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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중동 외교 강화 동향과 그 전략적 함의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결과와 연계하여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국제정세는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던 독일, 프랑스까지를 포함한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이루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오랫동안 중립적 입장을 취해오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에 가입했을 뿐 아니라, 극동의 일본과 한국까지 NATO에 접근하는 진전을 이루게 되어, 이 모든 흐름을 주도한 미국의 전략적 포석이 확실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견고한 전략적 포석의 한 축이 무너진 사건이 7월 중에 일어났는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결과가 그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공약도 접어가며 노구를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하여 자신이 왕따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는 등 미국의 국익을 위해 진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방문 전에 방문의 주요 목표로 보도된 OPEC Plus 국가들의 석유 증산 규모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이어진 사우디 측 발언 내용이나, 최근 사우디, UAE, 카타르 등의 상하이협력기구 참여 추진 동향까지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양국관계 디커플링의 촉발제가 되는 모양새가 되었다는 점이 이런 판단의 근거이다.

  사우디가 세계 최강국 미국에 대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소원한 자세를 내보이게 된 이유는 언론인 알 카쇼기 살해의 배후 책임이 있는 인물로 CIA에 의해 지목된 MBS 왕세자의 반발이었던 것처럼 보도되었지만, 이는 피상적인 관찰일 뿐,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전처럼 사우디 원유의 주요 구매자가 되지 못하는 반면, 세계 최대의 석유수입국이 된 중국이 대신 그 역할을 해 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국-사우디 관계의 디커플링은 1974년 양국 간의 합의에서 시작하여 반세기 동안 세계금융질서의 근간이 되어 온 석유달러체제를 손상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될 경우 달러화의 지배력에 매우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게 될 것으로 우려되며, 이미 그러한 징후가 일부 감촉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사우디 관계 디커플링이 단순히 양국 간 갈등의 결과로만 일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중국이 오랜 기간 지속 추진해온 전략적인 대 사우디 접근의 결과라고 볼 수 있는 측면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중국의 눈에 띄지 않는 경제적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미국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군사력에 기댄 전략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러한 전략적 대응이 중동지역이 아닌 동북아 지역에서 전개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인국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미국의 대중동 영향력 약화, 이를 초래한 중국의 대중동 접근 경과, 점차 격화되는 미중 전략 경쟁 국면의 우리나라에 대한 함의 등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경과와 파장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선거 유세 중에 사우디아라비아를 ‘Pariah(사회에서 따돌림 받는 사람)’로 취급하겠다고 공언하였고, 2021년 1월 20일 취임한 후 보름 만인 2월 4일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과 관련된 무기 판매와 정보 지원 중단을 명령하였다. 또한 Jen Psaki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MBS 왕세자 대신 Salman 국왕을 직접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언급하였다.[1]

  그러던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주먹인사를 나누었고 양자회담도 가졌다.

 

[사진1] 사우디를 방문하여 무함마드 왕세자와 주먹인사를 하는 바이든 대통령(사진 출처: National Interest)

 

  무엇이 바이든 대통령의 생각을 바꾸게 만든 것일까?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과 MBS와의 만남은 형식상으로는 이스라엘 방문에 이은 젯다 다자 정상회담(미국, GCC 6개국,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참석 계기에 잠시 들른 것 같은 형식을 취하고, 의전상으로도 먼저 살만 국왕을 만난 다음에 실무회담을 위해 MBS 왕세자와 만난 것이라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는 했지만 바이든-MBS 회담은 양측의 고위 관리들이 배석한 실질적인 양자회담이었고, 사실상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방문 일정 전체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회담이었다.

  “중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이 리야드를 따돌리는 것보다 중요하다(Preventing Growing Chinese influence in the Middle East is more important than making Riyadh a pariah).” 2019-20년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부처장특별보좌관을 근무한 경력이 있는 Doreh Feith가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2주일 전쯤 Ben Noon이라는 중국 전문가와 공동명의로 Foreign Policy지에 게재한 글의 부제이다. 이 부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래의 생각을 바꾸어서 MBS를 만나게 된 배경을 한 줄로 잘 요약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부제는 물론이고 “바이든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국이 얻은 이득을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을까(How Biden Can Reverse China’s Gains in Saudi Arabia)”라는 제목의 글 본문조차도 미국이 진정 우려하는 중국의 영향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국내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목적을 주로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사우디가 큰 규모의 석유 증산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미국 국내 인플레를 누그러뜨려 민주당의 승리를 도모하려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방문 이후에도 사우디의 석유 증산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에, 과연 사우디의 석유 증산 촉구를 위해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이 스스로 만나지 않겠다고 공언한 사우디의 명목상 2인자를, 자신의 체면 손상까지 마다하지 않고 만나려고 했을까 라는 의구심이 남는다. Feith와 Noon의 글도 언론의 피상적인 관찰에 비하면 나름 구체성을 띠고 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태도를 바꾼 진짜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바이든 대통령이 체면을 구겨가면서 사우디까지 가서 자신보다 40세나 젊은 사우디의 실권자, MBS 왕세자와 회담을 하게 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Feith와 Noon은 글 본문에서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이 중국-사우디 간의 전략적 관계를 반전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대 사우디 안보 공약 재확인, 중국-이란 관계 밀착 설명, 미국 국익과 균형을 맞춘 인권 문제 언급 등을 통해 사우디 지도자들을 설득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글 말미에 사우디가 중국과 인민폐로 표시된 석유거래를 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이 문제야말로 미국이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임을 암시하고 있다. 필자도 바이든 대통령이 중점을 둔 일은 사우디가 중국 인민폐를 받고 중국에 석유를 수출하고 그 인민폐로 중국제 무기를 포함한 재화와 서비스를 사들이는 거래 방식을 정착시키지 않도록 설득 내지 협박하는 일이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되면 1974년 이래 유지되어온 석유달러체제의 근간이 무너지게 되기 때문이다. 석유달러체제란 사우디 석유를 미국이 미국 달러로 수입하고, 사우디가 그 돈으로 미국의 무기를 포함한 외국의 재화와 서비스를 사며, 잉여 달러는 외환보유고로 보유하되 그 대부분을 미국 국채를 사서 보유하는 체제, 그리고 다른 산유국들도 대부분 사우디의 선례를 추종하던 체제를 말한다. 산유국들이 석유 거래 시 달러만을 사용하게 되면 비단 산유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석유 소비국들도 필요할 때 적시에 석유를 구입하기 위해 실제로 필요한 것 보다 훨씬 많은 달러를 상시 보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이유로 산유국과 석유 수입국이 공히 달러를 대량 보유하게 되는데, 그 달러 외환 보유고는 다시 미국의 국채를 사서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약 반세기 동안 산유국들과 석유수입국들이 달러표시 외환보유고를 쓰지 않고 미국 국채 형태로 보유하기만 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계속 달러를 찍어내도 통화 공급 과잉에 따른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는, 대단히 유리한 금융환경을 유지해 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 만약 사우디 같은 큰 산유국이 그런 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달러 대신, 혹은 달러와 병행하여 인민폐 등으로도, 석유를 거래하게 되면, 산유국들이 보유한 외환보유고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와 같은 석유수입국들도 석유 수입에 대비해 그토록 많은 달러를 쌓아 둘 필요 없이 각국과의 무역을 통해 발생한 흑자를 무역상대국의 화폐나 인민폐, 유로화, 엔화 등 또 다른 기축통화들로 필요한 양만큼만 보유할 수 있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달러 표시 미국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 국채 원금과 이자를 달러로 환전을 해서 다시 시장에 유통시킬 가능성이 매우 커지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과다한 달러화가 유통되면 미국의 물가가 올라가서 미국인의 실질 소득은 줄어들고, 미국이라는 국가의 구매력(즉 경제력)도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근 상당 기간 동안 미국에 10%에 육박하는 인플레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가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경제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인민폐 등으로 석유 거래를 하는 산유국들이 기왕에 보유하고 있던 달러 외환보유고를 현격히 줄여서 그 달러로 상품을 구매한 탓이 아닐까 짐작된다. 그런데 사우디나 UAE같은 중동의 산유국들까지 인민폐나 다른 화폐로 석유를 수출하게 되면(이미 부분적으로 그런 조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징후도 감촉되고 있다), 여러 석유 수입국들조차도 외환보유고를 줄이거나 보유 외환의 종류를 달러 외에 다른 화폐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쯤 되면 미국의 대통령이 더이상 인권과 같은 명분에만 매여 있을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위와 같이 심각한 국가이익 수호를 위해 추진한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 끝나고, 7월 15일 발표된 미국-사우디 공동성명에는 A4용지 6페이지 이상의 성과들을 열거되어 있었으나, 원래 기대한 내용들은 하나도 들어있지 않았다. 8월 3일 사우디가 주도하는 OPEC은 월 석유생산량을 10만 배럴까지 증가시킬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그 분량은 세계 석유 수요의 0.1%에 불과한 미미한 양이었다. 8월 21일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내년부터 하루에 약 1270만 배럴의 기록적인 원유 증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8월 22일 사우디 석유장관 Abdulaziz bin Salman 왕자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OPEC Plus가 언제든지 석유 생산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 미국이 증산하면 사우디는 감산함으로써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다. 종합해 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지는 못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중국과 사우디의 관계증진 경과

  사우디는 석유 수출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석유를 제외한 경제력과 군사력 측면에서는 강국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사우디는 지금껏 중동의 군사 강국들이라고 할 수 있는 이라크, 이란, 그리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 등으로부터 자국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국에 많이 의존해 왔다. 그런데 어떻게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이처럼 짧은 기간에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나라가 된 것일까? 물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디와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였던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대해 부정적 태도를 표방했고, 사우디가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관계가 어긋난 측면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과거 최대 석유 수입국이던 미국이 쉘 석유 채굴로 인해 세계 최대의 석유 생산국이자 석유 수출국이 되면서 사우디와 경쟁 관계가 된 반면, 경제 발전으로 석유 수요가 많아진 중국이 주요한 석유 수입국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며, 중국이 이러한 보완적 경제 관계를 토대로 사우디, UAE, 이란 등 중동 국가와의 관계를 꾸준히 증진시켜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우디는 우리나라, 로마교황청과 함께 1980년대 후반 끝까지 대만에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던 대표적인 세 나라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 셋 중 사우디가 가장 앞서서 1990년 중국(대륙)과 수교하였고, 1992년에는 우리나라까지 중국과 수교하자 대만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사우디는 절대왕정국가였으므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공산당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인 중국(PRC)과는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다. 무엇보다 1974년 미국과 협정을 체결, 자국의 석유를 다른 나라에 수출할 때 미국 달러만 지불수단으로 사용하고, 대신 자국의 안보는 미국이 지켜 주기로 약속한 이른바 석유달러체제를 가장 먼저 확립한 나라였기에 더욱 그렇다.

  중국과 사우디 관계는 수교 후 10여 년간은 매우 완만한 속도로 관계 증진이 이루어지다가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서야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먼저 고위인사 상호방문이 빈번해졌는데 중국의 후진타오(胡琴濤) 국가주석(2006년과 2009년), 시신핑(習近平) 당시 국가부주석(2008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2012년), 시진핑 국가주석(2016년), 사우디의 살만 당시 왕세자(1999년), 압둘라 국왕(2006년), 무하마드 왕세자(2016년), 살만 국왕(2017년) 등 정상급 인사들의 상호방문이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2020년 코로나19 만연 이후 직접방문이 힘들어지자 시진핑 주석은 사우디의 살만 국왕과 3회, 국왕을 대신해 실질적 통치자 역할을 하고 있는 MBS 왕세자와 2회 전화 회담을 가졌다. 그중 가장 최근에 이뤄진 MBS와의 전화 회담은 2022년 4월 15일에 있었는데, 양국관계 외에 우크라이나의 정세 등에 관해서도 협의하였다.[2] 양국의 장관급 이상 외교, 국방, 경제관계 고위인사들의 상호방문은 더욱 자주 이루어졌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겸 외교부장은 코로나 와중에도 2021년 7월 사우디를 필두로 중동 6개국을 순방하였고, 사우디의 파이잘 외무장관과는 6차례 이상 통화하였다. 금년 3월에는 사우디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을 초청하였고, 그 방문이 금년 라마단(4월 경) 이후에 추진될 것이라고 시기를 특정하여 구체적으로 예상하는 미국언론 보도도 있었다.[3]

  경제교류 측면을 살펴보면 사우디는 2001년 이래 중국의 중동지역 최대 무역파트너가 되었고, 중국은 2013년 이래 사우디의 최대 무역파트너가 되었다. 2021년 중국-사우디 무역액은 873억 미불로 전년대비 30.1%가 급증하였는데, 그중 중국의 수입액이 570억 미불로 65%를 차지, 사우디의 흑자폭이 300억불이 넘었다. 사우디의 수출품은 대부분 석유이고, 중국의 수출품은 전기기기, 철강, 의류 등이었다. 2016년 1월 시진핑 주석의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일대일로 공동 건설에 관한 MOU를 체결하였고, 양국 간의 전면적·전략적 파트너 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도 발표하였다.[4] 2021년 8757만 톤에 달한 중국의 사우디 석유 수입량은 사우디의 대외 석유수출의 전체의 25%를 넘는 비중을 차지, 중국은 사우디의 최대 석유 고객이었다. 2022년 상반기 양국 간의 무역액은 3571억 인민폐를 상회, 전년 동기 대비 40% 정도 증가하였다. 사우디는 대중국 석유수출의 일부를 인민폐로 결제하는 방안을 중국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5] 사우디는 2015년 중국으로부터 다수의 “이롱(翼龍)” 무인기를 구입하였고, 2017년 살만 국왕의 중국 방문 시에도 650억 불어치의 구매계약을 체결하는 등 군사협력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6]

  이상에서 보듯이 중국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과의 관계 증진에 집요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특히 최근 중국 인터넷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는 다음의 두 가지 사례는 중국이 사우디와의 관계를 증진에 어느 정도 비중을 두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중국이 사우디와 수교하기 3년 전인 1987년에 이미 중국의 Dongfeng(東風)-3 중거리탄도미사일 35기를 사우디에 판매했다는 것이다. 당시 사우디는 이스라엘-이란 관계,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등 주변 안보 환경 악화를 우려, 원자탄, 미사일 등 전략무기를 간절히 원했는데, 미국과 소련은 모두 거절한 반면, 중국은 사우디가 미수교국인 중국에 미사일 공급을 타진하자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사우디는 동펑 미사일 35기와 부설 장비의 대가로 당시 중국 외환보유고의 2배에 달하는 거액(40억 미불)을 지불했는데, 이는 당시 군비 유지 자금이 부족했던 중국군에게도 도움이 되었지만, 그 이후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에서 사우디를 지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7]

  또 다른 사례는 중국이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 고속철도 건설을 출혈을 무릅쓰고 추진했다는 점이다. 2010년 사우디는 메카의 성지 순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0억 인민폐에 해당하는 자금 지출 계획 하에 이 고속철도 건설 발주를 하였다. 그런데 당초 사우디가 참여할 것으로 기대하였던 미국과 일본 측 회사가 참여하기를 꺼려하자, 중국 측 회사가 참여하게 되었다. 중국 측 회사는 우여곡절 끝에 이 공사를 마무리하였으나 40억 인민폐에 해당하는 손실을 보았다고 한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와 언론으로부터는 이 철도가 단순한 교통선로를 넘어 중국과 사우디의 우정의 선로라는 찬사를 받았다고 한다.[8]

  위의 사례들은 아직도 비밀로 관리해야 할 만한 내용이라고 볼 수도 있음에도 현 시점에 인터넷의 다양한 매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점이 다소 특이하다. 아마도 미국 언론이 보도한 대로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이 추진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방문에 앞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우호적 여론 조성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과거의 미담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중국의 대중동외교 강화의 전략적 함의

  중국의 대중동외교 강화는 개혁개방 이후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자 안정적인 원유 공급망 확보를 위해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량이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아진 반면에, 미국은 다량의 쉘석유 채굴로 국제원유시장에서 중동 산유국과 경쟁관계에 들어가면서, 중국은 점차 자국의 석유 수입을 중국 인민폐의 국제화와 연결하여 1970년대 이래 유지되어온 미국의 석유달러 체제를 잠식하는 기제로 활용할 의도를 가지게 되었고, 미국도 이 점을 우려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거전에서 사우디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한 일도, 따지고 보면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의 친사우디 정책에 대한 반감이라는 국내정치적 요인보다는 오히려 사우디를 압박하여 사우디의 친 중국 정책을 돌려세우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언급한 대외정책이 무엇이었는가. 바로 사우디 관련 건이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의 의도와 달리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과 미국의 디커플링은 미국의 압박만으로 쉽게 돌려세울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있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세계 석유 시장의 구도 자체가 20세기 후반기와는 달라졌고,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 산유국들에게 과거 미국이 담당하던 석유 구매뿐만 아니라 무기 공급까지 담당할 수 있는 중국이라는 훌륭한 대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게다가 2014년을 기점으로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측면에서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미국의 입장에서, 무역이라는 경제적 수단만으로 중국과 경쟁하기는 이제 쉽지 않다. 중동의 산유국들도 중국, 인도와 같이 인구가 많고 산업화 속도가 빠른 석유 수입국들의 구매력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는데, 중국과 인도 등은 동서 냉전시대와 같은 양극화 된 세계 시장보다는 기왕의 세계화되고 개방된 시장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달러의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석유와의 연계만으로는 힘들게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인가 새로운 매개체를 찾아내거나 금을 매개로 해야 하는데 금 보유량도 중국이 미국보다 많다는 보도가 있어서 향후 미국의 달러 방어 전략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당장은 미국 연준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려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역대 최고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고금리를 지속할 경우 미국 경제 자체에 미치는 부작용도 매우 크기 때문에 이런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이 인플레를 억제하지 못해 달러 가치 하락을 막지 못하면, 달러 투매 사태가 일어날 수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1985년 당시의 플라자 합의처럼 미국의 입장에서 신묘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처지이다.

  현재 미국이 중국에 대해 상당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는 군사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기에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은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방문도 그와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후에도, 수시로 대만에 대한 군사적 지원과 안전보장을 강화하거나 북한 핵과 관련하여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방식으로 중국을 지속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중국의 경제성장을 더디게 해 미국을 추월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의 이러한 접근법이 중국뿐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성도 크게 해친다는 점이다. 미중간의 브링크맨쉽이 자칫 잘못될 경우에는 구한말과 같이 한반도 혹은 한반도 주변에서 강대국 간의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위험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런 각도에서 우리나라는 전 세계를 무대로 전개되고 있는 미중 양국의 화폐전쟁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워 진행 상황을 예의 관찰, 파악하고, 그때그때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미중관계 동향을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문화적 측면 등 종합적 각도에서 예민하게 추적하고 때에 맞춰 대응하는 범정부적 대응체계를 우선적으로 수립할 필요가 있다.

 

 

[1] 2021년 2월 4일자 뉴욕타임즈 “Biden Signals Break With Trump Foreign Policy in a Wide-Ranging State Dept. Speech” 및 2021년 2월 18일자 Financial Times “’Reality bites’ as Biden tries to loosen ties with Saudi Arabia”제하 기사

[2] 2022년 4월 16일자 신화사 통신 보도 

[3] 2022년 3월 14일자 Wall Street Journal지 보도

[4]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5] 2022년 9월 23일자 환구시보 게재 주중사우디대사 환구시보 인터뷰 기사 

[6] 2021년 6월 28일자 왕이(網易) 인터넷 기사 

[7] 2020년 6월 17일자 바이두(백도) 인터넷 기사 

[8] 2022년 9월 24일자 소우후(搜狐) 인터넷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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