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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란 관계 밀착과 미국의 선택

 

  금년 3월 27일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공식 방문하고, 자리프 이란 외교부장관과 “중화인민공화국과 이란이슬람공화국 전면 협력 계획”(이하 ‘협력계획’으로 약칭)에 서명하였다. 이 협력 계획은 중국과 이란의 경제적, 문화적, 전략적, 군사적 협력을 망라하고 있는데, 중국–이란 관계가 준 동맹 관계로 발전할 수 있는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 이란 압박 정책의 선택폭을 대단히 좁히는 역할도 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이란과 ‘협력계획’에 서명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중국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망설인 흔적이 감촉되지만, 결국 대 미국 관계가 호전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이란과의 협력 강화를 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란과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포위망을 헐겁게 할 뿐 아니라, 석유 달러의 근간을 흔듦으로서 미국의 경제적 약화를 겨냥하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글에서는 중국과 미국의 대 이란 관계 진행 경과를 살펴보고, 중국이 이란과 ‘협력계획’에 서명하게 되는데 있어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강경 자세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향후 미국의 선택지는 무엇이고, 또 우리에게 주는 외교적 함의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중국이란 관계 진행 경과 

  중국은 팔레비 왕조 시기부터 이란과의 관계 증진에 노력하였으며, 그로 인해 이슬람 혁명 정부 수립 직후 이란으로 부터 배척을 당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은 이슬람 혁명 성공 3일후 바로 혁명 정부를 승인하는 등 이란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으며, 이는 주로 미‧중 데탕트 이전 중국의 국제적 고립을 타개하기 위해서였다. 개혁개방과 미‧중 수교로 중국의 고립이 완화된 이후에도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인해 이란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경제 성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난 1992년부터 중국은 석유의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이란과 같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의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란과의 관계가 확대되던 중 1997년부터 이란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는데, 이는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던 미국이 이란을 제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를 의식해서였다. 2002년 이란이 우라늄 농축 프로젝트를 추진하자 서방 기업들이 이란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이는 중국에게 이란과 경제 및 전략적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였다. 중국은 기업들에게 전 세계 에너지 및 광산 투자를 장려하였고, 그 결과 중국과 이란의 무역 및 투자 관계도 신속히 확대되었다.

  2007년 중국은 이란의 최대 무역파트너가 되었는데, 2010년 양자교역량은 294억불(수출 111억, 수입 183억)에 달했고, 2018년에는 350억불(수출 139억, 수입 211억)로 증가했다. 중국의 주요 수출품은 기계설비, 최대 수입품은 석유이다. 이란은 2010년에 이미 중국의 3대 원유수입국(동년 석유수입액 121억불)이 되었고, 이는 중국의 전체 원유수입량의 9%에 달하는 것이었다. 그 후 중국의 이란 석유 수입량은 점증하여 2021년에는 2월 한 달 동안 매일 47만 8천 배럴의 이란산 석유를 수입하였고, 3월에는 매일 백만 배럴을 수입할 것으로 보도되었다.[1]

  2016년 1월 22~23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 국빈 방문이 이루어졌다. 시주석의 이란 방문(사우디•이집트•이란 중동 3국 순방)을 통해 중국과 이란은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 수립에 합의하고, 1월 23일 이를 공동성명으로 발표하였다.[2] 이 공동성명에는 양국 외교장관의 연례 회동 등 고위인사 상호 방문 정례화, 25년간의 전면협력 방안 협의 진행을 위한 소통 및 협상과 같은 양국의 광범위한 협력 방향이 담겨있었다. 이 공동성명에 따라 이후 중국과 이란의 고위인사 상호 방문도 빈번하게 이루어졌는데, 모하메드 자리프 자바드 이란 외교부장관의 경우 2019년에만 4차례 중국을 방문하였다.[3]

 

 

미국이란 관계 진행 경과

  친미 성향의 샤(Shah)정권을 뒤엎고 1979년 이슬람혁명정권이 들어선 이래 미국과 이란의 관계는 대부분 적대적 기조를 유지해 왔다. 2002년 이란이 핵개발을 시작한 뒤로는 미국의 대 이란 정책 핵심은 핵확산 억제에 놓여졌다. 오바마 행정부 때이던 2015년 7월에 미국-이란 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중국, 러시아도 참여하는 핵 협정(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이 체결되어, 이란의 핵개발이 동결되고 경제제재가 해제되는 등 미국-이란간의 적대 관계가 잠시 완화되는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적으로 다자간 핵합의에서 탈퇴한 후 이란에 대한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해왔고, 압박의 목표는 이란의 석유수출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도록 하고, 미국과 새로운 핵 협정을 맺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란은 인근 원유공급국의 원유저장탱크를 파괴함으로써 그들이 미국에 대 이란 제재를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만들거나, 이라크, 예멘 등에서 활동하던 친이란 무장단체들을 사주하여 지역 내 미군과 미국 동맹국 시설들을 공격케 하는 등 미국에 대해 최대한의 저항(maximum resistance)을 해왔다.

  2020년 1월 2일(미국 시간) 미국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미군이 이란혁명수비대의 카셈 솔레이마니(Qasem Soleimani) 사령관을 ‘방어적 행동으로(in a defensive action)’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언론에서는 솔레이마니가 1월 3일 새벽(이라크 시간) 바그다드 국제공항을 떠나던 중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사망하였다고 보도하였다. 이란에는 솔레이마니 추모와 미국에 대한 보복 여론이 비등하였고,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던 이락 정부조차 미국이 이락의 주권을 침해하였다고 항의하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보복할 경우 미국은 불 비례적으로 다시 보복할 것을 공언하였다. 이란은 이락에 있는 미국 군사시설을 포격하는 것으로 보복하였으나 미국인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4월 22일 이란은 그간의 수차례 실패 경험을 딛고 처음으로 군사위성을 궤도로 진입시키는데 성공한다. 이는 이란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보유한 것과 같은 것으로 이해되었다. 미국의 한 관리는 “전 지구를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 것”이라고 말하며, 미국이 동등한 보복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언급했다.[4] 몇 시간 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이 해군에게 ‘바다에서 미국 군함을 방해하는’ 이란 쾌속선을 격침시키도록 지시했다고 선언하였다.[5] 이는 종전의 해군 작전 수칙에서는 문제 삼지 않았던 이란 쾌속선의 방해 행위까지 격침 사유로 지시한 것이었기에 미국과 이란 간의 대치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진입, 중동의 전운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사진1] 2019년 북아라비아해에서 작전 중인 미국 항공모함 링컨호 모습 (출처: 뉴욕타임스)

 

  2020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기간 중 바이든 후보는 CNN을 위한 에세이에 “만약 이란이 핵합의를 엄격하게 준수한다면, 미국은 후속 협상을 위한 출발점으로서 협정에 재가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쓴 바 있다.[6]

 

 

미중 갈등의 심화와 중국이란 밀착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정책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대부분이 중단되고 반대 방향의 정책이 시행된 반면, 중국에 대한 정책은 트럼프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 내지 오히려 강화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고 3월 18~19일 앵커리지에서 개최된 미중고위급전략대화에서 이 같은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더 이상 미국에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중국의 입장이 정면충돌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회담 시작 전 중국 측 양제츠(楊洁遞)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대언론 공개 인사말을 통해 미국을 훈계하고 비난하는 15분 정도의 긴 발언을 하였는데, 이는 일반적인 외교 관행과 달랐으며 또 이례적으로 긴 발언이었다. 블링컨(Blingken) 미 국무장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자들을 붙들어 세웠고, 회담에서 신장, 홍콩, 타이완, 사이버 공격, 미국의 동맹에 대한 경제적 강박 등을 언급할 것이라고 길게 말하는 등 마찬가지의 발언으로 응수했다.[7]

  이 일이 있기 전인 3월 17일, 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는 익명의 미국 관리를 인용하며, 앵커리지 전략대화가 있기 전에 미국이 ‘이란 석유를 수입하는 중국 석유회사에 대해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계속할 것’이라고 중국 측에 경고했다고 보도했다.[8] 또한 미국 측은 대화 전날인 3월 17일 저녁 중국 통신(China Telecoms)의 허가 취소, 중국 IT기업 들에 대한 소환장 발부, 홍콩 민주화 관련 중국에 관한 제재조치 업데이트 등 중국을 겨냥한 강경 조치들(flurry of moves)을 취하였다. 이란 석유 수입 중국 업체에 대한 2차 제재 경고와 3월 17일 저녁 미국이 취한 대 중국 강경조치들에 비추어,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미중관계를 트럼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함을 파악한 중국은 전략대화에서 합의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보고, 차라리 중국 국내 여론을 겨냥하여 의도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얼마 후 3월 27일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을 공식 방문, 자리프 외교부장관과 ‘협력계획’에 서명하였다. 이 협력 계획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2016년 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란 국빈 방문 시 발표한 공동성명에 ‘협력계획’의 협의를 위한 소통과 협상 진행이 명기되어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 공동성명에 포함된 양국 간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 및 절차 등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또한 3월 27일 정례 기자 회견 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2021년 양국 정상 간의 공동성명에 따라 소통과 협상을 거쳐, 얼마 전(不久前) 중국-이란 양측은 전면적 협력 계획의 내용에 대한 의견 일치에 도달하였다. 이 계획의 중점은 양국의 경제, 인문 등과 같은 영역에서 협력 잠재력을 발굴하여, 장기적인 협력의 전경과 경로를 계획하되, 계량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약과 지표는 포함하지 않고, 어떤 제3자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장차 중국-이란의 미래협력을 위해 거시적인 프레임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언급한 점도 참고할 만하다.[9]

 

[사진2] ‘협력 계획’에 서명 후 서명본을 들고 있는 중국-이란 양국 외상 (출처: 환구시보)

 

  이에 관해 뉴욕타임스는 3월 27일자 “China, With $400 Billion Iran Deal, Could Deepen Influence in Mideast” 제하의 기사를 통해, “중국이 토요일에 체결된 전면적인 이 경제 및 안전 조약을 통해서 중국의 성장하는 경제에 쓰일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는 대신 25년간 4천억 불을 이란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중동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이란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라고 분석 보도하면서 이 합의에 대한 미국인들의 우려를 드러내었다. 중국의 대 이란 투자는 석유 탐사 및 채굴, 댐건설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고 있으며, 중국 신장에서 키르키스탄, 타지키스탄,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하여 이란과 연결되는 철도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 합의문서가 비공개로 처리되는 것을 보면 기존의 인프라 투자 협력 외에, 안정적인 무역을 위한 위안화–토만화(toman貨, 2019년 화폐개혁으로 기존의 1만 리알rial에 해당하는 이란 화폐 단위) 결제 시스템, 양국 간의 군사 협력 등 민감한 내용들도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021년 4월 15일 비엔나에서, 로버트 맬리(Robert Malley) 이란특사를 중심으로 이란을 제외한 JCPOA 체약 당사국(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P5 + 독일) 외교관들을 경유하여 이란과 비공개 간접 교섭을 시작하였다. 협상자들은 두 개의 작업반(Working Group)을 구성하기로 합의하였는데, 이란이 약속 준수를 위해 취해야 할 단계를 정하는 작업반과 미국이 해제해야 할 제재 리스트를 초안하는 작업반이 그것이었다.[10] 이란 측은 미국과의 직접 교섭을 금한 이란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p5+1을 중간에 끼운 간접 교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접 교섭이기 때문에 직접 교섭보다 많은 시간이 소모되기도 하지만, 양측의 입장 차이가 큰 탓도 있어서 현재까지는 이렇다 할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원래의 합의 내용에 이란의 탄도미사일 제한 등을 추가할 의향을 가지고 그러한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이란 측은 미국이 제재를 먼저 해제하고 원래의 합의로 돌아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이란 관계 밀착의 외교적 파장 분석

  이란은 국토의 절반 정도가 해발 900미터에서 1500미터 정도의 고원 산지로서, 지정학적으로 서방의 침입으로부터 중국 서부 변경을 보호해 주는 천연 장벽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중국은 고대로부터 이란 지역 국가와의 관계 수립에 열심이었고, 이란도 중국과 상호 보완적인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중국과는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 특히 이란은 세계 제4위의 산유국이자 제2위 천연가스 생산국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및 천연가스 수입국이어서 양국은 대단히 상호 보완적인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1979년 미국과의 수교 이래 최대 수출 시장이자 패권국인 미국과의 관계가 이라크와의 관계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 미국과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란과의 관계를 증진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중국이 1997년 이란과의 관계를 축소시킨 것도 그런 이유였다. 그리고 2016년 시진핑 주석의 이란 방문 후 실무진 간의 협상을 통해 ‘협력계획’ 문안 합의가 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명을 미루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도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관계의 회복 가능성이 있을까를 탐색 중이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주석의 이란 방문 이후 필자가 읽은 이란 언론의 논조는 대체로 중국과의 전면 협력 계획에 커다란 기대감을 표시하면서 서명을 학수고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3월 17일 미중 고위급 전략 대화를 통하여 바이든 행정부의 대 중국 정책이 트럼프와 다를 것이 없거나 더욱 더 공격적임을 확인하게 되자 더 이상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이란과의 관계 긴밀화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공동 대응하는 방향으로 최종 결정하게 된 것이 아닐까 추정된다. 위의 중국 외교부 자오리젠 대변인의 발언 중에 ‘얼마 전(不久前)에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표현도 필자의 이러한 추정의 근거가 된다. 중국은 미국에 대한 수세에서 대등한 외교로 전환한 것이 분명한데, 더 나아가 공세적인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중국의 비공식 언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달러 패권의 약화 시도 가능성이 그런 것 중 하나인데, 이란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진 나라와 달러를 통하지 않는 석유 결제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 자체가 석유달러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7월 15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방미 시 Nord Stream 2 해저 가스관 설립을 막지 못한 데 이어 이란-중국 간의 석유 무역도 달러를 사용하지 않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더 커질 수 있고, 미국 경제에 근본적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중국과 이란의 밀착 움직임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안은 무엇일까? 이란과 JCPOA 복귀 협상이 원만히 합의되면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고 자연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 것이므로 그런대로 중국-이란 관계 밀착을 제어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JCPOA를 역사상 최악의 합의로 보고 일방적 탈퇴까지 감행했던 공화당의 비난을 감안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 이란 제재를 일거에 해제하기도 쉽지 않다. 더욱이 이란은 지난 3년간 이란이 입은 경제적 피해에 대한 보상까지 언급하고 있는 마당이니 더욱 그렇다.

  이란과 핵합의가 안 된다면 미국으로서는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만지작거리던 무력 행동 가능성이라는 카드가 남는다. 물론 이것도 이란이 이라크보다 큰 나라이고, 사막이 아닌 고원 산지가 많은 나라여서 전쟁을 한다 해도 승산을 보장할 수 없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철군하는 마당에 새로운 대규모 전선을 여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쉬운 결정이 아니다. 미국의 선택 폭이 점점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인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이란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우리나라도 이란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우리나라 은행에 예치되어 있던 이란 원화자금을 반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우리나라 선박을 억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 외교부 차관과 총리가 각각 금년 1월과 4월에 이란을 방문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거쳐 선박 억류 사태는 95일 만에 해소가 되었지만, 원화자금 반출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선택이 바이든의 공약처럼 JCPOA 복귀로 결정되면, 전쟁도 피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도 해제되고, 그에 따라 우리의 대 중동 비지니스 기회도 확대되어 최선의 해결책이 될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는 좀 더 기다려 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1] 2021년 3월 17일자 Financial Times “US warns China it will enforce sanctions on Iran oil shipments” 제하 기사

[2] 중국외교부 웹사이트 https://www.fmprc.gov.cn/web/ziliao_674904/1179_674909/t1334378.shtml ‘중화인민공화국과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

[3] 2020년 1월 1일자 환구일보 “ 왕의, 이란핵문제 전면협의 참가국 외부 압력 견뎌내길 희망” 제하 기사

[4] 2020년 4월 23일자 신랑망(新浪網) “고진감래, 제2차 위성 시험 발사 결국 성공” 제하 기사

[5] 2020년 4월 22일자 뉴욕타임스 “Teheran Launches Millitary Satellite as Trump Tells Navy to ‘Shoot Down’ Iranian Boats” 제하 기사

[6] Vali R. Nasr, “The Clock Is Tichking For Biden on Iran”, 2021.4.16.자 뉴욕타임스

[7] 2021년 3월 20일자 로이터 통신 “U.S., Chinese diplomats clash in high-level meeting of Biden administraton”제하 기사 및 2021년 3월 21일자 인민일보 “양제츠, 왕이 및 블링컨, 설리번 중미 고위급 전략대화” 제하 기사

[8] 2021년 3월 17일자 Financial Times “US warns China it will enforce sanctions on Iran oil shipments”제하 기사

[9] 2021년 3월 29일자 文匯報 “외교부 중국-이란 전면협력계획에 관해 이야기 하다” 제하 기사

[10] Vali R. Nasr, “The Clock Is Tichking For Biden on Iran”, 2021.4.16.자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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