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음력 2월 2일은 용대두(龍擡頭)라 하여 용이 머리를 드는 날이라 한다. ‘창룡칠수(蒼龍七宿)’라는 별자리가 겨울에 수평선 아래에 숨어 있다가, 음력 2월 초가 되면, 천문의 28수 중 하나인 각수(角宿)가 동쪽에서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때 용의 몸체인 ‘창룡(蒼龍)’이 수평선 아래에 있고 머리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여 ‘용대두’, 즉 ‘용이 머리를 든다’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고대부터 민간에 용(龍)에 대한 숭배가 전승되어 용등, 용춤 등이 남아 있게 되었고 음력 2월 2일에 용대두가 전승되어 온 것이다. 이 용대두는 대략 2000년 전부터 관찰되었다고 한다. 음력 2월 2일 일몰 후(저녁 8시에서 9시 사이)에 나타난다고 하는데, 올해 2023년에는 더 늦어져서 밤 10시쯤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음력 2월 2일은 올해 양력 2월 21일이었으며, 지난 2021년 3월 14일과 비교하면 약 1시간이 늦게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2월 21일 이후로 약 두 달 동안 밤에 용대두를 볼 수 있다. 용의 몸체인 창룡이 수평선 위에 떠오르기까지는 대략 6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 후 7월 중순부터 10월 중순까지는 일몰 후에 밤하늘에 나타나는 용 모양 전체를 볼 수 있다.[1]
2023년 올 한해는 특별하다. 왜냐면 윤달인 음력 2월이 두 번 있기 때문이다. 음력 2월이 모두 59일이나 된다. 이 말은 즉 용대두가 두 번 생긴다는 것인데, 2월 21일과 3월 23일에 발생한다. 윤달이 2월인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지난 20세기에는 1909년, 1917년, 1928년과 1947년 4번 있었다. 21세기에는 2004년, 2023년, 2042년과 2099년 이렇게 4번 발생한다. 올해 용대두 후에 다음 용대두는 19년 후에 있고 이번 세기 마지막 윤(閏)2월 용대두는 76년 후에나 맞이할 수 있다.
중국인들은 용을 좋아해서 용과 관련된 음식 이름도 많다. 북경에서는 ‘吃龍皮’,‘吃龍麟’,‘吃龍须’,‘吃龍耳’ 라고 하여 ‘용의 피부를 먹는다’, ‘용의 비늘을 먹는다’, ‘용의 수염을 먹는다’, ‘용의 귀를 먹는다’라는 말을 쓸 정도로 용과 관련된 말을 많이 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용을 입에 달고 자꾸 부르면 용이 듣고 일어나서 그 한해의 비를 내리는 등의 일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음력 2월 2일은 ‘춘경절(春耕節)’로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의미한다. 또 음력 2월 2일은 ‘체용두(剃龍頭)’라고 하여 머리를 자른다. 새로운 시작은 머리부터라고 믿고 머리를 깎음으로써 새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남아 지금까지 민속문화로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올 2023년은 윤달이 있는 해로 ‘쌍춘년(雙春年)’이라고도 하고, ‘두봄해’라고도 한다. 윤달이 생기는 이유는 음력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보정하기 위해 임의로 한 달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음력 열두 달은 양력 열두 달보다 11일이 부족하다. 그래서 3년에 한번씩 한 달을 끼워 넣게 되는 것이다. 올해는 윤달이 2월이고 음력 2월이 두 번에 걸쳐 있다. 음력 2월 1일이 올해 2월 20일에, 또 3월 22일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윤달은 ‘썩은 달’이라고 하여, “하늘과 땅의 신(神)이 사람들에 대한 감시를 쉬는 기간으로 그때는 불경스러운 행동도 신의 벌을 피할 수 있다”고 널리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윤달에는 이장(移葬)을 하거나 수의(壽衣)를 하는 풍습이 전해 내려왔다. 윤달에는 아무런 재액(災厄)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전혀 거리낌이 없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통속적으로 결혼하기에 좋고, 관(棺)을 준비하거나 수의를 만드는 것도 좋다고 한다. 전남 지역에서는 수의를 먼 곳으로 갈 때 입는 옷이라 하여 ‘머능옷’이라 하며, 죽을 때 입는 옷이라 하여 ‘죽으매옷’이라고도 한다. 경북 안동에서는 수의를 ‘머농’이라고 하며 명주나 삼베로 짓는다. 이처럼 윤달에는 수의를 짓기도 하지만 수의를 지을 옷감을 준비해두기도 한다. 전북 진안에서는 집에 노인이 있으면 윤달에 수의를 짓고 널(관)을 짜서 그 속에 수의를 넣어두기도 하며 미리 수의를 준비해 놓은 집에서는 윤달이 오면 꺼내어 손질한 다음 다시 보관해둔다. 그런가 하면 윤달에는 집짓기를 시작하거나 집을 수리하기에 좋다고 하고, 이사를 마음대로 하여도 좋으며, 조상의 묘를 이장하는 것도 좋다고 여긴다. 예전에는 변소를 고친다든가 그 밖에 집수리를 함부로 하지 않았으며 장독대도 함부로 옮기지 않았다. 이처럼 윤달에는 부정이나 액이 없다고 믿어 집수리, 이사와 같은 평소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집안의 일들을 마음 놓고 하였다.
올해는 봄이 일찍 올 것이라 한다. 음력으로 볼 때 봄이 두 번이나 있으니 올해는 여느 해보다도 더 맘껏 꽃놀이를 하며 봄 정취를 만끽하길 바란다. 코로나 때문에 없었던 꽃놀이도 올해는 다시 개장을 한단다. 21세기에 4번만 있는 윤 2월의 두 번째 해를 맞이했다. 한 세기에 4번 있는 윤2월을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 처음으로 장을 담갔다. 맛있는 된장과 간장이 되길 바라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되는 올 한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용대두의 의미를 새겨보았다.
[1] 中国教育新闻网 2023-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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