열심이지 않았는데, 왜냐하면…
사월이 되어, 우진샹은 모두 합쳐봐야 스무 명도 되지 않는 학생들이 있는 산촌 초등학교를 담당하게 되었다. 오 년 동안 전쟁을 겪으며 그는 인간의 어리석음과 가망 없는…
청년 우진샹(吳錦翔)이 남방 전쟁터에서 귀국했을 때는 타이완이 광복을 맞은 지 이미 일 년이 흘렀을 무렵이었다. 그 때는 살아남아 돌아올 사람은 모두 돌아왔을 때였다. 바로 지금…
“퇴근하자마자 차를 타고 당신들 있는 그곳으로 달려갔어요. 다행히 여관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를 찾기 쉬웠죠. 그 때 그 곳에 없었어요. 나갔다고 심부름꾼이 말해주더군요. 창문이 열려있어 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