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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연재] 선충원의 「도시 어느 여인」(4)

 

 

도시 어느 여인(4)
(都市一夫人, 1932)

 

 

선충원(沈從文)

 

  그 청년 상위는 이런 종류의 스펙터클하게 호화로운 풍모에 놀란 듯했고, 그의 친구가 그를 의식하고 첫 마디를 나누자 자긍심을 잃은 모양은 오랜 친구의 두 눈을 속일 수 없었다.

  상교는 술잔을 들고 젊은이를 바라보며 눈썹을 조금 모으고 신호를 보냈는데, 그 의미는 바로 “젊은이, 조심하게, 무릇 자네 눈을 빛나게 하는 건 중독이 되는 법이니, 이 점 명심해야 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한 가지 우스운 예감이란 그 상교 마음속엔 은근히 가벼운 질투가 섞여 있어, “이제 곧 꺼지려 하는 횃불이 한 번도 불붙지 않은 횃불과 같이 있으면 아주 커다란 빛을 발하게 마련이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상상이 이상하여 그는 웃음이 나왔다.

  좀 지나 여인이 원래 그 문 쪽으로 다가가 창문 블라인드 한쪽을 내리고 흰옷을 입은 시녀에게 지시하더니 칭찬 좀 해주고 이쪽을 바라봤다. 그렇게 돌아보는 모양이 상위에게는 그렇게 존귀하고 다정할 수 없었다.

  “상교님, 안녕하시죠, 별일 없으시지요?”

  상교라 불린 사람이 말했다. “모든 일이 여전해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스타여, 하늘이 보우하사 오래도록 즐겁고 아름답기를.’” 뒤에 두 구절은 이 사람이 책에서 나오는 말을 인용하여 신사가 귀부인에게 바치는 말씀이니 겸손하면서도 아첨하는 말이어야 했고 그래서 그 역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여인이 웃었다. “상교님은 시인이세요, 대회장에 나가서 XX의 시를 낭송하고 군중들 박수를 받으셔야죠!”

  “그 어떤 영예도 당신 칭찬 한마디와 비길 수는 없지요.”

  “정말 이런 곳에선 보기 힘든 학식 있는 장교시라니깐.”

  “감사해요, 당신에게 듣자니 욕지거리라도 잊을 수 없이 행복하군요.”

  여인이 이편으로 다가오며 젊은 상위를 바라보고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이 상교님을 괜히 ‘위엄있는 풍격을 지닌 참모’라 부르겠어요?”

  “아닙니다, 위엄있다니 당치도 않아요. 위엄도 천성이라 할 수 있지요. 천성은 배운다고 되는 것이 아니죠!”

  “이리도 학식 있는 상교님이라니, 오늘은 손님 모시는 거죠?” 여인은 줄곧 그 상위를 바라보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그런 듯, “이분은 여기 처음이신가 봐요” 했다.

  상교는 앞에 있는 친구를 보며 여인에게 대답했다. “소개시켜 드려야겠어요. 여기는 제 친구, 정동지라 하고, 이쪽은 노병 클럽 진행자 XX양.” 두 사람은 소개를 받고 똑같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소개는 제격이지만 딱히 필요치는 않았으니, 큐피드의 신은 사람 이름을 물어보기 전에 이미 화살을 쏘기 때문이다.

  그 상교는 곧 지나치지 않은 농을 몇 마디 던지니 모두들 좀 자유롭게 긴장을 풀고 자연스럽게 보내라는 의미였다.

  여인은 상교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니 “상교님, 당신 친구분 참 잘 생기셨네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상교는 마음속으로 엄숙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도 아름답소. 당신 아름다움이 위험할까 무섭고 우리 친구는 잘생겨서 사람을 아둔하게 만든다오.” 자연히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

  여인은 젊은 군인이 학생이라 생각하고 생각나는 대로 물었다. “기병 학교에 다니시지 않아요?”

  상교가 말했다. “뭐라고요? 내가 마부 하나 데리고 여기 왔을까 봐요? 총명하기 이를 데 없는 사람, 여기 위엄이라곤 하나 없는 군인이 왔다고 놀리지 맙시다!”

  여인은 이런 농담을 던지며 커다랗고 위험한 눈동자 한 쌍으로 테이블 앞의 상위를 살피는데, 때마침 그 젊은이도 고개를 들고 자제력을 발휘하여 눈길을 교환하더니 이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눈길을 피했다. 여인은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며 말했다. “알았다, 알았어. 사관학교를 갓 나온 인물이니 이 위엄이 이제 생각났어.”

  “사관생도라 역시 위엄이 다르지?” 상교는 말하며 친구를 바라보고 그런 면이 어디 있나 찾는 듯했다.

  여인이 말했다. “어린아이가 수줍어하는 위엄이네!”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그 상교는 불길한 느낌이 좀 들었고 이제 점점 더 심해져 여인의 말이 너무 위험해 수습하기 곤란하다 생각했다. 유명한 사람들을 수없이 봐온 여인이기에 두 군인 앞에서 거리낌이 없더라도 생면부지의 사람이 업신여기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고, 게다가 나이도 벌써 서른네다섯이라 그 젊은 친구 때문에 난감해질 일도 없었다. 하지만 여인은 스스로 자기 위험을 모르는 것인지, 여자 경험이 없는 젊은이는 자제력도 별반 소용이 없어 그녀에게 홀딱 빠지고 만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하지만 달리 무슨 방법이 있다고 이 횃불이 저 횃불로 다가가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그는 노병 장군에게 들은 여인의 과거 운명을 기억하고 혼자 고개를 숙이고 쓴웃음을 짓고 모두 그냥 넘겨버렸다.

  하지만 여인은 무슨 다른 일이라도 있는 양 몇 마디 하고 떠났다.

  상교는 그의 젊은 친구가 침묵하며 말이 없는 모양을 보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았고 또 지금은 그 누가 여인을 언급하는 걸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아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젊은 친구는 그런 추측이 틀렸다는 듯 오래된 친구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저 여인은 참 괜찮아서 신선한 꽃이 가득한 방에서 편히 있던지, 젊은이들이 하나같이 그녀에게 고개를 숙이고 사는 생활을 누려야지, 왜 여기까지 와서 여주인 노릇을 할까요?”

  상교가 여인의 과거 역사에 대해 낱낱이 친구에게 말해주기 쉽지 않았다. 여인이 채 열여섯이 되기 전 이미 누군가 데려갔으며 떠들썩한 나날을 보냈다고 말하기 어려웠고, 여인이 지금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 젊은이에게 알려주긴 더 어려워, 다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 사관학교 출신이라고 사람들이 알아보지만 나는 도통 구분을 못 하겠어.”

  그 젊은 상위는 잠시 침묵하며 방금 전 장면을 생각해내려 노력하는 듯하다가 이렇게 물었다.

  “그 여인의 두 눈동자가 어쩐지 친숙해요.”

  상교는 별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척하며 친구에게 단술 한 잔을 따르고 속으로 생각했다. “남자들이란 눈동자가 맘에 들면 보통 그런 식으로 말하는 법이지. 게다가 그런 눈동자는 오륙 년 전 이름난 도서 잡지에서 많이 나왔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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