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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중동 화해에 진력했고, 어떻게 성공하였는가? 그 전략적 파장은 어디까지 미칠까?

 

  지난 3월 10일 베이징에서 이란과 사우디 및 중국 3자 간의 공동성명을 통해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간 사우디와 이란은 예멘과 시리아 내전에 서로 적대적 지원을 하며, 수니파와 시아파로 분열된 중동 국제관계의 양대 중심에 있었는데, 어떻게 이처럼 전격적으로 화해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오랫동안 중동 정치를 주물러 오던 미국이 아니라, 왜 중국이 이 같은 화해 달성 과정에 깊이 개입하게 되었을까? 중국이 중동 각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오면서 사우디와 이란을 비롯한 중동 각국의 화해를 거중 조정하고 있다는 것을 꽤 오래 전부터 감지하고 있던 필자로서도, 수니파와 시아파의 뿌리 깊은 갈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화해가 예상보다 빨리 달성되었다고 느꼈다. 물론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 미국의 언론이나 학계에서 발표되는 칼럼들 역시 이번 화해가 잘 진행될 수 있을지 두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공동성명 발표 후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 분위기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은 물론이고, 다른 GCC(Gulf Cooperation Council) 국들과 이집트와 튀르키예까지를 포괄한 중동 전체의 대 이란 화해 조짐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반대 방향의 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중국의 대 중동 외교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해도 될 듯하다.

 

3자 공동성명에 서명한 모함메드 알 아이반(Mohammed Al Aiban) 사우디 국가안전고문, 왕이(王毅) 중국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알리 샴카니(Ali Shamkhani) 이란 최고국가안전위원회 서기 (사진 출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그렇다면 왜 중국은 사우디와 이란을 비롯한 중동 각국의 화해 달성에 이토록 신경을 쏟고 있을까? 미국은 2020년 9월 이스라엘-UAE간 아브라함 협정 체결을 시작으로 수니파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화해를 지원해 왔지만, 아직도 중동 각국의 이해관계 조정을 달성하지 못했는데, 후발주자인 중국어 어떻게 이처럼 쉽게 조정할 수 있었는가? 그리고 이 같은 화해가 향후 미·중 양국관계는 물론 세계정세의 변동에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까? 그 중심에는 미·중 양국의 세계적인 전략 경쟁과 석유와 화폐를 둘러싼 국제경제적 이해관계가 놓여 있으며, 그 파장은 상당히 넓고 길게 퍼져 한반도에까지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하의 글에서는 부족하지만 이와 관련한 필자의 관찰과 평가를 개진해 보고자 한다.

 

 

사우디이란 화해 성립의 경과

  필자가 처음으로 중국이 사우디를 비롯한 GCC 6개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6개국과 적대관계에 있는 이란과의 상호관계 개선을 위해서 뭔가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주목하게 된 것은, 2022년 1월 15일자 광밍(光明)일보에 게재된 “여러나라 외무장관이 중국 방문, 세계가 이 도시에서 아름다운 중국을 만나다”라는 제목의 기사[1]를 읽게 되면서였다. 그 기사에 따르면 당시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던 왕이(王毅)의 초청으로 튀르키예와 이란의 외교장관이 1월 12일과 14일에 각각 중국을 방문하였고, 사우디,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외무장관과 GCC사무총장이 1월 10-14일 중국을 함께 방문하였으며, 이들과의 회담장소가 모두 상하이 인근의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시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튀르키예는 그렇다 치더라도 그전까지 적대관계로 알려진 이란과 GCC국가들을 같은 시기에 같은 장소로 초청한다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기에, 뭔가 알려지지 않은 중국 측의 의도가 있다고 느껴졌다. 그때가 코로나 방역 문제로 북경에 외국인 방문을 제한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초청 시기를 달리하든지 방문 도시를 달리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껄끄러운 상황을 회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은, 필시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쌍방을 만나도록 안배했음이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당시는 당사국 어느 쪽도 이에 대한 발표가 없었기에, 필자로서는 막연히 중국이 전략적 필요성 등에 따라 양측의 관계 개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할 뿐이었다.

  2022년 12월 7일부터 10일까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사우디 리야드에서 개최된 제1차 중국-아랍국가 정상회의 및 중국-GCC 정상회의에 참석하며 사우디에 국빈으로 방문하고, 살만(Salman) 국왕과 모함메드(Mohmmed) 왕세자 겸 총리를 만나 공식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양국 공동성명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국의 중동 화해 방안 제의가 논의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동성명 후반부의 “사우디 측은 중국 측이 중동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행한 노력과 관련된 이니셔티브에 대해 높이 평가(贊賞)한다”는 표현과 중국과 사우디 양측은 “예멘 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노력을 전력지지(全力支持)할 것을 강조한다”는 표현 등이 그것이다.

  2023년 2월 14일부터 16일까지 이란의 라이시(Raisi)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방문하였고, 이 방문 말미에 발표된 양국 공동성명에도 중동 화해를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즉 “이란 측은 중국 측이 제출한 중동의 안전과 안정 내지 페르시아만 지역 국가 간 대화 촉구 이니셔티브를 환영한다. 중국 측은 지역 국가 간의 단결 협력의 강화와 대화를 통한 의견불일치 해소 및 선린우호의 실현을 지지하고, 이란 측과 함께 지역의 평화와 안전 및 안정을 공동으로 유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처럼 3개월 사이에 개최된 사우디 및 이란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양국의 정상과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를 권유하고 그 방안을 논의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그 같은 내용은 위에서 소개한 사우디-중국-이란 3국 공동성명에도 명기되어 있다. 즉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국 지도자(領導人)와 정부가 금번 회담을 맡아주고(承瓣), 지지해 준 것과 회담의 성공을 위해 추동(推動)해 준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감사한다”는 문장이 바로 그것이다. “지도자”, “추동” 등의 표현을 넣은 것은 중국이 단순히 회담 장소를 제공해 준 것 이상의 적극적인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중국의 기대 목표와 협상 수단

  그렇다면 중국은 왜 자국과 중동 각국과의 양자관계를 넘어 중동 국가 상호 간, 특히 수니파와 시아파 양대 종파의 종주국 격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에 이처럼 적극적일까? 단순히 중국이 자국의 자발적 기여에 대한 세계 각국의 평가를 높여 외교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직접적인 요인이 있는 것인가?

  왕이 중국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사우디-이란 북경대화 폐막식 직후 기자들에게 ‘양국의 북경대화는 평화의 승리’라며 승리의 요인으로 국제사회의 관심, 상호존중의 정신과 평등한 대화, 중동 인민의 자주·단결·협력 정신 등 세 가지를 거론했다.[2]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중국의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보기에 어렵다. 필자는 중국 정부가 이번 화해에 적극성을 보인 이유가 다음과 같이 자국의 국익과 직결되는 요인들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첫째, 미중 경쟁 차원의 고려이다. 단기적, 소극적으로는 미국과의 경쟁 관계 악화에 따라, 대만 문제 등으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미국의 금융제재 등 전 방위적 제재가 가해질 가능성에 대한 대안 마련 차원에서 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중국은 미국이 러시아에게 경제제재, 특히 미국 주도의 국제결제시스템인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보면서, 미중관계가 더 악화되면 미국이 자신들에게도 유사한 금융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그 경우에 대한 대응책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보고, 미국 달러화가 아닌 다른 나라 화폐, 특히 자국의 인민폐를 매개로 하는 결제 시스템 CIPS(국경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 확산에 다각도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들인 중동 각국, 특히 사우디와 이란의 적대관계가 지속되는 한, 이란의 군사적 위협에 취약한 사우디 등 GCC국가들에게 달러화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인민폐 사용을 확대하도록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장애요인을 제거해 주면 GCC국가들도 이란과 같이 중국과 인민폐를 통한 석유/가스 거래에 나서도록 설득하기가 쉬워질 텐데, 이를 위해서는 이란과의 적대관계를 청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의 이런 노력의 결과로 이란의 경우 (미국의 제재로 인해 불가피하게) 이미 중국과 인민폐(Yuan, 중국 화폐 단위)-토만(Toman, 이란 화폐 단위) 직거래 방식의 석유 거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사우디도 최근 인민폐(Yuan)-사우디리얄(SAR) 직거래를 고려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우디의 인민폐 직거래를 위해, 중국은 최근 자국의 수출입은행을 통해 사우디에 무역결제용 인민폐(Yuan) 대부를 해 주었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3]

  좀 더 장기적, 적극적인 측면으로 보면, 1975년 미국-사우디 간에 확립한 석유달러(Petro-dollar)체제의 근간을 허묾으로써 석유 수입국의 달러 외화보유고 유지 필요성을 약화시켜, 달러의 대량 미국 환원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그를 통한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미국 경제력의 상대적 하향 평가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법하다. 만약 이와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중국은 실질 소득의 별다른 증가 없이도 (상대적으로 가치가 하락된 달러로 표시된) 자국의 GDP가 미국의 GDP보다 높아지는 시기, 즉 지금 G2인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G1이 되는 시기를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우디-이란 관계 정상화를 통해 사우디를 비롯한 GCC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관계 개선을 주선하는 미국의 Abraham Accords를 좌절시키면, 미국의 중동지역 영향력이 약화되고, 반대로 중국의 영향력은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법하다.

  둘째, 중국의 대외 확장을 위한 “일대일로” 전략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여건 조성 차원이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 추진의 기본 계획에 6대 경제회랑 건설을 포함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이란(시아파가 주류)과 튀르키예(수니파가 주류)를 경유하여 유럽으로 들어가는 노선과 이란을 거쳐 사우디반도(수니파가 주류)로 들어가는 노선이다. 그런데 이 노선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가장 큰 장애요인이 바로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 국들의 충돌과 대립이었다. 사우디-이란 관계정상화가 중국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일대일로 전략 측면에도 상당히 적극적인 추진력이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일대일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도 중국이 수니파와 시아파 양 이슬람 종파 간의 화해를 적극 추진하게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무슬림 사회에서 수니파와 시아파의 정통성 다툼은 이슬람 창시자 모하메드 사후 승계 경쟁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역사가 오래되고 뿌리가 깊어서 이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떻게 짧은 시간 내에 이같이 깊은 갈등 관계를 조정할 수 있었을까? 필자의 추정으로는 아마 중국이 지구상 최대의 석유 수입국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하지 않았을까 짐작된다. 미국이 자국 내 쉘 석유의 다량 채굴로 석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전환된 반면, 중국은 경제 발전에 따라 세계에서 석유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한 곳이 되었다. 그 막대한 구매력은 중동의 여러 나라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며, 사우디와 이란에 상당한 무기를 수출하고 있는 중국의 군사력도 이 나라들을 움직이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특히 사우디를 비롯한 GCC국가들은 석유수출로 상당한 경제력을 지녔지만, 인구수나 군사력 면에서는 이란의 적수가 되기 어렵기 때문에 오랫동안 안보를 미국에 주로 의존해 왔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란과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이란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군사력을 휘두를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므로 예상컨대, 양측 간의 화해 달성을 위해 중국은, 약속을 위반하는 쪽에 석유 수입량이나 군사 지원 측면에서 불이익을 주고, 그 반대쪽에는 보상을 해 주기로 약속하는 모종의 보증을 섰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물론 이란의 경우 이런 구조에 내심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당장 미국의 제재 때문에 중국이 아니면 석유의 판로가 없는 자국의 사정상, 중국의 주선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과 GCC국들과의 관계 개선 추세(미국 주도의 Abraham Accords)에 대한 이란의 경계심도 화해 성사의 큰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중동 화해의 전략적 함의

  중국의 주선과 노력에 힘입은 사우디-이란의 화해, 더 나아가 다른 수니파와 시아파 이슬람 국들의 상호 화해 가능성은 미중 경쟁 국면에서 매우 큰 전략적 함의가 있다. 중국이 러시아처럼 SWIFT 접근을 차단당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더라도 최소한 버텨나갈 수 있는 보완체제를 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는 중국 중앙은행이 2월 7일 브라질과 Yuan화 결제 방식(arrangement)을 확립하는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것[4]과 그에 앞서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라오스 등과도 유사한 협정을 체결한 것, 그리고 그 이전에 러시아, 이란과는 실제로 인민폐 거래를 하고 있었다는 것과 함께 최악의 상황에서도 중국이 무역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나름대로 마련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마크롱(Macron) 프랑스 대통령이 4월 5-7일 중국을 방문하고, 이어서 룰라(Lula) 브라질 대통령도 4월 12일 중국을 방문했는데, 각각 대만해협의 문제는 유럽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거나, 기축통화 역할을 달러가 독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등 중국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줌으로써 중국의 입지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처럼 중국의 전략적 입지가 보완되었기 때문인지 최근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 전보다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미국의 블링컨(Blinken) 국무장관, 오스틴(Austin) 국방장관, 옐런(Allen) 재무장관 등이 중국을 방문하거나 카운터파트를 접촉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중국 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모두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환구시보 등 관영 매체를 통해서 미국의 약점을 비난하거나 비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미국 측이 대만 문제를 빌미로 중국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한다는 점을 확신하고, 이 시점에서 미국 측을 만나봐야 득 될 것이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과거에는 미국의 제재가 두려워 미중관계가 파탄 나는 것을 최대한 회피하려 했던 반면, 최근에는 드러내 놓고 강경 태도를 취하고 있으니, 이는 최악의 경우에도 버틸 수 있는 장치를 이미 마련했다는 자신감의 발로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마치 중국이 자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운송로(말래카 해협)가 미국에 의해 봉쇄될 가능성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썼으나,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와의 파이프라인 연결,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의 확보, 미얀마를 통한 파이프라인 개설 등을 통해 상당 정도 대비책이 마련된 2015년경부터는 미국에 대해 보다 대등한 자세를 취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앞으로 중동국가들과의 석유거래에 보다 더 다양한 화폐가 사용되어 달러에 대한 의존도가 지금보다 낮아지게 되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가 진행될수록, 중국의 미국에 대한 자세는 더욱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탈달러화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 국내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그 부작용으로 주요 은행이 연거푸 부도나는 등 적지 않은 곤경에 처해 있는 것으로 보여, 과연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향후 중동 산유국들이 달러가 아닌 인민폐 등 다른 나라 화폐로 석유거래를 하는 비중을 지금보다 더 확대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석유 수입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로서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적절한 대비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석유 수입을 위해 달러 외환보유고를 실제 필요보다 상당히 높게 유지해온 나라 중 하나인데, 최근 러시아, 중국, 브라질 등 BRICS 국가들은 물론, 친미국가인 이웃나라 일본도 달러 외환보유고를 급속히 감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동향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외환 보유 규모를 줄이거나 다양화하는 등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1] 2022년 1월 15일자 광밍(광명)일보 (보기)
[2] 2023년 3월 11일자 런민(인민)일보 (보기)
[3] 2023년 3월 15일자 코인리더스 (보기)
[4] 2023년 2월 7일자 로이터통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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