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란 궁극적 관심에 대한 개인이나 집단의 신앙 체계이다. 종교는 문화와 매우 깊은 연원(淵源)을 갖고 있다. 종교는 인류 문명 발전사에 독특한 지위와 작용을 지닌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종교가 인민의 아편이라는 공산주의 국가 중국에서 종교는 어떤 작용을 하는가? 겉으로는 종교 신앙의 자유가 있다지만, 그런 종교 신앙이란 어떤 의미와 영역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살펴보고 싶었다. 과연 신중국 이전과 이후의 중국에서의 종교란 어떤 역할을 하였을까? 과연 G2를 자처하는 거대 신중국에서 앞으로의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필자의 소싯적 장래 희망은 법조인이었다. 법조인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사람으로 대통령보다 높은 사람이라는 인식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대통령이 대법원장 앞의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하는 상징에 노출되었던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근에 난무하는 법조 카르텔이니 법조비리니 하는 온갖 법조계 뉴스들을 접하며 법조인에는 크게 판사(判事)와 검사(檢事), 그리고 변호사(辯護士)가 있다고 정리하였다. 판검사의 ‘사’자가 변호사의 ‘사’와도 다르다는 것은 덤으로 알게 되었다. 변호사와 판사들이 정계에 진출하면서 ‘힘’을 갖게 되자, 주로 범죄자들 상대로 구형만 하던 검사들이 모종의 권력화를 위한 공정(工程)을 가동하여 급기야 권력의 최정점을 차지하게 된 한국 현대사의 한 줄기도 목도하고 있다. 그런데 법을 공부했지만 법조인의 반열에 들지 않거나 못한 그룹의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야 보고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소위 ‘법학자’라는 사람들이다. 사법시험을 통과 안/못한 사람들이 순수하게 학문적으로 법을 연구하는 사람들, 법조인과는 별개인 법학자로서의 길을 걷는 사람들 말이다.
종교계에도 직업 종교인(중국식 표현)이 있는가 하면 종교 신앙인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대표적 종교라 할 수 있는 도교와 불교, 이슬람교, 기독교를 비롯해서 기타 소수민족 종교와 마니교 및 민간종교와 신흥종교 등에서도 이런 직업화와 신앙화는 어떻게 진행되었고 진행되고 있으며 진행되어질 것인지가 궁금했다. 법조인들이 법률 지식을 가지고 권력에 접근 혹은 기생하며 힘을 키워가듯이, 직업 종교인들 역시 권력을 등에 업거나 권력의 등에 업혀 포교하며 힘을 소유하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다.
최근 중국에 대한 다방면에 걸친 혐오가 기승을 부린다. 한중수교 30주년을 전후로 싸드 배치와 동북공정 및 전통문화에 대한 중국화 선포 등으로 수교 이전 죽의 장막에서도 겪어보지 못했던 극단적 중국 혐오가 사회에 만연해 가고 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반중감정이 반일감정을 앞섰다고도 한다. 문화란 어차피 쌍방의 소통이다 보니 중국에서도 한류의 열풍도 멈칫할 정도의 반한 감정이 득세하고 있단다. 이런 현대사의 한중 관계가 일천한 교류 역사에 따른 표피적 의식에 기초한 것은 아니었는지 돌아보며 중국에 대한 바른 이해를 위해 중국인들의 종교 인식을 중심으로 중국의 이해를 깊이하고 싶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중국에서의 종교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혀 보고 싶다.
대략 세계적인 10대 종교라 할 만한 각 종교를 한 꼭지씩만 다루기엔 너무 구멍이 숭숭 뚫릴 테니 각 종교당 2~3꼭지는 될 성싶다. 그렇다면 대략 18~20회는 되지 않을까 싶다. 1년 반은 걸릴 테지만 2년은 넘기지 않고 싶다.
머리말
제1장 중국의 원시종교와 원시 문화
제1절 중국 원시종교의 특징
제2절 중국 원시종교의 원시 문화에 대한 영향제2장 중국 전통문화에 있어 도교의 지위와 작용
제1절 도교와 중국 철학
제2절 도교와 중국 문학
제3절 도교와 중국 음악
제4절 도교와 중국 미술
제5절 도교와 중국 건축
제6절 도교와 중국 의학
제7절 도교와 중국 고대화학
제8절 도교와 중국 기공(氣功)제3장 중국 전통문화를 풍부하게 만든 불교
제1절 불교의 유입
제2절 불교와 중국 철학
제3절 불교와 중국 문학
제4절 불교와 중국 예술제4장 이슬람교와 중국 전통문화의 융합
제1절 이슬람교의 유입
제2절 이슬람교와 유가 사상
제3절 이슬람교가 중국문화에 끼친 영향
제5장 중국 문화사상 기독교의 위치
제1절 아편전쟁 이전 중국에서의 기독교 전파
제2절 식민주의의 선봉과 마약이 된 중국 근대 기독교
제3절 서방 문화 전파와 기독교의 역할제6장 중국 소수민족 종교의 전통문화에 대한 영향
제1절 이(彝)족 원시종교와 중국 고대문화
제2절 야오(瑤)족‧서(畬)족 등의 반호(槃瓠)숭배와 중화민족의 용 경배
제3절 샤머니즘과 한(漢)족의 무교(巫敎)
제4절 불교 전파가 티베트족과 몽골족 문화에 끼친 영향제7장 마니교와 한족 및 위구르족의 문화
제8장 중국 민간 종교와 전통문화
제9장 중국종교의 아시아 전파
맺음말
류궈량(劉國梁, 1939~ ) 교수의 『宗敎與中國傳統文化』(北京: 敎育科學出版社,1990)는 위와 같은 목차를 갖고 있다. 물론 본 칼럼이 위 목차를 그대로 따르거나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지는 않을 것이다. 류 교수님은 도가사상 가운데 노자사상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중국 탁구 국가대표였던 스캔들의 주인공과 동명이인이다. 그 분과의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이십 년쯤 전 장춘에 있는 길림대학을 방문하여 류 교수를 만난 적이 있다. 당시 길림대학은 전 중국에서 사이즈가 가장 큰 대학이었다. “교수님, 이렇게 큰 대학에서 일하시니 참 뿌듯하시겠습니다.” “그렇지만도 않아요. 크다고 강한 것이 아니잖아요.[大的不是强的] 마라톤 선수를 보세요…” 단아한 몸집이었던 류 교수님의 그 짧은 멘트가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중국의 종교별 역사적 기록을 건조하게 나열하지 않고 이들 사이의 메커니즘을 지성인의 품격을 유지하며 촘촘히 언급하고 있는 위 책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계신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종교와 중국전통문화』도 체계적으로 중국의 토착 종교 및 외래 종교인 불교·이슬람교와 기독교 등을 분석하고 탐구하고 있다. 서로 다른 역사 단계에서 중국 전통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데 영향을 주었으며, 그 역사적 의의와 작용에 대해서도 또한 객관적으로 공정한 평가와 논술을 진행하였다. 위 책은 그 내용이 풍부하고 자료가 충실하여 대중성뿐만 아니라 학술성도 잘 갖추고 있다. 처음 중국의 종교와 관련된 칼럼 연재를 생각하면서 제일 먼저 류궈량 교수의 위 책이 떠 올랐다. 제목을 그대로 빌어와 ‘종교와 중국 전통문화’를 이 연재 글의 타이틀로 할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앞서 연재했던 ‘중국의 민족학’, ‘중국의 변강학’이라는 타이틀과의 균형을 위해 이렇게 바꿨다. ‘중국의 종교와 전통문화’. 이 ‘중국의..’ 3부작이 하나로 연결되기를 기대하며 연재를 시작한다. 위 책 머리말 중 일부를 소개하며.
“문화는 사회와 인류의 최고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문화란 생활 조건‧물질 및 정신적 가치, 그리고 사상과 지식의 총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인류가 존재하면서부터 문화도 존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화는 다시 세속문화와 종교 문화로 나뉜다. 세속문화는 인류의 발생과 함께 출현했고, 종교 문화는 인류 사회의 발전이 어느 정도의 역사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발생했다. 종교와 인류 문화는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녀왔으며, 대략 인류 발전의 신인(新人) 단계에 종교가 출현하면서부터 시작했으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화 가운데 종교와 관계되지 않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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