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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연재] 선충원의 「도시 어느 여인」(3)

 

 

도시 어느 여인(3)
(都市一夫人, 1932)

 

 

선충원(沈從文)

 

  그런데 그 여인은 그렇게도 젊고 외로워서 앞서 그 남편과는 정식으로 결혼한 입장도 아니고 그녀 행동을 구속할 권리 또한 없어 오래 지나지 않아 양부를 저버리고 마흔 살 먹은 친구 꾀임에 넘어가 떠나고 말았다. 그 친구는 노외교관을 배신하고 여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어 여자는 맹렬히 그 중년 신사를 사랑했지만, 그 남자는 회의 상에서 XX가 명류내각(名流內閣)으로 들이밀어 내각의 일원으로 발표되자 군벌 XX의 처제와 약혼을 하고도 이쪽과도 여전히 애매하게 계속 왕래했다. 여인이 사실을 알고 아주 상심하여 양부에게 꼬임에 빠진 일체를 낱낱이 고해바쳤다. 노외교관이 따져 묻자 그 신사는 깨끗이 인정하고 첩의 지위로 여인을 원했는데, 왜냐하면 그 신사는 여인의 근본을 알고 그 집안에서 애매한 신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허영과 필연이 습관으로 굳은 여인은 신사를 매우 사랑했기에 이 제의를 거절하지 않고 멀지 않아 장관의 후실로 들어가게 되었다.

  XX 위원회에서 수뢰 범죄가 발각된 후 몇몇 유명인사들이 연루되어 X 장관은 상하이로 달아났다. 상하이로 옮긴 후 X 장관은 두 번째 후실을 앉혔는데, 기원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은 인물로 여자가 명목상으론 아무 지위도 없지만 사실상 적군이 하나 들어온 것이었고, 상황이 더 안 좋게는 얼마 안 가 남편이 베이징 정부에서 보낸 사람에게 상하이 호텔에서 암살당한 것이었다.

  노외교관은 그때 이미 독일로 시찰을 나간 후였다. 운명이 그녀에게 계시를 준 것은 바로 드넓은 세상으로 나가 자유롭게 행동하며 다시는 남자에게 능욕당하지 않고 반대로 남자를 능욕 주는 일이었다. 그녀는 새로 온 후실과 지극히 좋은 우정을 쌓아 그 기녀 출신 여인의 권고를 따라 두 사람 모두 상당한 금액을 챙기고 원래 지위를 벗어났다. 두 사람은 각기 상하이에서 생활하며 실제론 기녀의 삶을 살았다. 그녀 용모와 본능은 이 직업에 적당하고 게다가 상류 계급에서 배워 사회에서 써먹는 기품이란 보통 기녀들에겐 없는 것이라 꽤나 성공적이었다. 그녀는 사업하며 풍부한 향락을 얻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향락을 주었다. 상하이 배불뚝이 매판상인들과 큰 코 흰 얼굴 서양인 사장님들은 그녀 처소에서 동방 귀족의 인상을 받고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을 흠모하고 사모하는 사람들에게 최후의 번제(燔祭)를 헌상하여 그녀 때문에 파산하고 자살한 사람이 제법 되었다. 그녀는 일종의 복수심으로 만족하며 사치와 방종으로 나날을 보내고, 그러면서 상하이 일대 화류계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남자란 그저 디딤돌로 삼아야 이 업계에서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고 법도를 따르도록 만들 수 있는 법이지.” 이 말은 그녀가 종종 하는 말로 그녀 철학은 그녀와 가까이한 첫 번째 남자를 포함한 모든 남자들과의 경험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을 목표로 삼으려 하거나 한번 가지고 놀려고 하면 아주 열정적으로 변하고, 결국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곧 싫증이 나 단번에 손을 놓고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장장 십여 년 세월을 보냈다. 이 동안 그녀는 그녀 사업에 매우 흥분했고 어떤 경우에는 절제가 부족해서 원인 모를 나쁜 병에 걸려 병원에서 꽤 오래 지냈다. 장기간 치료를 거친 후 병이 좀 나아져 퇴원하자,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 좀 계획을 세워 새로 사업을 일으킬 것인가 아니면 원래 갔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를 생각했다. 허다한 곤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어떤 직업이건 중간에 한 번 멈추면 다 그런 법이었다. 시대풍조는 바로 거기서 변화가 있는 법이고 어떤 새로운 풍조든지 옛것을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이 일어나니 그녀 사업에서도 이런 종류의 추이가 없을 리 없었다. 더 나쁘게는 그녀의 병이 퍽이나 친절한 인사들을 놀래 켜 멀어지게 만들었고 그녀도 이제 나이가 든 것이었다. 그녀는 벌써 서른이 넘었고 여러 습성 때문에 생활이 경제적으로 돌아가지 않아 앞으로 수입이 도통 감을 잡지 못하게 되었고 이러한 상황을 보건대 앞으로 생활도 암담할 것임이 분명했다.

  그녀는 한동안 주저하다가 상하이를 떠나 장강 중부의 X시로 가 그녀 운명을 시험해 보기로 결심했다. 거기서 그녀가 아는 것은 대상인과 바보천치로, 두 종류 가운데 그래도 어떻게 기회가 닿아 비교적 무난하게 하나를 골라 자유롭게 그에게 인생을 바치고 청춘기 광열을 마무리 짓고 나머지 일생을 조용히 지내게 되었다. 그녀 희망은 X시에 온 이후 사업이 의외로 순조로워 내려놓을 수 있었고, 대상인과 바보천치 이외에 대군인을 발아래 놓을 수 있어 그녀 말년의 계획은 잠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행복이란 자고로 쌍둥이인지라, 우환도 역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생활 가운데 우리는 알지 못하는 손 하나로 뒤집히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시샘으로 해를 입기도 한다. 모든 상황이 조금은 두서가 잡히고 회복되는 순간 바보천치 하나가 군인 하나와 함께 그녀 거처에서 살인사건을 저질러 그녀도 함께 연루되어 군사 법정에서 엄정한 심문을 받았다. 이 재판정 주심이 바로 이 노병 장군이었고 그녀 공초에서 과거 해괴한 운명을 넌지시 언급했다.

  살인사건 재판이 끝난 후 이 노장군은 이 여인을 화장대 옆에서 시중드는 몸종으로 삼았다. 오래지 않아 여인은 노장군의 비밀 측실이 되었다. 기생 생활에 진저리가 나 그녀 성정에 큰 변화가 생겼다. 만약 이 변화가 이상하지 않다면 그녀가 완전히 변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녀 입장으로 보자면 노장군이 비록 나이가 좀 들었지만, 지난번 살인사건에서 도움을 준 사람이었다. 노장군 입장으로 보자면 순전히 연민의 감정으로 벌인 일이었다. 노장군은 매달 생활비로 충분한 비용을 지불했고 정직하고 금욕적인 인격으로 종교와도 같은 감정을 들게 했다. 노장군이 XX로 건너가 군단장을 지낼 때 그녀 역시 같이 갔고 다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곳까지 가서 머물렀다. 노장군이 살아있을 때는 이 년이라는 시간으로 그녀는 매우 법도가 있었고 매우 행복했다 할 수 있겠다. 그러다 XX 사변이 발생하고 노장군이 죽었다. 그녀는 이렇게 자문했을 법하다. “왜 내가 버리길 원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먼저 버리는 걸까?” 이는 자연히 운명이다! 이 운명은 자연스레 여인이 자기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예감이라고나 할까, 어느 순간에는 어떤 남자가 와서 남편의 공백을 메워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여인은 외모로는 아직 사람들 주의를 끄는 마력을 지니고 있을지라도 애정의 몰락을 하도 많이 겪어 사실상 심적으로 쇠약해져 고난을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휴식이 필요했고 안정이 필요했으며 절도가 있는 모성의 따뜻함과 상냥한 생활이 필요했다. 기타 다른 화려한 환상에 그녀는 흥미가 없었고 십 년 동안 진절머리가 난 지 오래고 너무 진저리가 났다.

  그렇게 하여 노병 클럽으로 오게 된 것이다. 새로운 직무는 공교롭게도 그녀 성정과 잘 맞아 배치하고 안배하는 일은 원래 그녀가 잘 하는 일이었다. 비록 이 클럽 안에 있어도 대개 노장교와 함께 있으며 행동은 정결했다. 그들 사이엔 모두 서로 존경해 주며 얕보는 정서가 없어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일은 이때쯤이면 마땅히 끝났어야 했는데, 왜냐하면 그녀는 매우 규칙이 있는 소박한 생활 속에서 많은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그 상교가 잘생긴 젊은 친구를 노병 클럽으로 초대했고 사태가 잘못됐음을 직감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상위 계급에 불과한 친구가 XX에 온 지 20일 남짓 되었을 때 X 사단 참모 주임은 그 친구를 노병 클럽으로 초대했다. 이 클럽을 왕래하는 사람 대부분은 나이가 제법 되는 인물들이고 젊은 장교는 상급 장교들이 두렵기도 하고 사실 별 재미도 없어 이렇게 젊은 사람이 이곳에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두 사람은 클럽 로비 조용한 구석에서 최고급 백철주와 단술을 마시며 혁명 이래 젊은이들이 받은 사상과 행동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때 서가에는 두 사람이 신문을 보고 있고 로비에는 노군인 몇이 마작을 두고 있어 웃음소리에 섞여 산가지 소리가 들리는 것 외엔 누구도 없었다. 두 사람이 술 좀 마셨을 때 어느 여인 하나가 회색 주단 청피로 단을 박은 통이 넓은 두루마기를 입고 흑색의 윤기가 나는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손에는 빨간 꽃 한 다발을 들고 작은 주방을 지나쳐 갔다. 그 상교는 여인을 보자 재빨리 일어나 인사를 했고 여인이 이쪽 두 사람을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일 때 갸름하고 작은 입가로 미소가 흘러나오더니 얼굴 위 눈가로 흩어졌다. 그렇게 존귀한 기품은 오로지 유명 배우가 무대 위에 올랐을 때 사람을 움직이는 그런 풍모를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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