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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양조위와 부산영화제

 

  지난 27회 부산영화제는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온전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가장 핫한 장면 중 하나는 양조위의 등장이었던 것 같다. 양조위는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의 수상자로 부산을 찾았는데, 수많은 취재진과 팬들로 둘러싸여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다. 홍콩영화의 열기는 오래전에 식었고 환갑나이의 양조위지만 그가 아직도 이렇게 뜨겁게 환영받는다는 것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하긴 양조위가 누구인가, 왕가위를 비롯하여 리안, 허우샤오시엔 등 중화권 거장들이 사랑해마지 않던 명배우로 수많은 작품에서 대체불가능한 연기, 특히나 특유의 눈빛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지 않았던가. 게다가 올해는 할리우드 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커다란 존재감을 발휘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터였다.

  수상을 기념하여 양조위 특별전도 열렸는데, 상영작 7편을 양조위 본인이 직접 골랐다고 한다. 궁금했다. 수많은 영화 중 그가 고른 영화는 과연 어떤 작품일까. 바로 <동성서취>(1993), <암화>(1998), <해피투게더>(1998), <화양연화>(2000), <무간도>(2003), <2046>(2004)이 그것이다. 왕가위의 페르소나답게 일단 왕가위 영화 3편이 올라있다. 역시 양조위와 왕가위는 바늘과 실처럼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그림1] <동성서취> 스틸 컷

 

  <동성서취>를 꼽았다는 게 조금 의외인데, 다소 좀 유치한 킬링타임용 B급 코미디 영화라고 기억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홍콩영화가 한창 잘나갈 때 톱스타들이 대거 참여한 영화다. 주로 진중한 역할의 양조위에 익숙하지만 양조위도 종종 코미디 영화에서 활약한 적이 있다. <동성서취>는 왕가위의 무협물 <동사서독>의 제작 기간이 길어지자 스트레스도 풀겸 쉬어간다는 의미로 같은 출연진들이 가볍게 찍은 영화라고 하는데 의외로 흥행성적은 좋았다고 한다.

  <암화>는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90년대 말 느와르 수작이다. 느와르에 최적화된 홍콩영화의 또 다른 성격파 배우 유청운과 공동주연을 맡았고, 양조위는 삼합회에 도움을 주는 타락한 형사역을 맡아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푸른 빛이 감도는 감각적인 미장센이 특히나 인상적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해피투게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양조위, 장국영의 인생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펼쳐 보이는 두 남자의 운명적인 사랑과 외로움, 상처를 거칠지만 설득력 있게 풀어낸 작품이다. 미장센, 연기, 대사, 음악 등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작이다. 당시 국내에서는 동성애라는 소재로 인해 극장 상영 금지였지만 여러 대학에서 상영회를 열 정도로 화제작이었다.

  <화양연화>는 양조위에게 깐느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이고, 장만옥과의 기막힌 연기 앙상블을 선보인 기념비적인 영화다. 60년대 홍콩의 풍경과 분위기를 아주 잘 재현하고 있고, 심심한 듯하면서도 아슬아슬한 감정을 기막히게 표현한다. 장만옥의 화려한 치파오와 양조위의 포마드 기름도 두고두고 생각나는 영화다.

  <무간도> 역시 양조위의 연기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일 것이다. 2000년대 홍콩 느와르의 부활을 알린 영화로 3편까지 제작되었고, 할리우드에서도 리메이크될 만큼 흥행성과 작품성 모두를 잡은 역작이다. 극중 양조위는 삼합회에 잠입한 경찰역을 맡아 진중하고 무게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유덕화, 황추생, 증지위 등 쟁쟁한 배우들 속에서도 양조위는 특유의 밀도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번뜩였다.

  <2046>은 <화양연화>와 연결되는 영화다. 전작의 양조위가 고독하고 어두운 느낌이 강했다면, <2046>은 조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적극적이고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본다는 점에서 그리 어둡기만 영화는 아니다. 물론 장쯔이의 생기발랄한 연기도,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순수한 사랑을 보여주는 왕페이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다.

 

[그림2] <해피투게더> 스틸 컷

 

  이외에도 수많은 명작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또렷이 보여준 양조위는 홍콩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배우이자 관록의 대배우라고 할만하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깊은 눈빛과 섬세한 연기로 영화를 빛낸 양조위의 화양연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선 영화들 외에 몇 작품을 더 꼽으라면, <비정성시>, <첩혈가두>, <중경삼림> 같은 영화들을 들고 싶다. 더불어 앞으로도 왕가위, 리안, 허우샤오시엔의 신작에서 양조위를 만나고 싶다.

 

[그림3] <화양연화>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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