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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중무역전의 전개 양상과 우리에게 미치는 파장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선거 공약으로 공언해 온 바대로 대대적인 보호무역 정책, 특별히 중국에 집중한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 쌓기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중국도 비슷한 수준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으로 대치하고 있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 중국 관세를 145%라는 극단적 수준으로 높이면서 중국이 결국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협상을 요구해 올 것이라고 예상한 듯하지만 중국은 미국 측의 예상과는 달리 고통을 감내하면서 장기전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무역장벽은 표면상으로 단순한 경제 문제인듯 보이지만 사실상 세계의 두 초강대국이 종합적인 국력을 기울여 건곤일척의 승부를 겨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전쟁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양상이다. 이 무역전은 미중 양국 뿐만 아니라 무역량이 어느 정도 이상인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을 소용돌이 속으로 빨아들이는 모양새인데, 우리나라는 특히 그 소용돌이의 중심에 있는 나라라고 할 수 있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면 1980년대 이후의 일본처럼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국내 여러 언론에서 다양한 관련 보도들과 논평들이 나오고 있지만, 중국 문제와 미중관계를 오래 추적해 온 필자로서도 나름대로 진단과 대책 마련을 시도해 보지 않을 수 없어, 우선 미국이 무역장벽을 허는 쪽에서 쌓는 쪽으로 정책적 선회를 하게 된 배경과 중국이 이번에는 유연 대응 대신 정면 대응의 수를 선택한 배경을 중심으로 1차적인 탐색을 해 나가 보고자 한다.

 

 

미국이 자유무역을 포기하고 보호무역정책으로 선회한 이유

  미국은 과거 자유무역의 기치아래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을 주도하고, 전세계 각국을 상대로 시장 개방 압박을 가하던 대표적인 자유무역정책 옹호국이었으나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처음으로 중국 등에 대해 상당히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일종의 보호무역정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미국이 FTA를 통해 구미에 맞는 나라들과만 무역을 확대하고, 중국 등 구미에 맞지 않는 나라들과의 무역에는 제한을 가하는 부분적 반자유무역정책이었다고 한다면, 이번에 트럼프 2기에 들어서는 모든 나라에 일율적으로 10%의 보편관세를 매기고 캐나다나 멕시코 등 여러 나라에 20% 이상, 심지어 중국에는 145%라는 전대미문의 일방적인 관세를 ‘상호관세’라는 이름으로 부과함으로써 사실상 완전한 반자유무역정책, 철저한 보호무역정책으로 선회하게 되었다. 원래 자유무역의 주창자이던 미국이 이처럼 철저한 보호무역정책으로 선회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제2차세계대전 전후 상당 기간 미국은 세계의 생산공장으로 모든 나라에 수출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온 세계 최대의 산업국가, 무역국가였고, 세계 최대의 석유수입국이었다. 이런 산업적 기반 위에서 동서냉전 시대에는 자유세계, 1991년 소련 붕괴 후에는 전 세계를 상대로 자유무역을 주창하고, 이를 밀어붙이기 위해, 1947년 GATT 체제에 이어 1994년 WTO를 출범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통상법 301조 등 미국 국내법을 동원하여 우리나라를 포함한 여러 나라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시장 개방을 압박하였다.

  이같은 세계화의 추세는 기축통화로서 미국달러화가 국제무역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도록 촉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확립되기까지는 먼저 금 가격을 1온스당 35달러에 고정하고 각국의 화폐를 달러에 고정하는 1944년 브레튼우드 합의가 기초가 되었지만, 후에 실물 시장에서의 금 가격 상승으로 금 태환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진 프랑스 같은 나라들의 대량 금 태환 요구 사태에 대응하여 닉슨 행정부가 1971년 미국의 금 태환 중지를 선언하자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도 동요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키신저 국무장관 등의 노력으로 중동의 석유 구매 시 반드시 달러를 사용하게 하는 이른바 석유달러(Petro-dollar) 체제를 구축, 달러를 지구상 대부분의 나라에게 필수적인 재화인 석유에 사실상 연동시키게 되자 금 태환을 기초로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가 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세계 각국이 원활한 석유 구입을 위해 각국이 무역 흑자를 통해 확보한 미국 달러를 비상시기를 대비하여 실제적 필요 이상으로 많이 외환보유고로 보유하게 되었고, 그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국채를 사게 되었기에, 미국은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도 손쉽게 새로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어 지속적인 호황을 구가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미국은 외국과의 무역거래에서 계속 적자를 보면서도 그 적자보다 많은 돈을 외국에서 빌릴 수 있게 되어 지출 여력도 커지고, 소비가 늘어나니 경제도 호황을 누리고 국민들의 후생(welfare)도 증가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같은 지출과 후생의 증가는 엄밀하게 말하면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에 기대어 쉽게 빌릴 수 있는 빚을 얻어서 누리는 것이어서, 어느 날 미국 국채 상환 능력에 의문을 품은 외국과 미국 국내의 국채 구매자가 미국의 국채 구매를 점진적이거나 급격하게 줄이면, 즉 만기가 돌아온 미 국채를 팔고 다시 사지 않게 되면, 미국이 누리던 그 같은 풍부한 지출과 후생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만약 미 국채의 투매 사태라도 일어나면 미국 경제는 괴멸적인 타격을 받을 우려를 안고 있었다. 즉 만기가 돌아온 국채를 갚고도 남을 만한 국채 구매자가 계속 생기지 않게 되면 그동안 미국이 누려온 경제적 번영과 막대한 재정 지출을 통한 최강의 군사력 유지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는 구조였던 것이다.

  역대 미국 정부들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없지는 않았을 터이지만 대체로 클린턴 행정부 시기까지는 미국이 세계의 유일 초강대국이던 시절이었고 달러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미 국채 판매에 애로가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았던 것 같다. 트럼프 1기 때에 들어와서 미국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가, 중국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는 등 무역 불균형 해소에 힘을 기울이기 시작했으나, FTA 체결 노력을 계속하는 등 자유무역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미국 국채의 대량 매도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예 : 러시아, 이란 등)들이 있으면, 그들을 제재하거나, 외교적 협상을 통해 미 국채 규모가 줄어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방(예: 중국의 경우), 다각도의 외교적 연대를 통한 경쟁국 억제를 통해 최강대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노력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미국의 최강대국 지위가 계속 유지되는 한 미국채의 지속적 판매에 애로가 발생하는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를 굳건히 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던 석유달러(Petro-dollar)체제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계기는 2022년 7월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일어났다.[1] 바로 석유달러체제가 구축되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가 냉각됨으로써 사우디아라비아산 석유가 달러가 아닌 중국 인민폐 등으로 판매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이보다 10년 앞서 2012년 9월부터 이미 러시아산 석유는 달러가 아닌 인민폐로 중국에 수출되고 있었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이 같은 변심은 미국 입장에서는 응당 경계하고 사전에 막았어야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와 자신이 정치적 경쟁자였던 트럼프와의 관계에 대한 의심, 언론인 카쇼기 문제를 둘러싼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 간의 엇박자 등 때문에 사우디와 갈등을 막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석유달러체제의 동요가 일어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과거 세계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던 미국이, 1821년 발견되었으나 경제성이 없어 개발하지 못하던 셰일석유를 경제적인 채굴 공법이 2007년 개발됨에 따라 대대적으로 채굴하기 시작한 이른바 셰일혁명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이 세계 최대의 석유류 수입국에서 중요한 석유류 생산국, 수출국으로 변모, 과거 미국이 달러로 중동의 석유를 사주고 중동 각국이 그 석유 수출대금 중 상당액을 다시 미국 무기와 미국 국채를 사던 패턴에는 변화가 불가피하게 되었으며,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이 국제 석유시장에서 사실상의 경쟁자가 된 것이다.

 

[사진1] 트럼프 대통령의 4월 23일 백악관 기자 회견 장면 (사진출처: 뉴욕타임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이상과 같은 국제 환경의 변화 때문에 더 이상 기왕에 해오던 방식의 국채 발행을 통한 유동성 공급 방식의 경제 정책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선거 표어대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무역적자와 재정적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를 위해 미국 국내의 제조업을 활성화하여 대외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야 한다고 보고, 그 중요한 수단으로 중국을 포함한 주요 대미수출국에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제조 선박의 미국 항구 입항 시 고율의 입항세를 걷는 것과 같은 비관세 조치를 병행하는 방안을 채택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함으로써, 경쟁국인 중국의 성장세를 늦출 수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국내 산업을 보호하고, 이미 해외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을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며, 대미 수출국 기업들도 관세 회피를 위해 미국에 제조시설을 짓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복 조치 시 더 과중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미국의 사전 경고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비슷한 규모의 보복 조치를 취하였고, 이에 대해 미국이 다시 관세를 145%까지 올리자, 중국도 다시 125%까지 관세를 올리고, 희토류 수출을 금지하는 등 대응조치를 취하는 에스컬레이션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이러한 상호 조치는 결국 미중 양국의 수출기업들과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초래하게 되어, 피차에 협상을 통한 타협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들은 중국이 협상을 위해 연락을 해 올 것이라거나, 이미 협상을 하고 있다는 언급을 하거나 시사한 반면에, 중국은 미국이 먼저 타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협상을 하고 있지 않으며, 협상이든 대결이든 미국이 선택한 바를 보고 끝까지 대응할 것임을 외교부와 상무부 대변인 등 실무관료를 통하여 반복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이 예상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

  미국의 중국에 대한 145%의 관세 부과는 사실상 중국과의 무역을 금지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기왕에 안고 있던 경제문제, 즉 국내 부동산 경기 급락에 따른 수요 부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높은 청년 실업률 등과 합해지면 중국 경제에 견디기 어려울만큼 큰 충격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대해 별로 동요하지 않고, 미국에 대해 매우 단호하고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 말기이던 작년 하반기만 해도 미국 고위급의 중국 방문 요청을 수락하고 타협하는 모습[2]을 보이는 등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었던 중국이 트럼프에 대해서는 이처럼 경직된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진2] 4월 14일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출처: 신화사)

 

  첫째, 바이든 전 대통령 때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장벽은 전 세계의 대부분 국가들을 대상으로 삼는 전방위적 관세장벽이어서 중국이 정면 대응을 피하고 우회하려고 하여도 우회할만한 루트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이나 과거 중국에 투자하였던 외국기업들은 트럼프 1기에서 미국의 대중국관세 공세를 경험해 본 바가 있어, 이를 회피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이나 멕시코 등에 공장을 옮겨둔 경우가 많은데 금번 관세장벽은 그 같은 우회 수출의 경로까지 감안하여 설계되어 중국으로서는 피할래야 피할 수도 없으니, 일단은 정면으로 붙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도 볼 수 있다.

  둘째, 미국의 보호무역조치가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 무역국가 전체를 포괄하여 전방위적으로 취해진다는 바로 그 점 때문에 유럽, 동남아 등 미국으로부터 유사한 무역제한 조치를 당한 다른 나라들과의 연대를 확대할 여지가 생긴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의 관세조치가 발표된 직후인 4월 8-9일 양일에 걸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앙주변공작회의를 주재하고, 11일 베이징을 방문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만난데 이어서, 14∼18일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3국 순방을 하였는데, 이는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처하는 중국의 우선순위를 잘 보여주는 행보이다.

  셋째, 중국이 무역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 온 결과 2001년 WTO 가입 직후 70%에 달하던 무역의존도가 현재는 30% 정도로 줄었고, 미중무역이 중국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원래 1/3 가까이 되었지만, 현재는 11%까지 축소되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미국과의 무역을 포기하더라도 내수 확대와 제3국 시장 개척으로 버텨볼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넷째, 중국 국내정치적인 요인이다. 시진핑의 장기 집권에 염증을 느끼는 중국인들이 많아지고, 전통적으로 중국 정권의 창출구로 여겨지는 중국 군대 내부에 고위인사의 숙청 소식이 끊이지 않고, 시주석과 장여우사(張又俠)중앙군사위부주석간의 갈등설까지 나도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미국이라는 최강의 적이 외부에서 도전하는 형국은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내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는 좋은 카드로 작용하며, 그러한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대응보다는 좀 더 강경한 대응의 모양새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14억이 넘는 막대한 인구가 그동안 경제발전의 기초가 되기는 하였지만, 많은 인구 자체(특히 고령화 인구의 증가)가 오히려 장기적 경제 발전에 제한 요인이 되기도 하며,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 14개국과 육로로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는 데다가, 그 국경선 곳곳에 인접한 소수민족들이 포진하고 있어 안보에도 취약점이 많은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나라는 외부적으로 강한 적의 도전과 이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내부적 단합을 도모하는 좋은 재료가 되는데, 오랫동안 중국에게 일본이 그런 역할을 해왔다면, 이제는 미국이 그와 같은 역할을 떠맡게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다섯째, 최악의 상황에 대한 대비책이 어느 정도 구비된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국제은행간통신협정(SWIFT) 시스템 사용을 차단하는 금융 봉쇄나 말래카 해협과 같은 해상 교통의 요충지에서 군사력을 동원하여 중국 무역선의 통행을 검색하는 해상 봉쇄를 단행하는 경우인데, 그 경우에 대해서도 중국은 BRICS 확대 및 자체 결제 시스템 마련과 항공모함 건조 등 해군력 강화, 러시아, 중앙아, 파키스탄 등 우회 루트 확보를 통해 어느 정도 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내부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미중무역전의 현황 평가 및 우리의 대응 방향

  미국의 공세로 시작된 미중 무역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일부 국내 언론이 중국의 실무급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지만, 중국 정부 부처들과 주중 미국대사관의 대변인들은 협상 진행설을 정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미중 양국이 타협점을 모색하는 협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의 자세가 외견상 흔들림이 없는데 반해, 미국 정부 측의 움직임은 약간의 당황함과 조급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같아 보인다. 4월 20일자 뉴욕타임스가 트럼프가 중국과 서로 노려보는 중에 눈을 두 번이나 먼저 깜박였다는 취지의 제목 “On Major Economic Decision, Trump Blinks, and Then Blinks Again”을 달고 이같은 정황을 보도하고 있는 것이 그런 정황을 말해주고 있다.

  미국에는 언론 자유가 있어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의 경우는 그런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만 기준으로 하더라도 미국 시장의 반응이 심상치 않은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미국 국내 시장이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발효된 후 국채가 하락(국채 금리 상승),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으로 반응하고 있는 반면, 트럼프가 기대하고 있는 국내산업 진흥의 효과는 일부 외국 대기업 대표들의 대미 투자 약속과 같은 전시성 행사 이외에는 아직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다수 국가에 일률적으로 높은 관세 방침을 발표하였다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시행을 90일간 유예조치를 한 것에 대해 처음부터 그렇게 기획되었다는 주장과 시장의 반응에 놀란 정책 수정이란 주장이 병존하지만, 전자가 맞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과의 관세 협상이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럴리가 없겠지만 일각에서 의심하는 바와 같이 미국의 원래 의도가 표면상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지만 중국은 수출을 못하게 막아 경제 성장세를 늦추어야 할 대상일 뿐, 미국이 관세 협상을 통하여 실제로 경제적 실리를 거둘 수 있는 대상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을 포함한 경제력 있는 우방들이라면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더 더욱 미국의 의도대로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런 정황에서 미국이 우리나라와도 관세 협상을 요청해 와 일차 협상이 이루어졌으나 아직 미국의 협상 목표가 무엇인지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협상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며,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 당연히 선거관리 정부가 보여 주기식으로 성급한 타결을 시도하는 일은 금기시되어야 할 것이다. 향후 대통령 선거를 거쳐 수립된 정부가 이 문제를 다루게 되더라도 먼저 우리의 국익(국가 안전 확보, 무역수지 흑자 확보 등)을 중심축으로 붙들고 미중 양국이 각각 협력 파트너를 구하는 경쟁을 하는 현재의 객관적 여건을 지혜롭게 활용하면, 미중 무역전의 소용돌이도 우리가 능히 헤쳐나갈 수 있는 물길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더 멀리 나가도록 도와주는 빠른 물살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미중 양국이 지금은 대립하고 있지만 결국은 타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에 비추어 보면 세계를 소수 국가의 이익을 중심으로 몇 개의 세력권으로 나눠 가지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보를 사전에 수집,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다시 가츠라태프트 밀약과 같은 뒤통수를 맞지 않겠다는 결연한 자세로 우리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외문제에 대한 국론 통일이 중요하며, 대외문제를 국내정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1] 상세 내용은 위 웹진 2022년 10월 1일자 필자의 글 <중국의 대 중동 외교 강화 동향과 그 전략적 함의> 참조

[2] 상세 내용은 연세중국연구소 웹진 2024년 7월 1일자 필자의 글 <최근 미국의 달러 안정화 노력에 중국이 협조한 이유>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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