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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도처에 드리워진 미‧중 냉전의 그림자와 우리의 자세 ― 미얀마 내전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사례를 중심으로

 

  금년에는 1월 6일 미국 의사당이 습격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 끝에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올해 더 놀라운 일이 남아있으려나 싶었지만, 이후에도 전 세계에서 심각한 사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2월 1일 쿠데타 이후 800여 명의 사망자를 낸 미얀마 사태와 5월 11일 시작되어 230여 명의 사망자를 내고 21일 전격 휴전한 이스라엘-팔레스타인(하마스)의 10일 전쟁이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주목을 끌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고 얼핏 보면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미국과 중국이 유엔 무대와 언론 등을 통해서 각각의 사건 해결을 상대방이 방해하고 있다며 격렬한 비난 선전전을 펼쳤다는 점과 이 비난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얀마는 중국이, 이스라엘은 미국이 각각 유엔이 아닌 양자관계나 지역연합을 동원하여 급한 불을 껐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필자의 눈에는 이 두 사건이 우발적 사건이라기보다는 미‧중 간 냉전 전개의 한 양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으며, 각국의 관련 언론을 유심히 추적하는 중에 필자의 추론에 근접하는 단서가 일부 포착되기도 하였다.

  이 글에서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경쟁 양상[1]의 큰 흐름과 미얀마 사태, 이스라엘 사태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이와 관련한 우리의 대응 자세에 대해 소견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이 문제들은 이란 문제, 신장 위구르 문제, 석유 달러의 위기 등 미‧중간의 주요 쟁점들과도 긴밀하게 연관된 복잡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글의 분량을 감안 그 문제들은 다음 달 부터 이 지면을 통해 별도의 제목으로 다루어 보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 중국 정책과 중국의 대응 방향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초도순시한 부서가 사진발을 받기 좋은 국방부나 상무부 쪽 현장이 아닌 국무부 청사의 실내였다는 점은 나름 의미심장해 보인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의 대 중국 견제 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하면서도 그 추진 방식은 달리하겠다는 뜻을 상징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경쟁 상대와의 군사적 대치나 피아를 불문한 관세 부과 및 경제 제재,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을 중심으로 국력의 확충에 주력한 트럼프 방식과 달리 동맹의 유지‧확장과 경쟁 상대의 고립 추진 등 포괄적 의미의 외교를 추진하되, 특히 정보공작, 사이버전 및 세계적 영향력 확대 드라이브를 중심으로 중국의 국력 약화 내지는 증진 속도 둔화(Gray-zone battles for power)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의도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그로부터 10일 후에 발표된 연례 주요 정보 보고서(major annual intelligence report)이다. 이 보고서에서는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나라로 중국을 1위로 꼽고, 러시아, 이란, 북한을 차례대로 언급하고 있다. 또한 긴장 악화 예상지역으로 남중국해, 타이완에 주목하며, 경쟁 상대국의 경계 대상 능력으로는 핵무기와 전자 기기를 이용한 감시 및 사이버 해킹 능력을 꼽아 경고했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의 기회요인과 도전요인도 강조하였는데, 이란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책동(maneuver)을 해 볼 만한 여지가 있는 나라로 보았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 대해서는 암울한 전망을 내 놓았는데, 4월 14일 911사건 20주년이 되는 금년 9월까지는 철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 중국 외교‧정보전을 주도할 직책인 국무장관, 중앙정보국장, 백악관 ‘아시아 차르’(U.S. Cordinator for Indo-Pacific affairs on the National Security Council), 주중대사 직에 모두 직업외교관 출신의 실행력을 겸비한 책사들인 Antony Blingken, William Burns, Kurt Kampbell, Nicholas Burns 등을 임명 혹은 내정하였다.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는 ‘아시아 차르’ 거트 캠벨이 5월 26일 스탠포드 대학 주최의 한 행사에서 한 발언에 잘 드러나고 있다. “두루뭉술하게 관여정책(engagement)으로 묘사되던 기간은 끝이 났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이제 새로운 전략적 매개변수(new set of strategic parameters) 아래에서 작동하고, 그 지배적인 인식체계(dominant paradigm)는 경쟁(competition)이 될 것이다.”[2]

 

 

미얀마 사태에 드리운 미‧중 냉전의 그림자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서 열흘 후,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는 오랜 군부 독재 끝에 2016년에야 비로소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ational League for Democracy, NLD)이 집권하였지만, 군부가 만든 비민주적 헌법에 따라 사실상 군부와 권력 분점을 유지해 오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2020년 11월 총선에서 NLD측이 절대적 다수 의석을 차지하자, 군부는 NLD측이 기존의 비민주적 헌법을 개정할 것을 우려하여 2월 1일 쿠데타를 감행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쿠데타 발생 전에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미얀마를 방문, 1월 12일 쿠데타 주역인 Min Aung Hlaing을 예방한 적이 있는데, 이로 인해 한국의 일부 언론이나 일부 미얀마의 민중들은 쿠데타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의심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사진1] 미얀마의 시위와 진압 장면(사진 출처: 연합뉴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미얀마 쿠데타에 가장 당황한 나라는 중국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쿠데타의 결과로 자칫 가장 많은 손해를 볼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중국이며, 쿠데타가 내전으로 확산되어 교전 쌍방이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면 그동안 중국이 미얀마와의 관계 확대를 위해 노력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은 쿠데타가 내전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초기부터 아세안 각국의 국가원수, 행정수반, 외교 및 군사 책임자를 상대로 정상간 통화, 방문, 외교채널을 통한 교섭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 결과 4월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미얀마 문제를 위한 특별 아세안 정상회의에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중심인물인 Min Aung Hlaing을 출석시켜 유혈진압 방지 약속을 받아내기에 이르렀다.

  이에 반해 미국은 쿠데타 직후 군부를 비난하는 국무부 부대변인 명의의 간단한 성명과 쿠데타 중심인물 2명 및 군부 관련 국영기업 두 군데에 대한 형식적인 제재를 발표하였을 뿐, 추방된 NLD간부들을 중심으로 하는 임시정부에 대한 승인 등의 미얀마 군부가 타격을 받을만한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다만 유엔 안보리에서 미얀마 문제를 다룰 것을 제의하였는데, 중국이 아세안 방식으로 이를 해결하겠다고 하면서 안보리 토의에 반대하자 이러한 중국의 태도를 집중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중국이 아세안을 움직여 군부의 폭력 중단 서약을 받자, 국무부 대변인이 트윗을 통해 ‘아세안의 노력을 평가하고, 미얀마 군부는 위기 해결을 위해 억류자 석방, 폭력 중단, 대화 시작 등과 같은 실질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의례적인 언급을 하는 정도에 그쳤다.

  아세안을 통한 응급조치 후에도 중국은 군부뿐만 아니라 아웅산 수지 측과도 접촉하는 등 미얀마 사태가 내전으로 옮겨 가지 않도록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이다. 하지만 미얀마 내부 상황은 진정되기 보다는 내전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이며, 미국은 이를 방지할 의사가 별로 없는 듯이 보인다. 오히려 미국인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민간 재단이 미얀마 군부에 저항하는 민간단체를 금전적으로 지원했고, 이와 관련된 미얀마인들을 미얀마 군부가 구속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3] 또한 이 민간단체가 주미얀마 중국대사관에 항의하는 활동을 하였다는 중국 측 보도도 나왔다.[4] 요컨대 중국은 미얀마 사태의 진전에 초조한 모양새이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양새이다.

  필자가 미‧중 양국의 입장을 이렇게 추론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중국은 군부 독재 시절부터 미얀마 군부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아니라, 2016년 NLD 집권 이후에도 아웅산 수지를 중심으로 한 집권층을 상대로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 시행을 위해 집요한 외교적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2020년 1월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19년 만에 미얀마를 국빈 방문하고, 29개 항목의 중국-미얀마 경제협력 방안을 확정하였다.[5] 이 협력 사업 안에는 벵골만 동쪽 미얀마 서남 해안에 중국이 90억 미불의 자금을 투입한 Kyauk Pyu(晈漂) 항구에서 출발하여 미얀마 Mandalay시와 중국 윈난(雲南)성의 경계도시 루이리(瑞麗)시를 거쳐 쿤밍(昆明)시에 도착한 후 다시 충칭(重慶)시와 구이양(貴陽) 방면으로 나누어지는 석유 및 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및 운용에 관한 항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 파이프라인은 중국이 유사시 미국 영향권에 있는 말래카 해협을 회피하여 중국 서남부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의의가 매우 큰 협력 사업이다. 2013년쯤부터 천연가스 송출은 시작되어 이미 상당한 송출 실적을 달성하였으며, 이로 인해 미얀마 정부가 획득하는 수입도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중국으로서는 미얀마가 내전 상황으로 돌입하여 교착 상태가 되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격이 되는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상당 기간 저지하고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묘수가 되는 것이다. ‘아시아 차르’ 캠벨이 트럼프 행정부 집권 기간에 미얀마에서 비지니스를 하려는 미국 기업을 자문하는 컨설팅 회사를 운영했다는 점이나, 과거 오마마 행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로서 오바마의 미얀마 방문을 두 번이나 보좌했다는 점도 참고가 되는 사항이다. 중국에는 아예 Min Aung Hlaing이 미국 국방부와 눈길을 주고받은 후에 권력을 잡을 때가 왔다고 판단하여 쿠데타를 단행했다고 추론하는 언론기고가도 있다.[6]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드리운 미‧중 냉전의 그림자

  2주일 전 이스라엘 서남부 이집트와의 국경에 인접한 가자(Gaza) 지구에서 1천 발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 여기저기를 향해 날아갔고, 이후 10일간 하마스는 수천 발의 미사일을 추가 발사하였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전투기를 이용한 대대적인 폭격과 탱크 포격을 실시, 가자 지구 내의 건축물 대부분을 파괴하였고, 어린이를 포함한 213명의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아울러 건축물 지하에 은폐된 통로식 군사시설들도 대부분 파괴되어 하마스가 군사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하마스가 발사한 수천 발의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정교한 미사일 방어시스템인 아이언돔에 의해 대부분 요격 당했고, 이스라엘인 사망자 수는 12명에 그쳤다. 전투는 이스라엘의 완벽에 가까운 승리였다. 하마스는 이처럼 상대가 안 되는 전투를 왜 시작했을까? 양측의 군사력이 그 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을 하마스 측이 몰랐을까? 이스라엘의 아아언돔은 과거에도 사용된 적이 있기 때문에 하마스가 그 성능을 몰랐을 리는 없었을 것 같다.

 

[사진2] 두 명의 팔레스타인 남성이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더미 주변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출처: 신화사)

 

  그렇다면 왜 그랬을까?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이 전하는 바로는,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 동쪽 요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자치구와의 경계지역에 있는 기독교/유대교 성지(성전산과 통곡의 벽)이자 이슬람 성지(Al-Aqsa 모스크)에 팔레스타인인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고, 인근 Sheikh Jarrah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재판을 통해 추방하려고 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미사일을 쐈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하지만 동 예루살렘의 유대인-팔레스타인인 간의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왜 이 시점에 전격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느냐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더구나 하마스의 경제력에 비추어 그 많은 미사일을 일거에 소진해도 되는 것인지, 언제든지 보충할 만한 후원자가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하마스가 미사일을 쏜 것은 팔레스타인 자치지구 내 선거를 앞두고 경쟁 상대인 압바스 자치지구 행정수반과의 정치 게임을 하기 위함이었다는 설도 있지만 그 또한 동족을 200명 이상 희생시키는 선택을 할 만한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데 하마스의 오랜 후원자는 이란이라는 것이 정설이며, 그러므로 이번에도 이란이 하마스를 사주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그렇다면 이란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이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탈퇴함으로써 무력화 시켜버린 이란 핵 관련 미‧러‧중‧프‧영‧독‧EU 합의 체제 ‘포괄적 공동행동계획(Comprehensive Plan of Action, JCPOA)’에 미국이 복귀하도록 만들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곤란하게 만들 일을 자발적으로 할 만한 유인이 이란에게 있을까?

  그렇다면 이란을 움직인 외부자는 누구이며, 그 외부자는 왜 그런 일을 시도했을까? 이 점에 의문을 품고 있던 필자에게 이번 회기 유엔 안보리 의장국인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5월 16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문제 협의를 위한 긴급 온라인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 주목을 끌었다. 이 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이 계속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서둘러 행동을 취해서 전력을 다해 악화 상태를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조속히 정전을 하고, 인도적 지원을 해야 하며, 안보리는 긴급히 행동을 취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분리하는 ‘양국화 방안’이 근본적 해법이다”라고 주장하였다.[7] 그 다음날 중국의 환구시보는 “미국이 세계에 등을 돌리고, 이슬람 교도를 더욱 해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하였고,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책임을 추궁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였다.[8] 마치 두 달 전 미국이 미얀마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하고 이를 반대한 중국을 비난한 것과 판박이였다.

  중국이 과연 이란에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정보공작의 영역에 속할 터이므로 확인할 길이 없지만, 5월 24일자로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소개된 “시진핑(習近平),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통화” 제하의 설명문에 포함된 다음 문장이 주목을 끌었다. “……..중국 측은 팔레스타인 문제의 조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며, 이란과 함께 지역과 국제 업무에 관한 소통 및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의 안전과 안정을 공동으로 촉진하기를 희망한다………….” 중국의 국가주석 위치에 비추어 국가주석이 다자업무로서의 유엔 업무에 관심을 표명한 것이라기보다는 양자 간의 협력 사항에 관해 언급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중국이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미국 비난 공세에 나선 것은 신장 위구르 문제와 관련하여 중국의 위구르 무슬림에 대한 인종말살 주장을 펴고 있는 미국을 향해, 무슬림의 인종말살을 지지하는 나라가 미국인지 중국인지를 보이기에 적합한 소재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이 같은 공세가 계속되자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인 미국은 참모들의 우려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결단함으로써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휴전을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 전투에서는 승리했지만 하마스의 근거지를 재기 불능의 상태로 만들기 전에 휴전해야만 했기에 전략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패배에 가깝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양국 간의 경쟁 내지 적대 관계는 트럼프 행정부 때보다 덜 돌출적이긴 하나, 더욱 정교하고, 우회적이며, 내면적으로는 오히려 더욱 격렬해 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양국은 자국의 국력을 증진시키는 것과는 별개로 앞의 미얀마와 이스라엘 사례에서 보듯이 상대방의 국력을 약화시키거나 국제적 위상을 저하시키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있다. 핵전쟁으로 공멸하는 상황을 초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상대방의 허점이 보이면 세계 어디든지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런 도전을 하는 장소는 핵전쟁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는 상대 국가의 본토가 아니라면 세계 어디든지 선택될 수 있으며, 한반도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전보다 더욱 주의를 기울여서 미‧중 양국 관계와 국제 정세를 관찰하고 냉정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이다.

  지금처럼 강대국 간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국면에서는 이스라엘과 미얀마의 사례에서 보이듯이 상대적으로 약소한 국가와의 의리나 그 국민의 인권은 언제든지 무시되거나 순위가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강대국 간 냉전 게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느 한 강대국에 대한 의리나 선의에만 기대는 것은 극히 위험하며, 어리석다고까지 할 수 있다. 미얀마 군부가 미‧중 양국 어느 쪽의 손에 넘어가더라도 반대쪽에 손실이 온다는 상황이, 미얀마 군부의 지독한 비도덕성에도 불구하고 미‧중이 그들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되었으며, 반면 이스라엘은 절대로 미국을 떠날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미국이 절대 우방 이스라엘의 입장을 가볍게 무시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므로 강대국 간의 냉전 국면을 맞이한 우리는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세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어느 한쪽이 우리를 무시할 수 없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카드를 더 많이 확보하고 탄력성 있게 활용하기 위해 외교와 각종 정보 수집 및 기술 우위 확보에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아무리 찾아도 사용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강대국에게 읍소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그런 최악의 경우에도 우리가 맞닥뜨릴 어떤 종류의 희생이나 보복도 끝까지 버텨낼 것이라는 결의를 보여주고, 상대방에게 그러한 희생 강요나 보복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하겠다는 결기까지 보여 준다면, 상대방이 보다 더 우리의 입장을 고려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의나 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중요한 대외 문제는 절대로 국내 정치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외부적 도전에 대해 온 국민이 그때의 정부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정치 문화를 양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1] 바이든 행정부 등장 이후 미‧중 간 경쟁의 양상은 단순히 자국의 국익 증진을 도모하는 정상적인 상태를 넘어서서 적극적으로 경쟁 상대국의 국익을 약화시키기 위해 핵전쟁으로 인한 공멸을 피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냉전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과거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간의 냉전과는 달리 아직까지는 양국 간의 냉전에 머무르고 있는 수준이어서 전통적인 개념의 냉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2] 2021년 5월 26일자 “Biden’s Asia Czar Says Era of Engagement With China Is Over” 제하 기사 참조.

[3] 2021년 3월 16일자 로이터 통신 “Myanmar suspects Soros-linked group helped coup opponents-report” 제하 기사 참조.

[4] 2021년 2월 17일자 환구시보에 게재된 뉴탄친(牛彈琴)의 “주미얀마중국대사의 최근 해명, 정보량 방대!” 제하 기고문 참조.

[5]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 2021년 1월 19일자 왕이 국무위원겸 외교부장의 “莫道君行早是處有親朋” 제하 수행기자 대담 기사 참조.

[6] 2021년 3월 24일자 觀察者網에 게재된 허추지(何處擊)의 “점성술사의 나라 통치, 밥 얻어먹고 솥 뒤집어엎고.. 미얀마 이 나라는 도대체 얼마나 신기한가?” 제하 기고문 참조.

[7] 2021년 5월 18일자 인민일보 “王毅 안보리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충돌문제 긴급 공개회의 주재” 제하의 기사 참조.

[8] 2021년 5월 17일자 환구시보 사설 및 외교부 대변인 정례 기자회견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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