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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티베트 영화 이야기

 

  최근 몇 년 부산영화제에 티베트 영화가 연속으로 출품된 바 있다. 주지하듯 중국은 다민족 국가다. 그러므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는 여러 민족 출신의 감독, 영화들이 다양하게 나올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수민족의 영화는 아주 드물고, 나온다 해도 거의 주목받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몇몇 영화들이 국제영화제를 통해 소개되어 그 존재를 알리고 있다는 점이다. 참고할 만한 사례로 2007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영예의 황금곰상을 차지한 <투야의 결혼>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는 내몽골을 배경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원시적 자연과 유목민의 전통적 문화와 그들의 삶을 투박하지만 진정성 있게 담아내며 호평을 받았다. 그 밖에도 조선족 감독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장률 감독의 영화들도 소수민족 영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티베트 영화가 국제영화제를 통해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티베트인 스스로가 만든 영화들은 과연 어떤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까. 아쉬운 대로 먼저 3편의 티베트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19년 부산영화제에 출품된 티베트 영화는 페마 체덴 감독의 <풍선>이고, 2020년에는 다드렌 왕걀 감독의 <티벳의 바람>이 출품되었다. 페마 체덴은 또한 2020년 여름, 왕가위가 제작을 맡아 화제가 된 <진파>라는 영화를 한국에 개봉, 선보인 바 있다. 그는 최근 활발히 활동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대표적인 티베트족 감독이다. 티베트 영화의 뉴웨이브란 표현도 쓰는 것 같다.

  먼저 <풍선>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영화는 티베트 초원에서 살고 있는 가족, 즉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세 아들과 함께 사는 다제와 드롤카 부부가 콘돔을 얻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담아낸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이들이 콘돔을 풍선처럼 가지고 노는 바람에 엄마는 의도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되는데, 주인공들은 세 명의 자녀만을 용인하는 당국의 정책과 티베트의 전통 문화 사이에서 고민한다. 감독 페마 체텐은 감독 이전에 소설가로 티베트을 배경으로 한 여러 작품을 썼고, 이 영화 역시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다. 영화에서 풍선은 다분히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다. 예컨대 아이들에게는 놀이의 도구로서 풍선과 어른들의 세계를 상징하는 콘돔,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자유를 갈망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나타낸 듯 하고, 또 한편으로는 콘돔으로 상징되는 어떤 제약, 혹은 스스로 조심하는 부분에 대한 티베트인들의 고민과 충돌 같은 것들을 드러내려 하는 것 같다. 또한 영화는 자의든 타의든 빠르게 변하는 티베트 사회에 대한 내부자의 객관적 관찰이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정체성과 자신들의 문화에 대한 깊은 응시의 의미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림1] <풍선> 스틸 컷

 

  <진파> 역시 티베탄 뉴웨이브를 이끌고 있는 페마 체덴의 작품이다. 특이하게도 세계적인 스타일리스트 왕가위가 제작을 맡아 더욱 화제를 낳았고, 그래서인지 티베트의 독특한 풍광과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며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로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더욱 속도감 있고 흥미로운 내러티브를 구현하고 있다. 영화는 거친 티베트의 고원을 운전하는 트럭 운전사 진파가 아버지를 죽인 사람을 찾으러 다닌다는 동명이인의 또 다른 진파를 태우면서 시작된다. 목적지에 남자를 내려준 운전사 진파는 생각에 잠긴다. 남자를 태우기 전 실수로 차를 치어 죽게 한 양도 계속 신경에 쓰인다. 운전사 진파는 복수를 하러 나선 또 다른 진파를 찾기 위해 다시 길을 떠난다. 받은 원한은 반드시 되돌려준다는 티베트의 전통적 은원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가슴이 품은 진파와 그를 뒤 쫒는 또 다른 진파의 심리를 티베트의 광활한 자연을 배경으로 긴장감 있게 잘 풀어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티베트는 그 자체로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림2] <진파> 스틸 컷

 

  다드렌 왕걀 감독의 <티벳의 바람>은 어떤 영화일까. 우선 앞서 언급한 두 편의 영화보다 좀 더 명확, 구체적이고 진취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여전히 남성 중심인 티베트 사회에서 그것도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면 그 사회의 약자 중 약자일 것이다. 그러니 주인공 소녀 게라는 심지어 동네 주민들 사이에서도 차별받고 미움을 받으며,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게라와 어울리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게라는 결코 위축되지 않고,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면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 게라는 주변 남자들의 도움에 의존하며 살고 있는 엄마를 설득해 경제적으로 자립하여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역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여자는 올라갈 수 없다며 말리는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과감하게 산을 올라가는 마지막 신일 것이다. 세상의 온갖 차별과 불평등에 맞서는 소녀 게라의 모습을 통해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여전히 변하지 않는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과 성차별, 불평등에 대한 문제 제기 및 변화의 바람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림3] <티벳의 바람>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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