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닫기

비관적 미중관계의 비관론: 제1라운드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관계 역시 비관론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시진핑 시기와 달라진 점이라면 ‘미중경쟁의 제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을 경제, 외교, 군사, 기술능력을 결합하여 국제질서에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명시한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관세보복이나 제한적인 경제제재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의 강압적, 불공정 무역관행이 미국의 기술적 우위와 산업기반에 미치는 영향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6월에는 ‘미국혁신경쟁법(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이 초당적인 합의로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외교, 상무, 국토안보 등 6개 상임위에서 발의되었던 중국 관련 법안들을 통합한 것으로, 중국에 대한 제재, 규제와 함께 기술과 전략산업의 육성을 위해 5년 동안 2천억 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중국과의 경쟁을 위해 시장이 아닌 국가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되었다. 미중경쟁의 제도화는 양자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태평양 협력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중국에 대한 기술의존에 대응하는 기술 네트워크 T-12(Techno-Democracies 12),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ies)가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공세적인 대응도 더욱더 분명해졌다. 중국은 미중관계가 악화된 원인이 핵심이익을 침해하는 미국에 있다고 비판해왔다. 외교 당국은 내정 간섭과 이익 침해를 중단하고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명시적으로 경고했다. 쿼드 플러스, 5G규제, 민주주의 정상회의와 같이 중국을 적대시하는 집단대결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중국의 불만은 외교적인 수사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의 제재에 상응제재로 대응해왔던 중국은 2021년 6월에 ‘반외국제재법(反外國制裁法)’을 제정하였다. 반외국제재법은 통상, 외교 등 부분별로 산재되어 있던 법률과 규정을 통합하여 외국의 제재와 내정 간섭에 대응하는 제재 권한을 법제화한 것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인 불만은 시진핑의 중국공산당 100주년 기념연설에서 명시적으로 표출되었다. “어떤 외세라도 중국을 괴롭히려 든다면, …(중략)… 만리장성 앞에 머리를 부딪쳐 피를 흘리게 될 것”이라는 최고 지도자의 직설은 화평굴기(和平崛起), 여린위선 이린위반(与邻为善、以邻为伴: 이웃과 선하게 지내고, 이웃을 동반자로 삼는다)과 같이 함축적이고 유화적이었던 외교 수사와는 전혀 다른 변화다.

  이 때문에 신냉전(The New Cold-war), 또는 제2의 냉전(Cold-war II)과 같은 비관적 미중관계론이 힘을 얻고 있다. 신냉전 논자들은 미소냉전과 미중갈등이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미중관계 역시 체제, 이념, 가치에 있어 타협할 수 없는 차이가 있다. 둘째, 미중 역시 일대일로와 인도-태평양 구상과 같이 지정학적 팽창과 봉쇄로 대립하고 있다. 셋째, 무역, 금융, 기술, 교류의 탈동조화가 미국 진영(US Block), 중국 진영(China Block)으로의 분리와 대결을 구조화하게 될 것이다. 이에 더하여 소련과는 달리 경제, 인구, 군사에 있어서 미국에 상응하는 강대국인 중국과의 갈등은 미소냉전보다 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비관적 미중관계의 이론적, 역사적 근거로 논의되면서 군사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높아졌다. 그러나, <예정된 전쟁>이라는 흥미진진한 제목으로 강대국 정치의 비극을 환기시킨 그레이엄 엘리슨조차도 미중 간의 대전쟁(great war) 가능성에 비관적이라는 사실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군사적, 물리적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미중이 억지균형을 유지한다면 미소냉전의 교훈처럼 ‘불편한 평화(uneasy peace)’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소냉전의 종언이 전쟁의 결과가 아닌 경제, 문화, 기술, 외교 등의 포괄적인 체제경쟁의 결과라는 사실은 냉전이 남긴 교훈이다.

  일단, 미중의 군사혁신과 군비경쟁이 불편한 평화를 구조화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미중경쟁의 수단은 군사력이 아닌 비대칭적 상호의존의 취약성을 조정하는 경제안보전략(economic statecraft)이 될 것이다. 미국은 대외 무역불균형을 조정하고 중국과의 기술적 경쟁을 위해 ‘탈동조화(decoupling)’ 전략을 제도화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체계화한 ‘미국혁신경쟁법’은 그 구체적인 수단이다. 중국 역시 14차 5개년 경제규획(2021-2025)에서 내수경제와 대외무역의 상호발전을 추진하는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미중이 제시한 경제안보전략은 ①상호의존의 취약성을 조정하면서, ②상대국에 대한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을 증대하고, ③무역, 기술의 상호의존에 결부되어 있는 안보 이익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미중경쟁이 미소냉전과 본질적으로 상이한 조건은 상호의존이라는 구조에 있다. 미소경쟁은 냉전 체제를 구조화한 원인이다. 상호의존이 구조화되기 전에 미소진영의 분리와 대립이 선행한 것이다. 미소무역은 소련의 개혁 개방이 진행되던 1986년에도 연간 20억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 미중경쟁은 탈냉전을 거치면서 구조화된 상호의존을 플랫폼으로 한다. 2019년 미중무역은 하루에 20억 달러가 넘었다. 미중 간의 상호의존 뿐만 아니라 미중에 결부되어 있은 나머지 세계(the Rest)의 복합적 상호의존도 중요하다. 2019년 전 세계 무역액은 GDP의 58.2%를 차지하고, 분업체계에서 생산되는 부가가치(GVC)가 전체 무역액의 20%에 달하는 상호의존의 탈동조화는 엄청난 이익과 비용을 수반한다.

  미중경쟁의 제1라운드인 트럼프-시진핑 시기 탈동조화의 경제안보전략은 의도했던 결과를 만들었을까? 결과적으로, 탈동조화의 국내 정치는 미중 간의 상호의존 구조와 이익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표1] 미국의 대중무역(좌) 및 FDI(우), 억 달러, US Census Bureau 통계자료

 

  우선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트럼프-시진핑 시기 미국의 대중무역이 구조적인 감소로 전환되지 않았다. 관세전쟁이 본격화된 2018년을 기점으로 대중 교역액은 2016년 5,780억 달러에서 2020년 5,592억 달러로 3.2% 감소했다. 관세전쟁의 결과 미국의 대중수입은 6.0% 감소한 반면 대중수출은 7.7% 증가했다. 중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액은 2018년 6,391억 달러로 감소했지만 2020년에는 9,329억 달러로 증가했다. ‘전쟁’으로까지 비유되었던 무역 갈등임을 감안하면 그 결과는 예상보다 큰 차이가 없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교역은 다시 큰 폭으로 반등하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의 미중 교역액은 수출 710.8억 달러, 수입 2,296.3억 달러 등 총 3,007억 달러이다. 2020년 같은 기간 교역액이 수출 494.1억 달러, 수입 1,806억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수출은 43.9%, 수입은 27.1% 증가한 것이다.

 

[표2] 미국의 무역적자 및 대중무역 적자, 2000-2020

 

  유일하게 눈에 띄는 변화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2016년 3,468억 달러였던 대중 무역적자는 2020년 3,102억 달러로 10.2% 감소했다. 이에 따라 전체 무역적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47%에서 33.7%로 축소되었다. 최소한 미중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보복관세의 목표는 달성된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전체 무역적자는 2016년 7,438억 달러에서 2020년 9,220억 달러로 24%나 증가했다. 이는 미국 경제의 구조적 쟁점을 대변한다. 첫째, 대중 무역적자가 제3국으로 이전된 것일 뿐 미국 산업의 구조적인 쟁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둘째, 대중 무역적자가 대외 무역적자로 이전된 비용은 결국 미국 소비자와 산업이 부담해야 하는 추가비용을 의미한다. 셋째, 미중 무역 전쟁은 약 245,000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효과를 수반했다.

  전략적 의구심이 잠재해있던 미중관계가 적대적 관계로 전환된 것은 국내 정치의 결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양극화가 심화되어 온 미국에서 러스트 벨트가 정치화되며 미중경쟁의 정치가 본격화되었다. 중국 역시 부상에 수반된 사회경제적 위기가 공세적인 ‘시진핑 정치’의 배경이 되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국수주의적인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강화시키면서 미중관계를 악화시켰다. 그러나 미중경쟁이 본격화된 트럼프-시진핑 4년간의 비관적 미중경쟁은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았다. 미중의 적대적인 국내 정치가 상호의존의 구조와 이익을 변화시키지 못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바이든-시진핑 시기 탈정부적이고 이질적인 이해가 결부되어 있는 복합적인 상호의존의 구조와 이익이 비관적인 미중관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동할지, 흥미로운 관전이 시작되었다.

 

 

 

※ 상단의 [작성자명](click)을 클릭하시면 저자의 다른 글들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