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미국 대선과 코로나 위기가 겹치면서 미중경쟁의 정치는 더욱 치열했다. 미중이 경쟁하는 원인은 두 가지다. 첫째, 체제갈등(regime competition)이다. 중국 문제는 미국의 국가 정체성과 리더십을 재정립하는데 핵심 과제다. 자유, 인권에 기초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미국적인 정체성의 본질이다. 반면, ‘중국 특색의 민주주의’ 인권, 선거, 정당, 정치체도에서 서구 민주주의와 이질적이다. 물론 체제적인 이질성이 필연적으로 갈등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1970년대 미중 데탕트에 합의한 것이나 비민주적인 이슬람 국가와 협력해온 것은 손익관계에 대한 전략적 고려의 결과다. 이를 고려하면 무역, 영토, 인권, 기술 등 전방위에 걸친 미중갈등이 본격화 된 것은 곧 손익 계산의 임계점을 넘어섰음을 의미한다.
이익갈등(conflict of interest)이 그 구체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미중 경쟁은 인권, 체제, 외교와 같은 규범적인 발신(signaling)에만 그치지 않는다. 사상 최대의 관세를 부과하는 무역전쟁에 이어, 5G 기술이나 반도체의 기술적인 상호의존을 단절하는 조치도 시행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관세보복 보다는 협상수단을 활용했던 민주당의 무역정책과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공세적인 무역정책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공세적인 통상정책의 핵심 목표는 비대칭적 무역관계의 개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복해서 강조한 것처럼 ‘무역수지 적자는 미국 경제를 침체시키고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나쁜 것’이다. 중국의 미국과의 무역에서 비대칭적 이익을 보는 이유도 불공정한 무역 때문이다. ‘상호호혜적이고 공정한 무역(reciprocal and Fair Trade)’을 주창했던 트럼피즘은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계속될 것이다. 이는 미국경제를 회생시키고 유권자의 표심을 만족시켜야 하는 ‘정치적인 이익’과도 연계되어 있다.
이익갈등의 조정수단으로 물리적인 ‘디커플링 (decoupling)’이 본격 실행되었다. 트럼프 정부는 미중간의 비대칭적 이익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무역전쟁과 기술규제를 강행했다. 그리고 동맹국과 협력국가에게 군사, 경제, 외교적인 중국견제와 잠재적인 봉쇄에 참여를 요구했다. 무역코로나 (COVID-19) 위기는 디커플링의 정치에 긍정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내내 코로나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호칭하며 반중정서를 자극했다. 세계 각국 역시 코로나 위기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증가시켰다. 미국의 경우 부정적인 중국인식이 전년 (50%)보다 27%나 늘어났고, 호의적인 인식은 22%에 불과했다. 미국뿐만 아니라 서구는 물론 한국, 일본 등의 동아시아 국가에서 부정적인 중국인식이 확대된 것이다.
한국, 일본, 대만에서도 차이나 리스크에 대응하는 정치가 진행되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아베 내각 이후 잠재적인 차이나 리스크의 정치화가 구체화되었다. 아베 내각이 추진한 안보개혁은 중국과의 영토분쟁과 안보위협에 대응하는 국가전략이었다. 일본은 안보전략과 능력을 재편하고, 미일동맹을 강화했다. 일본은 ‘자유로운 항해와 제도기반 협력’ 이념에 따라 인도-태평양 구상에 참여하며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재집권에 성공한 차이잉원 정부는 출보다 직접적인 차이나 리스크의 정치화를 추진했다. 그 핵심은 정치적인 자주와 중국의존을 축소하는 것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서남아, 동남아 18대국의 대외무역을 확대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을 축소하는 ‘신남향정책(新南向政策)’을 추진했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진출 대만기업의 국내 유턴(reshoring) 지원정책을 통해 2020년까지 380억 달러의 투자를 유도했다. 그리고 (1) 정보·디지털, (2) 정보보안, (3) 생명공학 및 의료, (4) 국방 및 항공우주, (5) 신재생에너지, 및 (6) 민생필수물자 등의 6개 전략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요컨대 2016년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익조정을 위한 디커플링의 정치가 본격화되었다. 아베 내각은 안보개혁의 정치를 통해 차이나 리스크에 대응했다면, 차이잉원 정부는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비대칭적 의존을 축소하는 정치가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이념, 전략, 수단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는 한국, 일본, 대만의 ‘중국 디커플링의 정치’의 결과는 무엇일까?
위의 그래프는 중국 디커플링의 경제적인 결과의 단면을 대변한다. 2016년 대비 2020년까지 한국, 일본, 대만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모두 증가했다. 대만의 경우 26.4%였던 중국 수출의존도는 2020년 29.7%로 증가했고, 17.7% 였던 일본의 중국 추출의존도는 2020년 처음으로 20%를 넘었다. 삼국의 수입의존도도 모두 증가했다. 수입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은 일본으로 2017-2019 감소하던 수입비중은 2020년 25.8%로 증가했고, 대만도 2020년 22.2%로 증가했다. 한국역시 2020년 23.3%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무역갈등, 기술규제에 더하여 코로나-19 위기로 대외무역이 축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는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중국 디커플링’의 정치와는 다른 경제적인 결과는 미중경쟁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일본, 대만에 부과하는 모순적인 단면이기도 한다. 첫째, 중국은 여전히 다국적 기업에게 매출, 비용, 기술, 부품공급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다. 2020년 JETRO의 일본기업의 투자의향 조사에서 중국에 사업확대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은 48.1%였고, 56.7%의 기업이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11년 중국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기업이 67.9%에 비해서는 대폭 축소된 것이지만 여전히 일본기업의 시장이다. 중국시장에서 기업이전을 고려하는 기업은 2019년 9.2%에서 2020년에는 7.2%로 오히려 감소되었다. 둘째, 코로나 위기에 따른 경제위기에서 중국경제는 1분기 –6.8%에서 3.2%, 4.9%, 6.5%로 반등하면서 수출기업에게 오히려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복잡하게 연계되어 있는 공급사슬의 상호의존 역시 디커플링의 정치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보후무역을 추진했던 트럼피즘을 대신하여 자유무역 질서를 강조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중국이었다. 중국공산당이 부상 이후 중국의 위상과 역할을 자유무역 질서로 정립한다면 디커플링의 정치를 조정하는 것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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