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닫기

[번역 연재] 구쥔정의 『평화의 꿈』 서문(1)

 

『평화의 꿈』 서문(1)
(『和平的夢』, 1939)

 

 

구쥔정(顧均正)

 

  8·13 사변이 일어나 중일 전쟁이 발발한 이후, 웰스(H. G. Wells)의 『미래세계』(The Shape of Things to Come, 1933)는 한동안 널리 회자되곤 했다. 모두들 이 책이 좋다고 하는 데에 아무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니다.

  웰스는 1934년 역사를 예언하는 이 책을 완성했고, 중일 전쟁 발발은 불가피하여, 전쟁이 한커우가 함락되는 단계에 이르면 대치 국면을 형성하게 되고, 이 국면이 장기화하면 점령지대 농업이 황폐해져 흉년이 들고, 광범위한 지역에 기근이 들고 역병이 돌아 전쟁을 계속할 수 없을 지경이 될 것이라 단언했다. 이 말은 전쟁 발발 초기에 이미 태반이 들어맞았고 지금 보자면 십중팔구는 들어맞았다 할 것이다. 웰스는 신도 아닌데 그가 말한 예언은 왜 그렇게 정확한 것일까? 절반은 그의 상상력이 풍부하기 때문이고, 나머지 절반은 그의 사고가 과학적이기 때문이다.

  웰스는 과학소설을 써서 유명해졌고 이 책으로 인해 흥미가 생겨 그가 지은 과학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자주 가서 책을 빌리곤 하던 도서관이 절반은 폭격에 훼손이 되고 절반은 이사하면서 분실되어, 빌릴 수 있는 책이 영일 대역본 단편집 한 권밖에 없었고, 선집에는 달랑 대여섯 편밖에 실리지 않아 내 호기심을 채워주기엔 턱없이 모자랐다. 웰스의 소설은 복사본이 아직 없고 서양 원서는 가격이 너무 비싸, 부득이하게 그 대신 과학소설을 전문으로 싣는 잡지를 사서 읽기 시작했다.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은 전문 잡지가 있어, 미국에서 1926년 건스백(Hugo Gernsback, 1884-1967)이 창간한 『경이로운 이야기』(Amazing Stories)를 시초로 하여, 그 뒤로 그와 비슷한 잡지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지금까지 십여 종 남짓하며, 내가 최근에 읽어보고 기억하는 것으로는 다음 다섯 가지가 있다.

Amazing Stories(월간)
Thrilling Wonder Stories(격월간)
Marvels Science Stories(격월간)
Science Fiction(격월간)
Dynamic Science Stories(격월간)

  이런 종류의 잡지에 대해 나는 칠팔 년 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곤 했는데, 그때 항상 드는 생각이 공상적인 부분이 너무 많고 과학적인 부분은 너무 적지 않은가였다. 바로 웰스의 『투명인간』(The Invisible Man, 1897)으로 말하자면, 그 투명인간이 도대체 어떻게 몸을 감출 수가 있는가에 대해 가정만이 있을 따름이지 과학적인 근거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책을 『서유기』(西遊記)나 『봉신연의』(封神演義) 종류로 보아 과학소설로 부르자니 부합하지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니 과학소설에 대한 열망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최근 다시 그런 종류의 잡지를 들춰보다가 다른 종류의 생각이 들었다. 지금 과학소설이 잘 쓴 작품이 과연 있는가라는 문제와는 별도로, 과학소설을 지을 가치가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바로 그림책과 사정이 비슷하니, 지금 잘 만든 그림책이 있는가와는 별도로 그림책을 권장할 가치가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과학소설이 이미 추리소설의 지위를 거의 따라잡아, 책이건 영화건 아니면 라디오 방송이건 가리지 않고 대중의 환영을 받고 있다. 독자들은 아직 기억할 것이다. 일 년 전 미국 뉴욕의 어느 라디오 방송국에서 웰스의 미래 전쟁에 관한 과학소설을 송출하여 전역이 소동에 빠지고 시골로 앞다투어 피난 간 일이 있지 않았는가? 이로써 보자면 사람들이 과학소설에 깊이 빠져드는 것이 순문학 작품보다 못한 바 없음을 설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종류의 소설을 이용하여 과학적 내용을 담아 과학 교육을 보급하는 데 도움이 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내 생각에는 이런 작업이 가능하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 상단의 [작성자명](click)을 클릭하시면 저자의 다른 글들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