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학은 민족공동체를 연구 대상으로 하여 그 시작·발전·변화·멸망 등의 규율을 밝혀내는 학문이다. 어느 민족이나 생존과 발전 그 자체의 규율과 발전 과정이 있지만 어떤 민족이든 그 시작과 발전의 상황은 지리 조건·생태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민족마다 자신들만의 전통적 생계방식·사상문화 등의 경제문화 특징이 있고, 이런 특징과 전통은 그들이 거주하는 지리·생태환경의 제약을 받는다. 어느 민족이라도 그들의 생태환경을 떠나서는 고찰할 수 없는 것이므로 민족학과 생태학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두 학과의 상호 관계 및 그 영향을 탐구하는 학문을 ‘민족 생태학’이라 부른다. 생태 문제, 즉 생태학은 독일 동물학자 핵켈(Ernse Haeckel)이 1866년 『유기체 일반형태학』에서 “생태학은 생물 유기체와 무기 환경 사이의 상호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는 생태학 분야에서 100여 년 넘게 광범위하게 운용되면서 내용이 더욱 풍부해지고 함의가 더욱 완비되어, ‘생명과 환경 시스템 사이에서 상호 작용하는 규율과 구조를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정의되었다.
생명 시스템이란 바로 자연계 내에서 일정한 구조와 조절 기능을 가진 동물(인류를 포함해)·식물·미생물 등과 관계된다. 환경 시스템이란 자연계의 빛·열·공기·수분과 각종 유기 및 무기 원소의 상호 작용이 공동으로 구성하는 공간이다. 생명과 환경 시스템은 특정 공간의 조합에서 ‘생태계’를 구성한다. 실제로 생명 시스템은 좀 넓은 의미의 개념으로 더 커질 수도 있고 작아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연못, 하나의 호수, 하나의 농지, 하나의 삼림일 수 있으며 하나의 도시일 수도 있다. 작다면 조류(藻類) 세포를 지닌 한 방울의 물 정도로 작을 수도 있고, 크다면 전체 지구 혹은 우주 자체만큼 클 수도 있는데, 간단하게 하나의 연못으로 예를 들어보자. 연못에는 어류가 수중 부유 동식물에 의지해 생활하는데, 물고기가 죽고 나면 물속의 미생물은 이것을 분해하여 무기화합물로 만든다. 미생물은 분해 과정에서 물속의 산소를 소모하며, 이런 무기화합물은 또한 부유생물의 영양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유생물은 광합성 작용에서 또 산소를 만들어 내면서 수중 산소의 소모를 보충한다. 부유 동물은 부유식물을 먹고, 어류는 부유 동식물을 먹는다. 이처럼 연못 속에서 미생물―부유 동식물―어류 사이에는 하나의 특정한 생태계를 구성하며 미묘한 균형 관계를 유지한다. 큰 범위에서 말하자면 지구 역시 하나의 생태계로 표층의 공기·수분·토양·암석 등 무생물 요소(혹은 성분)는 생물의 생명을 유지해 주며 이런 모든 생명은 표층의 환경에 존재한다. 지구상의 각종 생물 사이, 생물과 무생물(환경) 사이에는 물질 순환과 에너지 교환이 진행되며 그들은 상호 의존하고 제약하면서 일정한 균형 관계를 유지한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맹목적으로 자원을 추구하고 남용하며 생태 규율을 무시할 경우 반드시 막중한 대가를 치르며 자연 규율의 징벌을 받아야만 했다. 세계적으로도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서아시아의 두 강 유역과 이집트 나일강 유역, 인도 갠지스강과 중국 황허 중상류 유역은 지나친 개간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가뭄과 사막화의 습격을 받아 자연재해가 빈번히 발생하는 황량한 곳들이 되었다. 중국에서는 북부와 서북부 가뭄 지역이었던 곳이 초지 훼손과 개간 등 불합리한 토지 이용으로 인해 국부적인 사막화 진행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서남아시아 아열대 지구에서는 현지의 자연생태 조건을 돌아보지 않은 결과로 울창했던 삼림 식생이 훼손되어 심각한 토양 침식과 기후변화 및 그에 따른 생산력 감소 등 심각한 현상이 발생했다.
중국은 농업국으로 12억 인구 가운데 농업 인구 비율이 거의 80%를 차지한다. 중국 소수민족은 농업 인구 비율이 더욱 높은데, 소수민족 약 9,120만 가운데 농업 인구가 90% 이상에 달한다. 이는 중국 소수민족이 한족보다 농업 의존도가 더 높다는 뜻이며, 그래서 농업 생태계의 자연 상태는 소수민족 지구의 경제발전과 소수민족 인민의 생산·생활에 더 크고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업은 방대하고 복잡한 생태계이다. 광의의 농업은 농지 재배업, 초원 목축업, 담수 양식업, 임업, 부업(副業) 등등을 포함한다. 이들은 서로 다른 생태 유형에 속할 수 있으며, 각자 독립적인 생태계를 구성한다. 중국 소수민족 지구는 지역이 넓고 자연조건이 복잡하며 기후가 다양하여 서로 다른 농업 생태환경을 갖고 있지만, 주요하게는 아래와 같이 농지·삼림·초원의 세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중국 소수민족 분포 지역은 매우 드넓어서 전국 총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 지역을 살펴보면 산지·고원·평원·분지·곡지(谷地)·도서(島嶼) 등 다종다양한 자연지리 조건을 포함하고 있다. 온대 지구가 있는가 하면 열대·아열대·한온대 지구 등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자연지리 환경이 다종 식물 생장을 가능케 했고 소수민족 지구 재배업의 다양화 조건을 제공했다. 그러나 소수민족 거주 지구는 대다수가 변강(邊疆)의 성이나 자치구이고, 이곳에도 평원이 있기는 하지만 산지가 총면적의 80%를 차지한다. ‘산 여덟에 물 하나 밭 하나’[八山一水一分田]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수 천 년 역사상 중국 각 민족은 초원개간, 산림 베기, 늪지 메우기, 댐 건설 등을 견인불발(堅忍不拔)의 노력으로 계속해 왔다. 소수민족 지구에서 그들이 개간해 낸 2억 묘(畝)에 달하는 농지는 중국 각 소수민족의 생존과 발전을 가능케 한 중요한 재부(財富)라 하겠다.
중국은 드넓은 국토와 풍부한 물산의 나라이지만, 삼림자원은 오히려 상당히 빈곤하다. 80년대 초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삼림면적이 약 670억 묘인데 중국은 18억 묘로서 3%에도 이르지 못하고 세계 160여 개 국가 중 8위에 불과하다. 1인당 평균 삼림지를 계산하면 전 세계 1인당 평균이 15.6묘인데, 중국은 2묘가 채 되지 않아 세계 1인당 평균 삼림면적의 12.8%로 세계 120위이다. 중국 삼림 점유율이 해방 초 8%에서 지금은 13%까지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 삼림 점유율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중국은 유한한 삼림자원 분포가 고르지 못해 반 이상이 몽골·헤이룽장·지린·쓰촨·윈난의 5개 소수민족 집거지 성이나 자치구에 집중되어 있다. 전국 범위의 분포 상황을 보면, 동북의 창바이산(長白山)·대소싱안링(大小興安嶺), 내몽골의 다칭산(大靑山), 닝샤의 허란산(賀蘭山)·류판산(六盤山), 간쑤의 치롄산(祁連山), 티베트의 톈산(天山), 칭짱(青藏)고원, 윈구이(雲貴)고원, 춘캉(川康)지구, 샹난(湘南)산구(山區), 구이베이(桂北) 다야오산(大瑤山)·십만대산(十萬大山) 등 남령산계(南嶺山系) 및 하이난도 등의 삼림지대도 모두 소수민족이 분포하고 있는 곳들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초원 자원이 가장 풍부한 국가 중 하나이다. 초원생태가 점유한 공간 범위는 약 43억 묘이고, 주로 동북 평원 서부로부터 내몽골 고원·오르도스고원·황토 고원을 거쳐 칭짱[青藏] 고원 남쪽 일대 이남에 이르기까지, 즉 북위 52°에서 28°에 걸치는 광활한 범위에서 총연장 4,500㎞에 달하며 전 국토 면적의 29%를 차지한다. 행정구역으로 보면 주로 헤이룽장·지린·랴오닝·내몽골·닝샤·간쑤·칭하이·신장·티베트와 쓰촨 등 10개 소수민족이 모여 사는 성 및 자치구이며 목축업 10성구(省區)라고도 불린다. 이 외에 남방 각 성에도 초산초파(草山草坡) 7억 무는 아직 충분히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초원은 일반적으로 자연지리와 행정구역에 따라 5대 구역으로 나누어진다. 동북 초원구, 몽골·닝샤·간쑤 초원구, 신쟝 초원구, 칭하이·티베트 초원구와 남방의 초산초파구 등이 그것이다. 이들 구역은 중국의 전통적인 목축업 기지이므로 5대 목축구라는 칭호도 있다(5대 목축구는 내몽골, 신장, 칭하이, 티베트, 쓰촨이라는 설도 있다).
‘풀과 나무 심어 목축 발전[種草種樹, 發展畜牧]’은 소수민족 지구 생태 균형 실현과 민족번영 촉진의 관건이다. 당과 국가 영도들은 생태 균형이라는 과학적 과제를 마주하여 생태 균형과 경제건설 사이의 협조 관계를 신속히 잘 처리하고, 전국 각 성 및 구 더욱이 남방 소수민족들이 있는 성과 구에서 여러 차례 심도 있는 조사 연구를 진행한 후 1982년 개최된 북방 가뭄 지역 농업 사업 회의에서 ‘풀과 나무 심어 목축 발전’이라는 구호를 내놓았다. 생태계의 선순환을 실현함으로써 소수민족 지구 농업현대화 실현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었다. 이는 과학을 존중하고 과학 법칙을 지도로 삼아 소수민족 지구의 실제에서 출발한 실사구시의 방침이며, 소수민족 지구 경제 건설과 민족번영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정확한 방침이기도 했다.
이러한 방침은 중국 소수민족 지구의 실제 생태조건에서 출발함으로써 소수민족 지구 농업발전의 관건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중국 소수민족 분포 지역은 약 500만㎢인데 경지 면적은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재 전국 18억 묘(畝)의 삼림과 43억 묘의 초원이 대부분 소수민족 지구에 있다. 삼림은 면적이 그리 넓지 않고, 초원은 대부분 질이 안 좋아 방목 부담률이 낮아서 매년 1묘당 평균 생산량이 고기는 2량(兩), 털은 1량 정도이다. 나무가 적고 풀이 적어서 기르는 가축도 적은 탓에 토지로 돌아가는 비료와 대지의 수분 함유량도 적다. 따라서 지표면의 수분과 토사가 유실(流失)되고, 토양이 척박하며 가뭄과 홍수와 모래바람 등으로 농업의 전면적 발전과 농작물의 안정된 생산성 실현에 중요한 장애가 된다. 그러므로 농업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식량에만 의존하거나 재배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식량·삼림·목축이 병행되어야 한다. 중앙에서는 풀과 나무 심기로 돌파구를 삼아 목축업과 농업과 공업을 촉진시키려고 했다. 이는 북방 소수민족 가뭄 지역의 농업발전을 위한 출로일 뿐만 아니라 남방 소수민족 산간 지역과 나아가 전국 농업의 발전과 농·임·목·부(副)·어업 관계의 농업생산 개혁 구조에도 매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중국은 960만㎢의 광활한 토지를 지니고 있다. 이 거대한 땅 위 북방에서 남방까지, 내지에서 변강(邊疆)까지, 한족 지구에서 소수민족 지구까지, 당 중앙에서 제출한 농업발전 정책은 현지 생태에 적합한 것들로서 생태계 선순환을 위한 방침들이었다. ‘풀과 나무 심어 목축을 발전시키고, 산하를 개조하여 빈궁을 퇴치한다’는 방침들은 그 목표와 실현 과정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졌다. 많은 민족학자·경제학자·생태학자 등 과학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건의와 구체적인 지도, 도움 아래 당과 각급 정부 부처의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에 충실하며 또한 미래에 착안한 사업들이 바야흐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기뻐할 만한 성과들이 나타났다. 예컨대 서북 황토(黃土)고원의 오지인 간쑤성 린샤[臨夏] 자치주는 옛날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이루어진 가물고 가난한 곳이었다. 그러나 1984년부터 중앙의 방침에 따라 풀과 나무 심기를 대대적으로 시행하여 목축을 발전시키면서 단 2년 만에 다년생 목초 30만 무를 심고, 37만 무를 조림(造林)하는가 하면 가축도 100만 두에서 120만 두로 증가하였다. 농·임·목축업이 서로 도와 발전함으로써 생태계 선순환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고, 이는 전제 자치주에 놀랄 만한 변화를 가져왔다. 각각을 살펴보면, 첫째는 옛날의 연료·사료·비료 부족 문제를 해결하여 재배가 파괴되는 현상이 기본적으로 멈췄다. 둘째는 몇 십 만의 회·둥샹[東鄕]·바오안[保安]·싸라[撒拉]족 등이 고기와 우유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셋째는 전통적 모피 시장의 번영과 음식 서비스업의 발전이 촉진되었다. 중국 소수민족 지구의 생태 균형 회복은 각 민족 지구의 경제문화 발전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상은 철저히 대중 교화에 의미를 둔 중국 민족 지구의 생태관이다. 소설가 장룽[姜戎]은 한족 개척자들이 몽골 초원에서 겪는 일을 그린 베스트셀러 『늑대 토템[狼圖騰]』에서 새로운 이상을 모색했다. 장룽은 문화대혁명 시기에 유목민들과 함께 산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 한족 문화가 얼마나 자연에 무지한지를 그렸다. 『늑대 토템』은 21세기 초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로, 2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한국어 포함 21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10여 개의 문학상을 받았다. 이 소설은 문화적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다. 장룽은 현대 중국인을 서구인처럼 자유롭지도 않고, 몽골 유목민처럼 자연을 잘 알지도 못하는 불안정하고 파괴적인 인종으로 그렸다. 늑대 토템은 장룽이 1967년 내몽골 자치구 중부에 있는 시린궈러[錫林郭勒] 맹(盟)에서 홍위병으로 가서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반(半) 자전적 소설로서 중국 생태학의 근본적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현대판 생태학 고전이 되었다. 2015년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다음 책과 함께 일독을 권한다. 조나단 와츠(Jonathan Watts)는 영국 언론인으로서 중국의 생태 문제에 관심을 갖고 8년간 중국에서 발로 뛰며 쓴 보고서를 출간했다. 『When A Billion Chinese Jump』(2010) 한국에서는 윤태경 옮김, 『중국 없는 세계 – 중국, 경제, 환경의 불협화음에 관한 8년의 기록』 (랜덤하우스, 2011)이다. 이 책의 맺음말에 이런 농담이 인용되어 있다.
1949년: 사회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79년: 자본주의만이 중국을 구할 수 있었다.
1989년: 중국만이 사회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2009년: 중국만이 자본주의를 구할 수 있었다.
– 세계 금융위기 이후 베이징에서 유행한 농담
“지구온난화를 되돌릴 수 없는 시점에 접근하고 있다. 언젠가 지구는 460℃ 고온 속에 황산 비가 내리는 금성처럼 변할 수 있다. 인류 멸망을 원치 않는다면 200년 안에 지구를 떠나라.”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 박사가 2018년 3월 타계하기 전 영국 데일리 메일(Daily Mail)에 남긴 묵시록적 유언이란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In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에 매장된 화석연료를 모두 사용할 경우 5,000억~13조 6,000억 통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Climate Change Accord)에서는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했다. 지구 평균기온이 2℃ 이상 상승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량 세계 1위의 명성을 지닌 중국이 소수민족 지역에서 그 지혜와 해법을 찾을 수 있기를 빈다. 킵 앤더슨(Kip Andersen)의 카우스피러시(Cowspiracy: The Sustainability Secret, 2016)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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