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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폐의 국제화 시도와 우크라이나 사태

 

  지난달 베이징 동계 올림픽 경기장 안에서 디지털 인민폐 시험 유통이 시작되었다. 극히 부분적이긴 하지만 최초의 국제적 유통 시험이라는 점에서 작년까지의 중국 국내 10개 도시 시험 유통과는 성격이 다르다. 디지털 인민폐 시험 유통이 올해 또 다른 10개 도시에서의 시험 유통을 거쳐 중국 전역에 무리 없이 착근할 경우, 중국과 교역량이 큰 다수 국가들은 디지털 인민폐와 호환되는 새로운 국제 결제시스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작년까지 디지털 달러화에 부정적이던 미국도 최근 디지털 달러화의 득실 검토에 착수하게 되었다.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화폐(CBDC) 간의 새로운 결제시스템이 출현할 경우,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기존 국제 무역 결제 관행에 변화가 초래되고, 그 결과 배타적 지위를 가진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 지위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더하여 근래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국채를 대량 매각함으로써 달러 보유고를 축소하고, 사우디 등 중동 국가들이 미 달러 외에 유로, 인민폐 등 다른 나라의 화폐를 매개로 석유 거래를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의 양적완화를 할 수 밖에 없는 미국 국내 경제상황과 이러한 대외적 도전이 맞물리면서 미국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 7%, 금년 1월 7.5%에 달하는, 1982년 이래 40년 만에 최고라는 물가상승율이 바로 그 증표다. 인플레가 심화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자칫 주요 달러 자산 보유 주체들이 달러를 투매한다면, 이는 미국에게 악몽과 같은 상황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미국은 석유 달러 체제의 기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둘러싸고 미국이 보인 다소 애매한 태도에 대해, 국내 여론은 의구심을 표하기도 하고, 심지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적 미숙으로 진단하는 경우도 보인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에는 오히려 미국이 자신의 보다 큰 국익을 지키기 위해 정교하게 계산된 전략적 행보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글에서는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 발행 추진 경과와 미국 달러의 기반 약화 가능성, 중국의 산유국 관계 증진 동향과 미국 석유 달러의 기반 약화 조짐, 이 두 가지 도전에 대한 미국의 대응 조치 방향과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 과정에 내포된 미국의 전략적 고려, 그리고 이러한 국제 정세 흐름이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등에 관해 살펴보려고 한다.

 

 

중국의 디지털 인민폐 시험 유통 동향과 미국 달러의 기반 잠식 가능성

  중국은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나라 중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CBDC 발행을 추진해나가고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이 중심이 되어 2014년에 디지털 화폐의 발행 기제, 핵심 기술, 발행유통 환경, 국제적인 선례 등의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성과가 쌓여 상당한 준비가 되자, 2020년 8월 선전(深圳), 청두(成都), 쑤저우(蘇州), 슝안신구(雄安新區)를 시험 사용 도시로 선정하여 시험 사용을 마쳤다.[1] 이어서 상하이(上海), 하이난(海南), 창사(長沙), 시안(西安), 칭다오(靑島), 다롄(大連)에서도 시험 사용을 하였다. 이로써 시험사용 지역은 장강삼각주, 주강삼각주, 중부, 서부, 동북, 서북 지방을 포괄하게 되었고, 2021년 12월 31일 기준 디지털 인민폐 시범 사용 지점(場景)은 808만 5천 1백 개소, 개인 디지털 화폐 지갑은 2억 6100만 개, 교역금액은 875억 6500만 위안(元)에 달했다.[2]

  금년 2월에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 장소에서도 시험 운영하였는데, 해외에서 입국한 사람들이 중국 국내에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필요 없이 외국에서 가져온 핸드폰에 디지털 인민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그 바탕에 지갑계좌를 개설해 사용할 수 있어서, 중국 언론은 이것이 인민폐 국제화 과정에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하였다.[3] 금년에도 10개 도시를 시험 사용 도시로 추가 지정 운용할 예정인데, 흑룡강성이 먼저 지정 신청을 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흑룡강성은 대러시아 금융협력 등을 목적으로 하얼빈신구 내에 특색 있는 금융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인민폐 시험 사용 도시가 하얼빈이 될 것인지 성내 다른 도시가 될 것인지는 표시되어 있지 않다.[4]

 

[사진1] 베이징 동계 올림픽 부스 안에 놓인 디지털 인민폐 안내판 (사진출처: Wall Street Journal)

 

  한편 중국은 2021년 3월 25일 스위스 바젤 소재 국제결제은행(BIS)에 CBDC의 전 세계 유통 방법, 정보 교류, 감시 등에 대한 국제 규칙 제정을 제안하였다. 중국 인민은행 산하 디지털화폐연구소의 무창춘(穆長春) 소장이 BIS 세미나에서 이러한 제안을 했는데, 중국은 블록체인처럼 분산원장기술(DLT)이나 다른 기술로 뒷받침하는 외환 플랫폼도 제안하였다. 이 소식을 보도한 로이터통신은 인민은행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달러화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를 국제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했다.[5]

 

 

중국의 산유국 관계 증진 동향과 미국 석유 달러의 기반 약화 조짐

  중국은 경제 발전으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수입국이 되었고, 이 에너지 수입로가 폐쇄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 왔는데, 특히 미국이 지배하는 말라카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에너지 수입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파키스탄, 미얀마 경로 개척에 힘을 쏟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관찰된다. 또한 에너지 수입원을 확보하기 위해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과의 관계를 강화하여 정식 동맹관계는 아니더라도 사실상 동맹에 근접하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과는 2021년 3월 27일 “중화인민공화국과 이란이슬람공화국 전면 협력 계획”에 서명하였는데, 이 협력 문서는 대외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란산 석유의 안정적 공급과 중국의 대규모 이란 투자 등 구체적인 협력계획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5] 물론 이런 협력을 위한 자금 결제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국제결제은행(BIS)를 통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추정된다.

  중국은 이란뿐만 아니라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인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과의 관계 강화에도 진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 웹사이트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2021년 3월 24일부터 30일까지 사우디, 터키, UAE, 바레인, 오만, 이란을 순차 방문하여 외무장관 회담을 하였다. 금년에는 왕이 부장이 각국 외무장관들을 중국 장쑤성 우시(无錫)시에 초청하여 따로따로 양자회담을 가졌다. 1월 10일 사우디, 11일 바레인, 12일 쿠웨이트, 14일 오만과 대면회담을 하였고,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과는 13일 전화를 통한 회담을 하였다. GCC회원국인 카타르는 회담을 하지 않았다. GCC의 사무총장과는 1월 13일 회담을 갖고, 중국-GCC FTA 조기 타결에 합의하고, 적당한 때 사우디 리야드에서 제4차 중국-GCC 전략대화를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GCC 설립의 원인을 제공할 만큼 GCC와 적대적인 이란의 외무장관이 같은 시기 우시에 초청을 받아 1월 14일 왕이 부장과 회담을 가졌다는 점이다. 중국 외교부가 발표한 회담 결과 발표문에 “중국 측은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페르시아만/걸프만(海灣) 다자대화 플랫폼을 가질 것을 제의하였다”, “이란 측은 사우디 등 海灣국가들과의 관계를 적극 개선하기를 원한다는 뜻을 표시하였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이 산유국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GCC와 이란의 관계 개선을 적극 주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1년 12월 23일자 CNN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의 협조를 얻어 탄도미사일을 제조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한다.[7] 사우디와 중국의 군사 협력은 석유달러 체제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는 1974년 이래 미국과 함께 이른바 석유 달러(Petrodollar) 체제를 떠받쳐온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맹방이었기 때문이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어긋나게 된 데에는 사우디의 사실상 통치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의 인권 침해 행적에 대한 미국의 반대가 원인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과거 사우디 석유의 최대 구매자이던 미국이 대규모 셰일 석유를 채굴하게 된 후 사우디 석유 수출의 최대 경쟁자가 되었다는 것이 진짜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은 사우디를 포함한 다수 중동 산유국들의 최대 고객으로, 2019년 기준 중국의 석유 수입액은 사우디 401억 달러, 오만 164억 달러, 아랍에미리트 73억 달러, 이란 71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는 최근 더 악화되었는데, 미국 측이 국내 물가 통제를 위해 사우디 중심의 OPEC+측에 석유 증산을 요청하였음에도 사우디 측이 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이 OPEC을 비난하였고, 사우디는 이에 반발하여 장차 ‘석유 달러 협정’[8]의 효력을 중지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는 데까지 나아갔다. 심지어 OPEC 주도국으로서 사우디가 중국의 에너지 수입상과 인민폐를 사용해 결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가도 있다. 실제로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원유 선물시장은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2021년 계약 건수는 42,645,200건으로 전년 대비 2.55% 증가, 계약 금액은 18조 5천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4.63% 증가하였다.[9]

 

 

중국 및 러시아의 미국 국채 대량 매각 동향

  중국 관영 영자지 Global Times는 중국이 2021년 3월에서 5월에 걸쳐 262억 달러의 미국 국채를 매각하였고, 러시아와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근년에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10] 위 소식은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과의 양국관계 협의를 위해 중국 방문을 고려하고 있다는 Bloomberg통신의 인용 보도 속에 추가된 내용이지만, 중국 언론이 중국의 국채 매각 동향에 관해 가장 구체적으로 보도한 사례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관영언론은 정부 통계와 관련한 허위 보도는 하지 못하므로 이 보도의 신빙성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Bloomberg통신의 옐런 방중 검토설 보도는 중국 측의 옐런 장관 초청을 기대하는 미국의 의도라는 중국 언론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초청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혹은 단순히 코로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옐런 장관의 실제 방중은 성사되지 못했다. 대신 온라인 화상회담이 성사되었다. 옐런 장관은 10월 26일 리우허(劉鶴)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화상회담을 하였고,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미국 무역대표(USTR)도 10월 9일 리우 부총리와 화상회담을 가졌다. 10월 26일 회담이 미국 측의 초청으로 이루어졌고, 시간도 미국 시간으로 야간이었다는 점을 들어 중국 언론은 미국이 얼마나 소통을 열망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해석하였다. 미중간 회담의 구체적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미국에 관세인하를 요청하고, 미국은 중국에게 미국 국채의 계속 구매를 요청했으나, 양측의 희망사항이 모두 반영되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추측된다.

  Global Times 보도 내용 중에는 러시아와 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근년에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언급이 포함되어 있다. 러시아는 더 과감하게 움직여서 외환보유고가 풍부할 때 황금을 대량으로 구입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불만을 품은 지 오래되었다. 러시아는 최근 코로나 상황과 경제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미국의 국부펀드 배당도 포기하고 전부 유로로 바꾸었다. 러시아의 행동은 미국 달러 지위에 대한 비교적 큰 위협이기에 미국은 러시아를 손볼 생각을 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손보는 방법으로 국제결제은행 시스템 퇴출을 거론하기도 했지만, 이는 실제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러시아에게 겁을 주기 위함이었다. BIS에서 아무리 미국의 영향력이 크다고 해도 BIS 이사들 중에는 유럽 출신이 많다. 러시아에 에너지 의존도가 큰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를 BIS에서 퇴출시키는 조치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구도이다.[11]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일어난 현 상황에서는 미국이 침략자 러시아를 손보겠다는데 반대할 유럽 국가들이 없을 것이다.

 

 

미국 대응의 전략적 함의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

  파월(Jerome H. Powell) 미연방준비제도(The Fedral Reserve:FED) 의장은 2021년 3월 22일 BIS 행사에서 ‘기존의 결제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고, 은행들이 은행 부채의 형태로 디지털 화폐를 공급하고 있는데 중앙은행 버전의 디지털 화폐가 왜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언급함으로써 CBDC의 필요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였다.[12] 하지만 파월의 태도는 최근 베이징의 진전에 따라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Fed는 2022년 1월 20일 미국의 디지털 화폐 발행에 관한 진지한 검토를 위해 CBDC 발행의 잠재적 이익 및 위험에 대한 보고서를 배포하고, 일반인들의 코멘트를 위한 문호를 개방하는 등 변화의 첫발을 내디디었다.[13] 하지만 CBDC 발행 문제에 대해 Fed 관리들의 의견이 나뉜 상태이기에 보고서가 찬성과 반대 어느 한 편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찬성과 반대 주장의 리스트를 내놓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서 여전히 CBDC 추진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 이후,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양측이 각각 암호화폐(crypto currency) 사용을 확대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에 비추어 미국은 아직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 발행보다는 민간의 암호화폐 활성화에 기대를 갖고 있다는 인상도 풍긴다.

  국제통화기금(IMF) 공식외환보유고의 화폐별 구성(COFER) 조사에 따르면, 2020년 4/4분기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59%로 떨어졌다. 이는 1999년 유로화가 출범한 당시의 71%에서 12%나 하락한 비율이다. 반면에 유로는 변동을 거듭하며 20%까지 올라갔고,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중국 인민폐 등 다른 화폐도 9%까지 올라갔다.[14]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미국은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 간 거래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진력해왔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발틱해 해저 가스관 부설 사업인 Nord Stream 2 사업은 착수 단계부터 미국이 강한 반대를 하였고, 독일이 이에 순응하지 않자 환경 파괴를 이유로 독일 기업에 대한 제재를 시행했었다. 이로 인해 독일 측의 보복 제재까지 겪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독일이 Nord Sream 2 사업을 승인하지 않기로 했으니 미국의 전략적 승리라 할 만하다. Nord Stream 2의 개통 중지는 달러 지위 약화 가능성 차단 측면만이 아니라, 독일 등 유럽에 대한 미국산 셰일가스의 고가 판매 기회 증대, 러시아의 대유럽 영향력 확대 방지, 독일의 미국 군사력에 대한 의존 증가 등의 이득도 기대할 수 있기에 초당파적(Bipartisan) 이슈라고 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분리 독립한 2개의 러시아계 국가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승인하자마자(러시아군 우크라이나 본토 침공 개시 전), 미국 공화당 중진 의원 Ted Cruz(지역구 텍사스)가 Nord Stream 가스관 중단 제재 조치에 대해 바이든을 칭송한 것에서도 이 이슈의 초당파성을 볼 수 있다.[15]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뭉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효과를 가져왔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 관계에 쐐기를 박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만들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강대국 국가원수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는데, 이 계기에 중국 동부 대도시들과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을 통한 천연가스 장기공급 계약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이처럼 장기적인 대 중국 가스 수출 채널을 이미 확보해 두었기 때문에 미국 등의 경제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사진2] 군사훈련 중인 러시아군 탱크 (사진출처: 로이터 통신)

 

  원래 러시아(그 전신인 소련을 포함)는 중국과의 사이에 중앙아시아와 몽골 등을 두고 세력 확장 경쟁을 하는 관계라 냉전시기 동일한 이데올로기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珍寶島(다만스키) 사건과 같은 군사적 충돌, 수정주의 논란과 같은 노선상의 갈등 및 중소분쟁이라 불리는 장기간의 대결 구도 등을 겪어왔었다. 현재는 석유, 천연가스의 수입, 수출국으로서 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토대로 매년 육해군 정기 합동 군사훈련을 갖는 준동맹적 관계(명목상으로는 동맹이 아니지만 내용 면에서는 동맹에 가까운)로 평가받지만, 여전히 러시아는 과거 자국(소련)의 Junior Partner였던 중국이, 반대로 Junior Partner처럼 대접하는 것에 불편함이 있다. 중국은 중국대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대폭 확대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으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중국의 그러한 우려를 증폭시켜 양자 관계의 틈을 벌릴 가능성이 다분하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2월 26일 영국, 프랑스, EU의 외교수장과의 통화를 통해 “중국은 우크라이나 이슈의 진행 상황을 관찰해 왔는데 현재의 상황은 중국이 보길 원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데에서 중국의 미묘한 입장이 드러난다.[16]

  우리나라는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중견 국가라는 점에서 우크라이나와 유사성이 있다. 오늘날과 같은 강대국 세력전이 기간에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들 간의 타협이나 묵인에 의해, 우크라이나와 같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유일강대국 시절에 가능했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보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기존 약속에 구속받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트럼프의 이란 핵합의 철회,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보호 약속 위반 사례 등). 따라서 강대국의 약속에만 의지해선 안 되며, 고슴도치처럼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지속적인 국력 증강에 힘쓰되, 강대국 동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통해, 정확한 상황 판단 하에 선제적 예방 조치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외부로부터 오는 위협에 대해서는 국정을 책임진 정부의 지휘에 따라 일치단결하는 습관을 교육하고 배양해야 한다.

  미국에게 있어서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달러의 가치 보존은 초당파적 국익이기 때문에 이를 지키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4년 사우디와의 협약을 기초로 한 석유달러 체제는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아졌고, 미국이 석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지위가 바뀌었으며, 중국,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이 미국 달러에 대해 도전적 자세를 취하기 때문에 기왕의 방식으로는 존속을 위협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하나로 묶어 별도의 화폐 경제권으로 분리를 시켜 버리고, 그 외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을 달러 경제권으로 묶음으로써 달러의 가치 붕괴를 막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는 부득불 달러 경제권에 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 경우 어렵사리 확보한 중국 및 러시아라는 양대 교역 상대를 일거에 상실하지 않도록 연착륙 전략을 마련해서 시행해야 할 것이다.

 

 

 

[1] 수도경제무역대학 금융대학학장 尹志超 “지불환경 및 법률 보장 개선이 디지털 인민폐 교역 위해 소프트 웨어 및 하드웨어 지원 제공” 2020년 8월 19일자 중국경제시보 게재
[2] 중국인민은헁 웹사이트 2021년 금융통계수치 언론발표회 기록문
(www.pbc.gov.cn/goutongjiaoliu/113456/113469/4451702/index.htm)
[3] 2022년 2월 20일자 人民網 “디지털 인민폐 올림픽 바람을 빌어 확산, 미래에는 어떻게 한단계 더 보급할까?”
[4] 2022년 2월 25일자 forkast 방송(www.forkast.news/headlines/digital-yuan-chinese-province-border-rusia/)
[5] 2021년 3월 26일자 연합뉴스 “중국 BIS에 디지털 화폐 국제 규칙 제안”
[6] 자세한 내용은 2021년 8월 1일자 연세대중국연구원 웹진의 게재된 필자의 졸고 “중국-이란 관계 밀찬과 미국의 선택” 참조 바람
[7] 2021년 12월 24일자 조선비즈 “중동의 美 맹방 사우디, 中 도움으로 탄도미사일 제조”
[8] 1974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에 서명하여 발효된 협의서로서, 사우디는 석유를 팔 때 반드시 미국 달러로 계산하고, 석유 수입은 미국 채권과 증권 자산을 구입하며, 대신 미국은 사우디에 경제 및 안보 원조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협의서에 따라 미국은 석유 시장에서의 결정에 있어 미국의 경제적 목표에 부합되게 하도록 요구하였다.
[9] 2022년 2월 14일자 騰訊網(qq.com) “사우디 석유 협의 종료할 수도 있다고 선언”
[10] 2021년 8월 12일자 Gloval Times “Yellen reportedly weighs China visit, US debt and tariffs could be dissussed
[11] 탄야링(譚雅玲) “미국, 석유의 힘을 빌려 러시아와 유럽 관계를 교란시키다”, 2021년 12월 18일 환구시보 게재글
[12] 2021년 3월 22일 뉴욕타임즈 “Jerome Powell says the Fed won’t issue a digital currency without congressional approval”
[13] 2022년 1월 20일자 뉴욕타임스 “Fed opens debate over a U.S.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with a long-awaited report.”
[14] 2021년 5월 5일자 국제통화기금 직원들의 당일 견해 포럼 IMFBlog, “US Dollar Share of Global Foreign Exchange Reserves Drops to 25-Year Low”
[15] 2022년 2월 23일자 CNN “Ted Cruz praises Biden over sanctions tied to Nord Stream pipeline”
[16] 2022년 2월 26일자 블룸버그통신 웹사이트 “China Distances Itself From Russia, Calls for Halt to Vio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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