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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유랑지구>와 <독행월구>

 

  중국에서 여름에 개봉되어 흥행 대박을 기록한 SF영화가 있다 바로 <독행월구(獨行月球)>라는 영화로 올 초 흥행한 <장진호-수문교>에 이어 2022년 흥행 2위를 마크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한국의 웹툰 <문유>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성과의 충돌로 지구가 멸망하고 달에 홀로 남겨진 우주 비행사의 좌충우돌 고군분투기를 스토리로 삼고 있다. 한국 웹툰이 원작인데다가 한 영화사가 기획에 참여하여 대박이 났으니 사드 사태 이후 오랜만에 한중 협력 영화가 빛을 발한 셈이다.

 

[그림1] <독행월구> 포스터

 

  최근 중국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큰 두 줄기는 애국주의 전쟁물과 코미디물이다.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전쟁영화야 늘 있어왔던 것이니 그냥 그렇다 치고, 코미디 영화의 경향은 때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가령 앞뒤 없이 그냥 빵빵 터뜨리고 보는 막무가내 코믹물이 히트를 칠 때도 있고 현실 풍자나 휴머니즘을 살짝 두르는 영화들이 크게 어필할 때도 있다. 또한 기이한 볼거리들을 특히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에 맞추어 판타지를 가득 머금은 코미디 영화들이 빅히트를 칠 때도 있다. <독행월구>도 크게 보면 코미디물이지만, 어쨌든 SF라는 틀을 두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SF라는 장르는 첨단의 특수효과를 최대치로 활용할 수 있고 압도적인 비주얼을 선보인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 상상을 더욱 확대시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것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기술력을 필요로 하다 보니 그동안은 주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서의 SF영화를 봐 왔고 그에 익숙한 것이 또한 사실이다. 그런 상황 하에서 중국발 SF영화가 하나둘씩 나오고,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마침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전세계적으로 뜨겁고, 세계 각국이 소위 우주전쟁에 치열하게 경쟁에 나서는 이 시점에서 중국발 SF영화의 등장과 성공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

  2019년 개봉되어 당시 역대 흥행 2위를 기록했던 <유랑지구>는 중국산 SF영화의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도 개봉되었고 크게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로부터 의외의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요컨대 많은 이들이 아시아 영화에서 과연 할리우드식 SF영화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뚜껑을 여니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요 관전평이다. 스토리, 비주얼, 특수효과,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영화가 지향하는 세계관 등이 생각보다 훌륭했던 것이다. <유랑지구>의 성공엔 많은 요인들이 있을 것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SF작가인 류츠신의 탄탄한 원작도 분명 크게 한 몫을 했다고 본다. 거기에 더해 중국의 정책적인 우주굴기를 통한 막대한 지원과 노력도 영화의 성공을 뒷받침했다고 보여진다. 제대로 된 SF영화는 중국 밖을 벗어나면 어필할 수 없는 애국주의 전쟁물과는 다르게, 강대국 중국의 위상을 자연스레 알릴 수 있는 괜찮은 상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랑지구>는 곧바로 속편 제작에 들어가 곧 2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랑지구> 이후 <상해보루>라는 영화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SF 소설 원작을 옮긴 영화로 600억이라는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스토리와 만듦새에서 <유랑지구>에 못 미치고 흥행에도 실패했지만, 이 또한 SF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림2] <유랑지구> 포스터

  <독행월구>의 흥행도 여러모로 흥미롭다 우선 <유랑지구>로 가능성을 입증한 중국산 SF영화가 또다시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는 점이 그렇다. 추측컨대 앞으로도 다양한 소재의 SF영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F영화는 갈수록 축소되어가는 극장 영화산업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다. 즉 OTT로는 제대로 체험할 수 없는 압도적 비주얼을 무기로 극장용 상업영화의 활로를 제시하며 위기의 극장산업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또한 <독행월구>는 SF에 코미디를 더해 관객의 취향을 저격하며 색다른 볼거리를 더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 점도 성공의 큰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우리 한국 입장에서도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앞서도 말했듯이 원작을 제공하고 기획에 참여하며 협력한 영화라는 점에서 하나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른바 K스토리의 활용, 그리고 사드 이후 한중 협력의 재개라는 측면에서도 살펴볼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SF영화의 도전기를 통해 우리의 SF 영화 상황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림3] <상해보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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