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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데이터 시대 중국 특색의 핀테크 기업 규제와 앤트그룹(蚂蚁集团)

 

  앤트그룹(蚂蚁集团) 사태는 빅 데이터 시대, 혁신과 규제가 공존해야 하는 중국 특색 자본주의의 고민을 대변하는 사례다. 앤트그룹은 2004년 마윈이 설립한 알리바바 그룹 산하에 구매자와 판매자의 결재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리페이(支付宝)로 시작되었다. 전자상거래 매출이 급증하면서 2014년 12월 앤트 파이낸셜로 분사되었고, 2020년 6월 앤트그룹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알리바바의 전자결재 서비스를 넘어 금융과 연계된 생활, 공공, 모빌리티, 소셜 네트워크(SNS)를 포괄하는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한 결과다. 초기 앤트그룹의 성장은 전적으로 알리바바의 성장 덕분이었다. 최근 5년간 중국의 온라인 매출은 평균 44% 증가했고, 알리바바 그룹은 중국 온라인 매출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알리페이의 역시 중국 온라인 결재의 55%를 점유한다. 하지만 마윈이 ‘텍크핀(Tech-fin)’ 개념으로 설명한 것처럼 앤트그룹은 금융 서비스를 매개로 축적된 빅 데이터와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거대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앤트그룹은 대출, 보험, 결재 서비스에서 10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한 ‘자이언트 개미’가 되었다. 2019년 매출은 1,206억 1,800만 위안 (약 20조 8천억 원)에 달한다. 2020년 10월 앤트그룹은 비자(VISA)에 이어 세계 2위의 거대 금융서비스 기업으로 평가되었다.

 

[표1] 알리페이의 서비스 영역

 

  앤트그룹이 2020년 10월 25일 상하이증권거래소와 홍콩증시에 동시 상장을 신청한 것은 글로벌 기업으로의 선제적 투자를 위해서다. 앤트그룹의 기업가치는 기업공개 사상 최대 규모인 300억 달러(약 38조 원)로 평가되었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시장에 대한 기대와 마윈이 말한 ‘기술이 주도하는 금융’이라는 테크핀 기업의 미래에 대한 평가가 더해진 결과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에 따라 마윈은 81조원의 자산을 가진 세계 10대 부자로, 사내주식을 가진 알리바바 그룹 직원도 벼락부자가 될 것이라는 핑크빛 기대가 넘쳐났다. 중국식 혁신이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런데, 2020년 10월 와이탄금융서밋(外滩金融峰会)에서 있었던 마윈의 연설 이후 상황은 반전되었다. 마윈 연설 직후 앤트그룹의 기업공개가 돌연 취소되었고, CEO도 교체되었다. 전용기 이동경로를 추적한 파이넨셜타임즈(FT)에 따르면 공개 활동이 대폭 축소되었던 작년 말에 마윈은 2주간 북경에 체류하면서 조사받았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에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182억 2,800만 위안 (약 3조 1,000억 원)의 사상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아울러 텐센트, 바이두, 디디추싱 등 12개 인터넷 기업에도 50만 위안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리고 올해 3월 앤트그룹은 거버넌스, 소비자의 권리보호, 개인정보 보호 등 사업 전반에 적용하는 자율적인 금융 준칙을 발표했다.

  ‘미래를 위한 고민’을 화두로 삼았던 마윈의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은 크게 세 가지 핵심을 담고 있었다. 첫째, 미래를 위한 공백을 채우는 것이다. 마윈은 지금까지의 중국이 서방 선진국이나 다른 나라를 기준으로 삼아 그들에게는 있지만 중국에게 없는 부분을 메워야 한다는 관성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이 반드시 선진적인 것은 아니며,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미래의 수준과 기준을 생각하며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공백을 채워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어 중국의 리스크는 ‘금융 시스템의 리스크’가 아닌 ‘금융 시스템 부재의 리스크’라고 규정했다. 둘째, 어제의 방식으로 미래를 관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래의 경쟁은 혁신경쟁이며, 관리와 규제가 혁신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직설하지는 않았지만, ‘혁신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화두로 시작된 두 번째 화두를 해석하면, 혁신을 위해서는 관리와 규제가 완화되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빅 데이터 기술과 리스크 통제, 신용체계가 통합된 P2P 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셋째, 저당과 담보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전당포식 금융체계를 신용에 기반한 금융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구의 제도를 도입하는 관성에서 벗어나 중국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며, 금융 시스템이 부재하는 차이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이 중요하다는 마윈의 지적에 중국 공산당이 규제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불편한 현실에 대한 마윈의 직설이 중국 공산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 시스템의 위기가 아닌 금융 시스템이 부재하는 것이 중국의 리스크라는 마윈의 지적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통해 성취한 성과를 전면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사영기업의 확장에도 불구하고 국유기업이 지배하는 금융체계는 더하다. 더구나 마윈의 발언은 중국 체제,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던 시기이다. 미 의회는 2020년 12월 ‘외국지주회사책임법’ 통과시켰는데, 12월 18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여 발효된 이 법은 미국 상장기업회계감독 위원회(이하 상감위)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승인을 얻도록 규정했다. 중국은 자체 규제를 이유로 상감위의 중국 기업에 대한 회계조사를 제한하고 있었는데, 조사에 따르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를 규정함으로써 사실상 ‘중국 기업 퇴출법’이 제정된 것이다. 이후 FTSE러셀, S&P다우존스, 나스닥은 각각 지수에서 중국 기업을 퇴출시켰다. 그리고 12월 31일 뉴욕증권거래소는 차이나텔레콤,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이동통신사 3개 기업을 상장 폐지했다. 중국식 경제체제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은 내부의 비난을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표2] ANT Group 사업부문과 수입구조

 

  하지만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초영역적 확장을 거듭하는 플랫폼 기업을 규제해야하는 문제는 이미 중국 특색 자본주의 체제에 배태되어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개혁개방 이후 국유 기업의 경제적 비중이 축소되는 대신 비공유 경제가 큰 폭으로 확대되어 왔다. 2020년 기준으로 보면 민영 부분은 전체 수출의 88%. 고정자산 투자의 65%, 그리고 고용의 87%를 점유하고 있다. 비공유 경제의 99%는 중소기업인데, 이들은 국유 기업의 시장지배 영향력이 적은 서비스, ICT, 핀테크 영역에서 발전해왔다. 2020년 후룬(胡润)이 발표한 500대 민영 기업 가운데 신재생에너지, 환경, 정보통신, 바이오, 블록체인 등 신흥산업 부문 기업이 238개였다. 문제는 거대 기업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국유 기업이 대부분 전통산업인 반면 민영 기업들은 신흥산업 부문에 있어 그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 더구나 핀테크 기업은 금융, 제조, 소비, 생활, SNS 등 제도업과는 차원이 다른 초영역적 융합으로 확대되고 있다. 앤트그룹의 사업영역 역시 결재 서비스에서 보험, 대출, 자산관리까지 확대되면서 사실상 종합금융업으로 확대되었다. 2020년 상반기를 기준으로 앤트그룹의 사업구조에서 결재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축소된 반면, 신용사업은 2017년 25%에서 39%로 확대되었고, 자산관리, 보험사업도 확대되고 있다.

  빅 데이터에 기반하는 핀테크 기업의 성장은 사회주의와 시장경제가 공존하는 중국 체제의 모순을 심화시킨다. 첫째, 전통적인 국유 기업과 경쟁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앤트그룹의 사용자는 은행카드 회원 수보다 많다. 더구나 핀테크나 인터넷 기업은 덩치가 큰 국유 기업에 비해 훨씬 더 글로벌화 되어있다. 둘째, 전통적인 규제와 감독의 영역을 넘어선다. 결제 서비스에서 시작된 앤트그룹은 보험, 증권, 신용, 자산, 소비까지 금융 생태계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체로 등장했다. 국유 기업이 독점하는 중국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융 감독의 대상인지, 공정거래로 규제할 것인지 회색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셋째로, 핀테크 산업에서 빅 데이터는 자본이고 데이터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다. 이는 중국은행보다 훨씬 더 많은 빅 데이터를 축적한 핀테크 기업이 장기적으로 전통산업은 물론 국유 기업보다도 우위에 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이러한 핀테크 기업의 성장은 중국 공산당에게도, 국유 기업에게도, 그리고 독과점적 시장지배력이 커지는 비공유 부문 모두에게 모순이 되는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는 혁신보다 규제를 우선하는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초영역적 사업 플랫폼을 결제 서비스로 조정하도록 명령했다. 또 축적한 빅 데이터를 대출, 보험, 자산 등의 금융 활동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이는 앤트그룹의 60%가 넘는 사업부문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2014년부터 중국인민은행이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화폐는 민간 부문이 주도해 온 결제 시스템을 대체하여 정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정부 주도의 디지털 화폐는 양날의 칼이다.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의 혁신과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빅 데이터가 곧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기업의 육성을 위해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규제 샌드박스)하는 국가와 정부의 개입 및 규제를 강화하는 중국의 경쟁은 이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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