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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홍콩 무협의 전설, 왕우

 

  지난 4월 홍콩 무협영화의 전설 왕우(王羽)가 향년 80세로 별세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별세를 아쉬워하며 추모했다. 왕우는 중화권은 물론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범아시아권 스타였다. 적룡, 나열, 강대위 등과 함께 6, 70년대 홍콩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만들어간 톱스타였고 이소룡과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었으며 배우를 넘어 감독, 제작까지 영역을 넓혔던 홍콩영화계의 파워맨이기도 했다.

  왕우하면 역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아시아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독비도>(獨臂刀, 국내명: 의리의 사나이 외팔이) 시리즈다. 1967년 작 <독비도>는 그를 아시아 톱스타 반열에 올리며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도 큰 흥행을 한 작품이었다. <독비도>는 홍콩 무협의 거장 장철의 본격적인 등장을 알린 영화이기도 한데, 한쪽 팔이 잘린 채로 벼랑 끝에 몰린 주인공이 각고의 수련을 거쳐 복수를 완성시키는 이야기로 강렬한 카타르시스와 함께 고독함과 비장미가 잘 살아있다. 기존의 무협영화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른, 남성성과 폭력성이 극대화된 새로운 스타일의 무협영화였다. <독비도>의 대히트로 수많은 아류작들이 범람했고 왕우는 쇼브라더스 최고의 슈퍼스타로 우뚝 선다.

  2년 뒤 선보인 속편인 <독비도왕>(獨臂刀王, 국내명: 돌아온 외팔이) 또한 많은 화제를 낳으며 흥행을 이어갔다. 장철과 왕우의 협력은 이번에도 성공적이었다. <독비도>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복수를 완성하는 어두운 비장미를 보여준 것에 반해 <독비도왕>은 훨씬 밝은 분위기로 극을 이끌어간다. 요컨대 절대 무공의 주인공이 악당들을 차례로 처단해나가는 통쾌함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참고로 또다시 이어진 <독비도> 시리즈인 <신독비도>(新獨臂刀, 1971)는 속편을 표방했지만 스토리가 이어지는 작품은 아니었고, 주인공도 왕우가 아닌 강대위가 맡았다.

  <독비도>와 함께 왕우의 또 다른 대표작을 꼽는다면 <금연자>(金燕子)와 <대자객>(大刺客)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들 역시 장철이 감독을 맡았다. <금연자>는 국내에서 <심야의 결투>라는 제목으로 개봉되었고, 극중 왕우는 정패패, 나열 등과 함께 유혈이 낭자하고 비장미 가득한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대자객>은 국내에서 <대협객>이란 이름으로 소개되었고, 전작들과는 좀 다르게 춘추전국을 배경으로 삼아 다소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사극영화의 느낌을 주는 영화다.

 

[그림1] <독비도> 포스터

 

  쇼브라더스의 간판 스타로 시대를 풍미하던 왕우는 엄격한 스튜디오 시스템 하에서 영화를 찍는 것에 불만을 품고 쇼브라더스와 갈등을 일으키고, 급기야 회사를 떠나 자신이 직접 영화를 연출하기에 이른다. 1970년 <용호투>(龍虎鬪, 국내명: 용호의 결투)라는 영화를 연출하여 흥행에 성공한다. 이후에도 <흑백도>를 비롯 여러 편의 영화를 감독하고 주연을 맡았다. 이후 쇼브라더스와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자 대만으로 건너가 영화 활동을 지속했고 대만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림2] <독비도왕> 포스터

 

  왕우의 영화들을 극장에서 본 세대가 아닌 필자는 한참 나중에서야 공부 삼아 왕우를 비롯해 적룡, 강대위 등의 당대 톱배우들과 거장 감독 장철, 호금전의 영화들을 찾아보았는데, 그를 통해 6, 70년대 대단했던 홍콩 무협영화의 분위기를 어렴풋하게나마 감지할 수 있었다. 또한 천왕거성이라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왕우가 세계적 인기를 구가했던 또 한 명의 슈퍼스타 이소룡과 동시대를 살았다는 사실도 대단히 흥미롭게 느껴졌다.

  이 전설적 배우의 존재감을 제대로 확인한 영화가 2011년 진가신 감독이 만든 <무협>이다 극 중 왕우는 신분을 숨긴 채 살아가는 고수 견자단을 쫓는 조직의 두목역으로 나오는데, 등장만으로도 강렬한 아우라를 풍기며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다. 현존 최고의 액션스타 견자단과 전설 왕우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낳았다. 왕우는 한국에도 여러 번 온 적이 있는데, 2006년 부천영화제, 2013년 부산영화제에 초청되어 특별전을 개최하기도 하고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또 한 시대가 저물었다. 그의 명복을 빈다.

 

[그림3] <무협>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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