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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진추하와 매염방

 

  얼마 전 한양대에서 근무하는 선배와 전화 통화를 했다. 꽤 오랜만의 연락인지라 이런저런 서로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만간 한번 보자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한양대라 하니, 문득 진추하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3년 전 봄, 한양대에서 진추하를 만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왕년의 빅스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며 갔던 기억이 난다. 좌담회 형식의 자리였는데, 진후하는 그 자리에서 주로 은퇴 후 자선재단을 세워 활동하고 있는 최근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물론 추억의 명곡 <One Summer Night> ,<Graduation Tears >, <偶然> 등에 얽힌 이야기, 그 노래들이 실린 1976년작 영화 <사랑의 스잔나>에 대한 이야기들도 중간중간 들려주었는데 무척 신기했다. 진추하는 영화와 노래의 히트로 단숨에 아시아의 톱스타로 떠올랐다. 게다가 중화권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금마장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이 모든 것이 그녀의 나이 불과 20살 때 일이었다. 다음 해에는 <추하 내사랑>이라는 일종의 속편이 제작되어 이 또한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한홍 합작영화라는 의미도 있는데, 막상 작품에 대해 말하자면 지금의 시점에선 너무 올드하고 진부해서 관람을 권하기 어렵다. 그보다 개인적으로 특히 놀라운 점은 <사랑의 스잔나> 속 OST 5곡을 모두 자신이 직접 작곡했다는 점이었다.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해 중화권 대중문화를 휩쓸었다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한 재능이었던 것 같다. 또 하나 인상적인 것은 짧은 활동 뒤 미련없이 연예계를 떠났다는 것이다.

  7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는 진추하의 노래가 여러 번 흘러나오는데 그만큼 그녀의 노래와 감성은 당시의 한국인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극장에서 직접 진추하를 본 세대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진추하의 노래를 접하고 좋아했다. 진추하 노래에 대해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는데, 우리 한국에서는 <One Summer Night>이 특히 큰 사랑을 받았고, 대만에서는 <Graduation Tears >가, 그리고 싱가폴에서는 <우연>이 가장 인기 있었다고 한다.

 

[그림1] <사랑의 스잔나> 포스터

 

  얼마 전 부산영화제가 폐막했다. 늘 그랬듯 올해도 많은 중국영화가 출품되었다. “중국영화의 미래”라는 제목의 섹션이 따로 마련될 정도였다. 그 외에도 여러 다양한 섹션에 많은 중국영화들이 출품되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가는 중국영화는 영화제 폐막작이기도 한 <매염방>이었다. 최초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였다. 매염방이 누구인가, 가수, 배우로 크게 성공하고 발자취를 남긴 홍콩, 나아가 아시아의 슈퍼스타였다. 아시아의 마돈나, 그리고 홍콩의 딸이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많은 사랑과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런 그녀의 일생을 담은 영화라 하니 애틋하기도 하고 과연 어떤 내용을 담았을까 무척 궁금했다. 하지만 부산영화제에 참가하여 <매염방>은 본 친한 친구의 평은 낮았다. 국내 언론에도 영화에 대한 리뷰나 평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친구가 미국 버라이어티지에 실린 <매염방> 평도 요약해 들려주었는데, 역시나 결론은 별로였다. 직접 봐야 좀 더 구체적으로 알겠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것 같아 조금 실망스러웠다.

  어쨌든 말이 나온 김에 매염방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이렇다. 많은 한국인들에게 매염방은 배우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가수로서의 성취도 그 못지않게 대단하다. 아니 어쩌면 더 높을지도 모르겠다. 80년대 매염방은 알란탐, 장국영과 함께 무적 3인방이라 불리울 만큼 가수로서 대단한 인기를 구가했다. 앞서 언급한 진추하가 70년대에 전성기를 이루었다면, 매염방은 8, 90년대 까지 가수로 전성기를 누렸다. 1987년 한해 그녀의 콘서트에 다녀간 인원이 무려 17만명 이었는데 이는 엄청난 기록이었다.

  1996년 처음 중국에 어학연수를 가서 알게 된 또래의 중국 여학생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로 매염방을 꼽았다. 어라, 매염방은 배우 아닌가,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매염방을 연기 잘하는 배우로만 인식하고 있었다. 그 친구가 꼭 들어보라고 매염방 테이프를 몇 개 빌려주었고, 그 이후로 나도 가수 매염방의 팬이 되었다. 유학중이던 2003년 여름 매염방은 상하이에 와서 콘서트를 열었다. 그때 한번 가보려고 표를 알아보기도 했으나 아쉽게도 가진 못했다.

  개인적으로 매염방 노래중 몇 곡을 꼽아보라면 <女人花>와 <親密愛人>, 그리고 <영웅본색3>의 주제가 <夕陽之歌>가 떠오른다. 영화로는 역시 <연지구>가 가장 먼저 떠오르고, 이어서 <금지옥엽2>, <미라클>, <반생연>, <영웅본색3>같은 영화가 생각난다. 돌이켜보면 배우로서 매염방은 빼어난 미모라기 보다는 선이 굵고 시원시원하며 개성이 강하고 자유분방했으며, 뭔가 좀 매니시한 매력이 돋보였던 것 같다. 매염방은 노래도, 연기도 잘하는 진정한 스타였으며, 홍콩의 사회적 이슈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용기 있는 시민이기도 했다. 그래서 홍콩의 딸이라는 조금 특별한 애칭도 붙지 않았나 싶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도 가수 매염방의 진가가 좀 더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림2] <매염방>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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