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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죽음에 대한 고찰, <낙엽귀근>

 

  세상에 슬픔이 없고 사연이 없는 죽음이란 게 있을까. 필자는 지난 연말 가족 중 한 분을 떠나보냈다. 너무 빠른 이별에 황망함이 컸고 미처 다하지 못한 말들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와 통한의 눈물을 쏟았지만, 떠난 이는 말이 없으니 허무함과 적막감이 크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점점 더 많은 이들과 이별한다는 것과 같다. 친지, 친구, 동료, 지인의 떠남을 지켜보는 것은 슬프고 힘든 일이다. 겪을수록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 늘 아프고 늘 허망하다. 사실 조금쯤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죽음이란 것도 인간사의 자연스러운 한 과정일 터, 좀 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머리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대부분의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그 순간 철학도 이성도 다 부질없는 관념적 수사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한편 요즘에는 웰다잉이라는 화두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대부분 말하길 꺼리고 회피하려고 하는 죽음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되는 분위기도 있는 것 같다. 여기 죽음에 대한 한 고찰이랄까, 깊이 있는 시선이랄까, 나아가 우리 인생과 희노애락에 대한 꽤 입체적인 묘사를 하면서 많은 감동과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수작이 있으니, 바로 <낙엽귀근(落葉歸根)>이라는 영화다. 허망함과 쓸쓸함에 마음이 흔들리던 차에 갑자기 이 영화가 떠올라 최근에 다시 한번 보았다. 역시나 웃기다가 찡하게 만드는 멋진 작품이었다.

 

[그림1] <낙엽귀근> 포스터

 

  2007년도 작품인 이 <낙엽귀근>은 중국의 최고 코미디언으로 유명한 조본산이 주연을 맡아 명불허전의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쥐락 펴락하면서 웃기고 울린다. 감독은 <애정 마라탕>, <샤워>, <해바라기> 등으로 잘 알려진 6세대 감독 장양이다. 역시 한방이 있는 실력파 감독이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더 애틋하고 감동적이기도 하다.

  영화는 함께 일하던 동료가 갑자기 죽자 동료를 고향에 데려다주겠다며 길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죽은 동료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고 사람들은 그냥 화장을 하는 게 낫다고 말하지만 남자는 고집을 꺾지 않는다. ‘낙엽귀근’이라는 성어처럼 그는 ‘사람은 반드시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고, 생전에 친구와 했던 약속을 지키겠다며 끝끝내 친구의 고향 중경을 향해 떠난다. 시체를 데리고 머나먼 곳으로 떠난다는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평탄치 않을 상황이 예상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의 여정은 험난하고 파란만장하다. 그의 사연을 듣고 도움을 내미는 사람부터, 외면하는 사람, 남자를 등쳐먹는 사람, 또 다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사람 등등 별의 별 사람을 만나고 그 길에서 수많은 에피소드들이 펼쳐진다. 남자는 최악의 상황에 처해도 화를 내거나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 점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한편의 로드 무비이기도 한 이 여정 속에는 유머와 해학, 삶의 짙은 페이소스가 생생하게 펄떡이며 관객들을 웃기고 또 뭉클하게 만든다. 우리네 삶에 대해, 죽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게 하는 힘이 있다.

 

[그림2] <낙엽귀근> 스틸 컷

 

[그림3] <낙엽귀근> 스틸 컷

 

  영화는 결코 신파나 권선징악에 기대지 않는다. 우리네 인생 굽이굽이 마다 담겨있는 희노애락을 여러 에피소드에 녹여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고, 웃음 속으로 천천히 스며드는 슬픔, 진지함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속에서 반짝이며 빛나는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무거울 수 있는 죽음, 그리고 사람들을 짓누르는 차갑고 무거운 삶의 무게를 해학과 위트, 그리고 페이소스로 변환하여 결코 무겁지 않게 잘 담아낸 수작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우리 삶의 슬픈 부분들을 무겁지 않게 담아냈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울컥하며 눈가가 뜨거워진 장면들이 꽤 있다. 예컨대 커다란 자동차 바퀴 안에 친구를 담아 마치 개선장군처럼 씩씩하게 바퀴를 굴리던 장면, 여러 우여곡절 끝에 몸도 마음도 지친 남자가 이젠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묻겠다고 땅을 판 자리에 직접 들어가서는 그곳이 마치 엄마 품처럼 편안하다며, 나도 지쳤으니 같이 떠나자고 말하던 장면 등에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연민이랄까, 서글픔이랄까, 아, 인생이란 왜 이렇게 서럽고 쓸쓸하단 말인가.

살면서 만나는 여러 문제들로 힘들고 슬플 때,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들에 속상하고 짜증이 날 때, 이 영화 <낙엽귀근>을 본다면 적지 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림4] <낙엽귀근>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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