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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그 시절 중화권 청춘멜로물

 

  지난 칼럼에서 최근 인기를 끌었던 당대의 몇몇 청춘멜로에 대해 언급했다. 중년의 나이가 되어 지금 현재 청춘들의 첫사랑을 바라보는 것도 물론 즐겁고 애틋하지만, 역시 각자에게는 각자의 인생작들이 있기 마련이다. 다시 말해 소위 우리 시대 우리 영화, 그리고 우리 시대의 배우들이 있기 마련인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은 내가 생각하는 우리 시대 중화권의 청춘멜로 수작을 주관적으로 몇편 좀 꼽아 이야기해보려 한다. 단 누구나 다 아는 너무 유명한 영화는 좀 제외하고 말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영화들은 말 그대로 지극히 주관적이며 즉흥적인 선정이며 또한 아주 일부의 작품이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 청춘 멜로물은 실로 너무도 많다.

 

 

<심동> 1999년, 장애가 감독, 금성무, 양영기, 막문위 주연

  한 시절을 풍미한 청춘의 멋진 표상, 리즈 시절의 금성무, 중성적 매력이 돋보이던 양영기의 풋풋하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 그리고 중화권의 국민배우이자 감독 장애가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를 각색하고 연출한 영화 <심동>은 제목의 의미 그대로 가슴을 마구마구 때려주는 영화다.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는 대목은 좀 사족처럼 느껴지지만, 전체적으로 너무나 애정하는 영화다. 지금은 중년의 중후한 모습이지만 이 시절 금성무와 양영기의 조합은 너무나 신선하고 좋았다.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고독하게 기타를 튕기던 금성무는 소위 말하는 만찢남이었고 교복을 입은 채 젖은 머리칼을 말리던 양영기의 청순함은 아시아의 여러 남자들을 홀렸을 것이다.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막문위의 슬픈 눈빛도 가슴을 울렸다. 혹시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꼭 보시길 강추한다.

 

[그림1] <심동> 스틸 컷

 

 

<소주하> 2000년, 로우예 감독, 저우쉰, 자홍성 주연

  국내에선 <수쥬>로 알려진, 묘한 감동을 전해주는 소위 상하이 판타지(?) 로맨스 영화다. 지금은 중견 감독으로 국제적으로도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이때만 해도 감독 로우예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신예였는데, 이 영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륙에도, 그것도 저예산으로 이런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있나 싶게 강한 인상을 받은 영화였다. 2000년도 대륙 영화지만 마치 문득문득 왕가위 영화를 보는 듯한 세련미가 인상적이었고, 당시로는 신예였던 저우쉰의 과감하고 팔색조 같은 연기가 관객을 홀리는 영화였다. 상하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황포강의 작은 지류, 그 오염된 소주강에 인어가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 사실 현실에서의 인어란 조잡한 인어 복장을 입고 상하이의 해피바의 좁은 수족관에서 공연을 하는 저우쉰이지만, 그녀는 어느 날 쪽지를 남기고 소주강으로 뛰어든다. 당신은 나를 찾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남긴 채. 묘한 감동과 강렬한 색채감, 이채로운 느낌을 선사하며 관객들을 사로잡는 영화, 바로 <슈주>였다. 영화를 본 당시 나는 마침 상하이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영화 속 장소를 찾아 외백대교에서 소주강 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기도 했고, 혹시 그 속에 진짜 인어가 살고 있지 않나 둘러보기도 했다.

 

[그림2] <수쥬> 포스터

 

 

<발자크와 소재봉> 2002년, 대사걸 작가(감독), 저우쉰, 류예, 천쿤

  이 독특한 제목의 영화를 본 때는 2000년대 초반 상하이 유학 시절이다. 신인배우 저우쉰, 류예, 천쿤의 풋풋한 20대 시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인상적인 영화였다. 지금은 다들 중화권에서 알아주는 중견배우가 됐지만, 당시로서는 거의 처음 만나는 신인이었다. 그러나 연기만큼은 누구랄 것 없이 야무졌고, 주인공들의 삼각관계는 무척 흥미로웠으며, 푸른 산 맑은 계곡, 순박한 마음 사람들도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이 작품은 대사걸 본인의 자전적 소설을 자신이 직접 영화화한 케이스인데, 과거 문혁시절 하방을 당했던 기억을 묘사하고 있는 영화다. 하지만 그 시절을 어둡고 암담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2002 년 깐느 영화제에도 초청되었던 작품이다. 도시에서 온 이 두 인텔리 청년은 마을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새로운 문물과 즐거움도 전해주고, 동시에 함께 빠져든 마을의 바느질 소녀 저우쉰을 위해 서로 경쟁하듯 다가간다. 그리고 발자크의 책을 알려주며 그녀로 하여금 새로운 세상,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해준다. 머리를 짧게 자른 저우쉰이 산골 마을 떠나가는 장면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그림3] <발자크와 소재봉> 포스터

 

 

<친니친니> 1998년, 해중문 감독, 금성무, 진혜림, 곽부성, 장국영, 원영의

  지금은 모두 그윽한 중년이 된 금성무, 진혜림, 곽부성, 원영의, 그리고 장국영까지 홍콩의 톱스타들을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는 영화 <친니친니>는 흡사 만화 같은 영화다. 배우들의 멋진 외모와 개성적인 캐릭터, 그리고 파스텔톤 색감까지 말 그대로 순정만화같이 몽글몽글한 느낌이랄까. 지금 봐도 세련된 미장센이 인상적이다. 조용한 성격의 피아노 조율사 금성무, 그리고 다혈질에 까불거리는 곽부성, 우연한 기회에 곽부성이 금성무 집에 얹혀살게 되고 그들의 윗집에 아름다운 외모의 진혜림이 이사오게 된다. 이후에는 뻔한 이야기다. 서로 자연스레 알게 되고 좋아하고 질투하고 엇갈리는 스토리. 그래도 복잡하거나 억지스러운 전개는 아니고 적당히 쿨하고 적당히 담백하면서도 쓸쓸한 이야기로 이어져 유치하진 않았다. 인연을 꼭 만들려고 억지 부리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오히려 담백하고 좋았다. 극중 진혜림이 부른 ‘러버스 콘체르토’는 지금도 많은 사랑을 받을만큼 영화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렸다.

 

[그림4] <친니친니>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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