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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으로 읽는 중국신화 43] “사라진 곡식 세 톨을 찾아라!”

 

[그림1] 돔바문자로 ‘옷감을 짜다'(좌)와 ‘개미'(우)

 

  그림처럼 보이는 위쪽 돔바문자들은 각각 무슨 뜻일까? 첫 번째 문자는 여성이 다리를 뻗고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지고 있는 형태인데, 이 글자는 ‘옷감을 짜다’(나시어로는 ‘다’라고 발음한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두 번째 문자 속의 그림은 무엇일까? 허리 부분이 잘록한 것을 보니, 이것은 분명히 ‘개미’이다. 그렇다면 옷감을 짜는 여성, 즉 체흐부버와 개미가 왜 여기 등장하는 걸까.

  초제르으가 온갖 고생 끝에 마침내 아홉 개 산의 밭에서 곡식을 거두어 왔는데, 천신이 곡식 낱알을 세어보다가 다시 트집을 잡았다. 곡식 세 톨이 안 보인다는 것이었다. 분명 천신이 다시 심술을 부리는 것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쩌겠는가, 세 톨이 없다니 찾아오는 수밖에! 물론 이번에도 해답은 체흐부버가 찾아낸다. “두 톨의 곡식은 멧비둘기 모이주머니에 있을 것이고, 한 톨은 개미 배 속에 있을 것”이라고 체흐부버가 말한다.

  마침 체흐부버가 베틀 앞에 앉아 옷감을 짜고 있는데, 멧비둘기가 베틀 옆으로 날아왔다. 체흐부버는 얼른 활을 초제르으에게 주었다. 기회를 놓치지 말고 빨리 쏘아야 멧비둘기 모이주머니에 있는 낱알을 꺼낼 것이 아닌가! 그러나 초제르으는 멧비둘기를 향해 세 번이나 활을 조준하면서도 정작 화살은 날리지 않은 채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빨리 쏘라고 손짓을 해도 초제르으가 망설이고 있으니, 체흐부버가 얼마나 속이 답답했을까. 멧비둘기가 날아갈까 봐 마음이 급해진 체흐부버는 손에 쥐고 있던 베틀 북을 초제르으의 팔꿈치를 향해 날렸다. 아래 그림이 바로 그것을 묘사하고 있다.

 

[그림2] 초제르으가 멧비둘기를 조준하고, 베틀에 앉아있던 체흐부버가 북을 던지다

 

  오른쪽에 옷감을 짜고 있는 체흐부버가 보인다. 체흐부버가 손에 쥐고 있던 베틀 북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초제르으를 향해 날리고, 베틀 북에 팔꿈치를 맞은 초제르으의 손에서 화살이 미끄러져 나가 멧비둘기의 목을 맞히고 있다. 흥미로운 건 멧비둘기 목에 있는 무늬이다. 초제르으가 멧비둘기 모이주머니를 맞힌 덕분에 곡식 두 톨을 찾아냈는데, 그 사건 때문에 지금 멧비둘기 목에 무늬가 남아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림3] 멧비둘기 목의 무늬

 

  어쨌든 이렇게 하여 곡식 두 톨을 찾아냈다. 이제 남은 한 톨을 찾을 차례이다. 초제르으는 가느다란 말총을 들고 나섰다. 집 뒤에 있는 커다란 바위를 뒤집었더니, 그 안에 개미가 있었다. 초제르으가 말총으로 개미의 허리를 꽉 졸라매니, 개미 입에서 곡식 한 톨이 튀어나왔다. 오늘날 개미허리가 그렇게 잘록하게 된 것은 바로 그때 초제르으가 말총으로 개미허리를 묶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곡식의 기원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제주도의 <세경본풀이>에도 개미허리가 잘록해진 이유가 나온다. <세경본풀이>의 주인공은 인간 세상의 여성인 자청비이다. 자청비는 하늘에서 지상으로 공부하러 온 문 도령을 좋아하게 되어 3년 동안 함께 공부하다가 문 도령과 함께 하늘로 올라간다. 그곳에서 문 도령의 아버지인 옥황상제의 시험을 거친 후, 곡식의 종자를 가지고 지상으로 내려와 제주 신화 속 곡식의 여신으로 좌정한다. 나시족 창세신화에 등장하는 초제르으와 체흐부버의 역할이 바뀌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세경본풀이>에도 개미허리가 지금처럼 잘록해진 이유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일 잘하는 집안의 하인을 죽였다”는 이유로 분노한 부모님이 닷 말 닷 되의 좁쌀을 마당에 뿌려놓고 남김없이 주워오라고 명한다. 자청비가 흩어진 곡식들을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보며 줍는데, 딱 한 톨이 부족했다. 알고 보니 개미 한 마리가 좁쌀을 물고 간 것이었다. 그때 자청비가 개미에게서 좁쌀을 빼앗으며 허리를 발로 밟아, 오늘날 개미허리가 그렇게 잘록하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지역의 신화에 비슷한 모티프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후에도 천신은 여러 가지 시험을 내어 초제르으를 괴롭히지만, 체흐부버는 그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가 무능력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는 “아홉 층 하늘을 연 형제의 후손이며, 일곱 층 땅을 연 일곱 자매의 후손”이다. “힘센 장사의 후손이며, 아흔아홉 개 산을 넘어도 더욱 힘이 강해지는 종족”이다. 리장(麗江)이 위치한 “진사강(金沙江) 물을 다 마셔도 배부르지 않고, 석 되의 짬빠를 단숨에 삼켜도 목메지 않는” 그런 위대한 종족의 후손이다. 그렇게 용맹한 초제르으이기에, 체흐부버가 선택한 것이다.

  온갖 어려움 끝에, 둘은 혼인해도 좋다는 천신 즈라아프의 허락을 마침내 얻어낸다. 이제 드디어 함께 지상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체흐부버와 원래 혼인하기로 되어 있던 ‘하늘의 외삼촌’, 카즈뤼구쉬의 복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그림4] ‘하늘의 외삼촌’ 카즈뤼구쉬

 

 

[그림1] 『納西象形標音文字字典』(李霖燦 編著·和才 讀字·張琨 標音, 雲南民族出版社, 2001)에서 인용.(필자 스캔)

[그림2] [그림4] 『納西象形文字譜』(方國瑜 編纂·和志武 參訂, 雲南人民出版社, 1981)에서 인용.(필자 스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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