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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변강학 16] 연재를 마무리하며

 

  지난 14개월간 베트남에서 북한까지 14개 접경 국가들을 돌아보았다. 14개국의 국명 이니셜 ‘베라미부네-인파아-타키카-몽러조’를 무슨 주문 같이 떠올리며. 산악의 정글도 지나고, 허허로운 사막 벌판도 지나고, 무심히 흐르는 강물도 건넜다. 국가 사이의 경계가 생기게 된 연유를 곰곰 생각도 하였다. 지정학적 접근, 역사적 변천 과정, 군사적 해결 방안 등을 들어 보면서 현대 중국의 국경 문제는 결국 경제적 이익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 정치라는 것이 한 나라의 국익을 지켜내는 통치행위일 테니, 자국의 이익을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맹(孟) 선생은 ‘하필왈리(何必曰利)’라고 나무라시며, 인의(仁義)가 있을 따름이라고 했단다. 2천여 년 전 전국(戰國)시대의 중국과 G2를 외치는 21세기의 중국이 같을 수야 없으나 인간은 그리 변한 게 없는 듯하다. ‘인의’의 가치가 갈수록 옅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으니,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막말도 서슴없다. 이익을 위해 힘으로 위협하며 법으로 옥죄는 짓도 거침없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예외가 아닌, 약육강식 정글의 법칙이 횡행하는 화려한 야만의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때로는 노예 조달을 위해, 때로는 황금 채굴을 위해, 무역과 개척이라는 미명 하에 원정으로 소유를 늘려 온 인류의 역사이니 어쩌랴! 당근과 채찍으로 적당히 길들여 가며 그곳을 자신의 영향력 아래 두어 자신의 이익을 확대해 간다. 개인이 그렇듯 국가도 그리한다. 때로는 대의명분으로 포장하기 위해 이웃과 블록을 형성하기도 한다. 무수히 많은 경제 협력체, 집단안보 체제와 협정들도 등장한다. BRICS, QUAD, NATO, ASEAN, TPP, CPTPP, FTA, IPEF, EU 등등. 중국으로서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거치며 주변국들과 영토 협상을 시작하였다. 미얀마(1960), 네팔(1961), 북한과 몽골(1962),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1963) 등과 국경조약 및 협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대체로 상대국에게 상당한 지역을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1960-70년 미소 냉전체제 시작과 중소 관계 악화 등으로 주변국들과의 우호적 관계 유지를 통해 미소(美蘇)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양보할 수 없는 이익의 문제라면 중인전쟁(1962), 중소분쟁(1969), 중월전쟁(1979) 등 전쟁도 불사했다.

  구동존이(求同存異)는 영토분쟁에 대한 중국의 정책 기조이기도 했다. 분쟁을 보류하고 공동개발을 추구해야 했다. 1990년 이후 인도와 부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영토분쟁을 해결했으며,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도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이루었다. 라오스(1991), 러시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1994), 베트남(1999), 러시아(2004) 등과 국경 문제를 해결하며 주변국과의 우호 관계를 증진하고, 경제발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앞서 돌아본 육강(陸疆)만이 약육강식은 아니다. 해강(海疆)은 이보다 더하다. 어느 바다에 어종이 풍부하다거나 해저에 석유나 천연가스 등이 매장되어 있다고 하면 어떻게 해서든지 차지하려고 각국은 무력 동원도 불사한다. 해강 문제로 중국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지역은 남사군도(南沙群島)와 조어대(釣魚臺)이다. 현재 남사군도의 귀속권을 두고 중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부르나이·대만 등이 서로 다투고 있다. 중국은 7개의 산호섬에, 대만은 태평도(太平島)에, 베트남은 29개의 섬에, 필리핀은 9개 섬에, 말레이시아는 5개 섬에 군대를 진주시켜 놓은 상태다. 1970년대부터 남사군도의 풍부한 해저자원이 확인된 후 각국 간의 분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조어도는 일본의 오키나와 군도에서 약 73해리 떨어진 군도로서 총면적 6.3㎢의 무인도이다. 명대 초기부터 중국 영토로서 해방(海防)의 관할권 내에 있었다는 것이 중국 측 주장이다. 1895년 청일전쟁에서 청 정부가 패하여 일본과 시모노세키[馬關] 조약을 맺기 3개월 전에 일본이 이 군도를 취해 오키나와현의 관할 아래 두었다는 것이다. 카이로 선언(1943)과 포츠담선언(1945)에서 언급했듯이, 일본이 패망할 경우 중국으로 돌려줘야 했는데,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일본이 오키나와를 미국 관할로 넘길 때 댜오위다오[釣魚島]도 같이 넘겼다는 것이다. 중국의 참여 없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조약이기 때문에 무효라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다. 최근 중러 군함이 센카쿠 열도에 동시 접근하여 일본 정부의 항의를 받았으나 댜오위다오는 중국 고유의 영토라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그림1] 센카쿠열도(좌), 각국 잠수함 보유현황(우)

 

  이러한 영유권 문제와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한중간의 이어도(離於島)-쑤옌자오[蘇岩礁] 문제도 있다. 한중간의 해양 경제 확정과 관련된 관할권 문제인데 이 역시 지역적·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과학적·군사안보적으로도 가치가 높아 향후 분쟁의 요소를 안고 있다. 이어도 문제는 아시아의 기축 통화를 위안화로 바꾸고자 하는 중국 정부의 새로운 해양 공정이라 하겠다. 말라카해협을 통한 석유 수입로 확보와 인도양 장악을 위한 ‘진주목걸이’라는 중국의 해군기지 건설의 일환이다.

  얼마 전(2021.9.1.) 중국 해사국(海事局)은 ‘외국적 선박이 중국의 영해(嶺海)에 진입할 때 중국 정부에 선명·위치·적재화물·출입항지 등을 보고하고, 중국인 도선사(Chinese pilots)가 반드시 편승해야 한다.’는 내용의 해양안전법(Maritime Security Law)을 개정 발효시켰다. 남중국해 해양 영유권 관련국인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부르나이·인도네시아·대만·한국·일본 등의 선박은 물론 지역 내 해양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선박에도 적용되는 법이다. 연안해군에 머물렀던 중국 해군이 대양해군으로 탈바꿈하게 되면서 제해권을 확대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은 스리랑카 콜롬보항에 잠수함을 두 차례 정박시키는가 하면, 인도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거점 항구 건설을 지원하고, 운영권을 가져오는 ‘진주목걸이’ 전략를 펼치며 인도양에 대한 패권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는 회색지대 작전(gray zone operation) 시행 사례에서 보듯 중국이 주장하는 관할해역(Beijing’s claimed waters), 남중국해 9단선 내 해역, 동중국해 센카쿠 주변에서 오키나와로 확장되는 해역, 한국의 서남 해역 EEZ 내에 위치한 이어도 주변 해역 및 해저 등이다.

 

[그림2] 진주목걸이 전략항(좌), 해양방위 경계선(우)

 

  남중국해 인공도서 주변에도 영해를 선포하고 방공식별구역(ADIZ: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s)을 설정하여 미군의 공해상 항행 및 비행의 자유를 견제하는가 하면, 인공도서를 군사기지로 하여 중국의 전력 행사 범위를 서태평양 외해로 더욱 확장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동남 중국해 해역이나 황해 해역에 중국이 일종의 배타적 구역(an exclusion zone)을 설정하려는 선행 조치도 엿보인다. 지난달에는 발해(보하이) 해역 등에서 군사 훈련을 하기도 하였다. ‘서해를 장악하는 자는 태평양을 장악하고, 태평양을 장악하는 자 세계 패권을 장악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다오[海南島] 싼야[三亞]의 위린[楡林]항에는 중국 남해 함대의 핵잠수함 기지가 있다. 서사군도까지 330km, 남사군도까지는 1050km밖에 되지 않는다. 청나라 말인 1909년 광동수사 리준[李准] 제독이 서사군도와 남사군도를 순찰하여 ‘황룡기(청나라의 국기)’를 꽂았다는 것을 근거로 이 두 군도의 영유권을 주장해 오고 있으며, 대만도 같은 논리이다. 최근(2021.11.18.)에도 필리핀과 남사군도 세컨드 제임스 산호초 영유권을 놓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경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에 기대던 필리핀 외교정책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대양해군의 공정은 이미 1980년대 중반, 당시 해군사령관이었던 류화칭[劉華淸]이 구상한 것이다. 제1 도련(島鏈, Island Chain, 해양 방위 경계선)은 오키나와-대만-남중국해(필리핀), 제2 도련은 일본 이즈 제도-사이판-괌-팔라우 군도(파푸아 뉴기니)로 이어진다. 2000년까지 제1 도련, 2020년까지 제2도련으로 인도네시아 해역까지, 2050년까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양해군을 건설하겠다는 중국의 해양몽(海洋夢)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꿈은 2012년 랴오닝함(6만 5천 톤급), 2019년 산둥함(7만 톤급), 2022.6.23. 푸젠함(8만 톤급) 건조로 선포되고 있다. 얼마 전(2022.5)에는 랴오닝 항모 전단이 대만과 일본 사이 서태평양에서 훈련하는가 하면, 2023년에는 제2 도련선 위에 위치한 괌 근해까지 항모 전단 파견 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그림3] 왼쪽부터 랴오닝함, 산둥함, 푸젠함

 

[그림4] 쿼드정상(2022.5.24.)

 

  “중국의 해안 경비함과 해양민병대의 활동을 강하게 반대한다.” 쿼드(QUAD) 정상회의(2022.5.24. 도쿄)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의 일부이다. 해양민병대는 일명 ‘리틀 블루 맨’이라 불리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병합할 때 ‘신분을 숨긴 무력 집단’이었던 ‘리틀 그린 맨’을 차용해 부르는 이름이다. 중국은 1974년 남베트남과 파라셀 제도[西沙群島]를 두고 분쟁을 벌일 때 ‘리틀 블루 맨’들을 활용했으며, 남중국해 해역에서도 분쟁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회색지대 작전’에 이들을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측이 이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해군이 이들을 공격하면 민간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할 공산이 크다. ‘바다의 평화 없이는 진정한 평화란 없다.’ 평화를 만들어가는 중국의 대양해군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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