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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다 디폴트와 중국 부동산 시장

 

  중국 3대 부동산 기업은 완커(万科·Vanke), 헝다(恒大·Evergrande), 비구이위안(碧桂园·Country Garden)으로 각 회사의 앞글자를 따 ‘완헝비’라고 부른다. 그중 헝다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2021년 매출액 순위 세계 최대기업 500(Fortune Global 500, 2021)에서 122위를 기록한 업체였지만, 최근 디폴트를 선언한 상태이다. 헝다의 현재 부채는 3,050억 달러(약 350조 원)로 세계에서 손꼽히던 기업이 세계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부동산 기업이 되었다.

  헝다는 1996년 쉬자인(许家印) 회장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2009년 홍콩증권거래소에 종목코드 HKEX: 3333로 상장되었다. 2017년 5월에는 26.8%가 오른15.52HKD를 기록하며 상장 이후 최고가를 달성했다. 그러나 디폴트 사태 이후 헝다의 주가는 90%가량 폭락하여 1.43HKD까지 하락하며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 신용평가기관 중국청신궈지신용평가회사(中诚信国际信用评级有限公司)는 최근 헝다그룹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헝다의 주된 개발상품은 중산층이 선호하는 중대형 아파트로,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중산층의 확대, 그에 따른 부동산 붐을 타고 크게 성장하였다. 최근 10년 사이 헝다는 부동산을 넘어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는데, 2010년 광저우 에버그란데 축구팀을 사들였고, 축구학교를 만들었으며, 17억 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축구장을 짓고 있었다. 관광업으로는 하이난에 인공섬 ‘오션플라워 아일랜드’를 짓고 있었으며, 2018년에는 미국 전기차 회사 패러데이 퓨처의 지분 45%를 20억 달러에 사들였고, 스웨덴 전기차회사 NEVS도 매입했었다. 2015년부터는 금융업으로도 진출하여 보험회사와 민간은행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엔터테인먼트, 보건의료, 잡화, 식품 농업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그렇다면 이렇게 큰 회사가 휘청거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과다한 부채비율이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 3대 레드라인 정책을 기준으로 중국 3대 부동산 기업의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선수금 제외 부채비율’은 완커 69.8%, 헝다 81%, 비구이위안 78.5%이며, ‘순부채비율’은 완커 20.2%, 헝다 99.8%, 비구이위안 49.7%이다. ‘단기부채/현금비율’은 완커 2.32배, 헝다 0.67배, 비구이위안 2.15배로, 헝다는 3개 기준 모두 레드라인(위험수준)에 속한다. 즉 중국 정부의 부채 관리 정책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해 불량 기업으로 분류되어 대출이 규제되었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보면 총부채비율 완커129.48%, 헝다 301.75%, 비구이위안 176.14%로 헝다 외에 다른 부동산 기업도 디폴트의 위험에서 절대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2017년부터 시작한 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여파로 중국 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현금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2018년 헝다는 720억 위안이라는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이자로 지출한 돈이 1,000억 위안이 넘었다. 이자보상배율(Interest Coverage Ratio)은 기업의 영업이익을 총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기업이 이자를 낼 만큼의 돈도 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통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기업을 한계기업으로 분류한다. 게다가 2020년 8월 중국 정부의 부동산 개발업체 모니터링과 통제로 인해 헝다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되었다. 2021년 1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한 기업의 재무 건전성 강화 정책 ‘3 Red Line’ 규제(선수금을 제외한 자산부채비율 70% 이상, 순부채비율 100% 이하, 현금·단기부채비율 100% 이상의 기준을 준수)을 시행하면서 기업 대출이 규제되고 자금 경석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써 현재 헝다는 약 350조 원이 넘는 채무 압박에 놓여 디폴트 위기에 처해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에서 부동산의 비중이 너무 크다는 사실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크고 심지어 GDP의 29%에 이른다고 추정치도 있다. 자칫 헝다 문제가 중국 부동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쳐서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주가가 폭락, 대출로 대출을 막는 사이클조차 막히면 연쇄 부도로 인하여 경기 침체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헝다 파산위기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출발점이던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에게는 금융 상품뿐이었지만 헝다는 실체가 있는 자산, 즉 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중국 경제에는 요동이 있을지라도 중국정부가 땅을 매입함으로써 세계 금융위기까지 초래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중앙정부는 “房子是用来住的、不是用来炒的” (집은 거주용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집값이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중국 특유의 경제 시스템은 복잡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다. 헝다 디폴트 사태가 경제 경착륙의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중국 정부의 세심한 주의를 필요로 하는 시점이다.

 

[표1] 2021년 부동산 기업 종합 순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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