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중한관계의 새로운 계기가 될수 있는가?
LI Min, CIIS 연구원
‘코로나19’가 21세기 이래 최대의 재난으로 기록되어 가고 있는 중에 중국과 한국은 현재까지 대량 감염 사태를 억제하고 관리하는 데 단계적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한국은 세계적인 방역 모범국가로 평가 받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은 중한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재확인 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은 서로에게 위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양국은 국내 수급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의료·구호물자를 대량 지원하여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기는데 힘을 보태어 주었다. 또한 양자 차원 및 중한일, 아세안+3 등 다자무대에서 적극적으로 방역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국제 협력을 견인하고 있다.
극단적 사태는 양국 관계가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 새롭게 정비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공동으로 재난대응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그 동안 지지부진 했던 많은 사업들을 다시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 특히 지난 중한일 정상회의에서 이미 많이 강조 되었던 보건분야 협력이 크게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편, 이번 사태는 양국이 서로를 재인식 할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에 대해서는 전반적인 인식 변화가 예상된다. 중국인은 한국의 핵심 경쟁력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최근 몇 년동안 현대·기아차나 삼성 스마트폰과 같은 한국의 주력 산품이 중국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 것도 이러한 이미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를 통해 중국은 한국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외교 분야에서 전 세계 대부분 국가로부터 입국 금지 혹은 제한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끝까지 합리적인 출입국관리 정책을 폈다. 이는 한국 정부와 국민이 국익에 대한 합리적인 사고력과 탄탄한 행동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기사태로 갈팡질팡하는 많은 국가와 대조적으로, 한국은 책임감 있고 소양 있는 국민과 효율적이고 행동력 있는 정부를 겸비한 국가로 평가 받고 있으며 대부분 중국인들도 이러한 평가에 공감 하는 바이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한국산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지고, 이는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된다. 정치외교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불안한 균형외교를 하는 한국보다 국익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력을 구비하고 결단력과 행동력까지 가진 한국이 중국에게는 더욱 예측 가능하고 신뢰감을 주는 존재로 다가온다. ‘중미 경쟁’이라는 딜레마 의식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의 독자적인 국익과 존재 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큰 역할을 감당할수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한국으로부터 인식 변화를 희망하고 있다. 물론 중국은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자국이 다시 인식되기를 바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미국이나 유럽은 타국을 도울 여력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가장 먼저 위기의 정점을 지난 중국은 기타 국가를 적극 지원하면서 글로벌 리더십 부재의 파괴적 영향을 일정 부분 미봉해 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는 ‘책임론’ 공방에 중국도 부득이하게 맞받아 나섰지만 여론전에 힘을 허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고 중국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 한국을 포함한 기타 국가가 중국을 재인식 할수 있는지 여부는 결국 언어적인 논쟁이 아니라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중국의 실속 있는 기여에 달려 있다.
물론 양국이 서로를 재인식할 기회를 현실로 만들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코로나 19 위기는 아직 진행중이고 중한 양국은 책임 떠밀기와 ‘각자도생’과 같은 부정적 기류로 가득찬 세계에서 국제협력에 관한 적극적인 마인드를 공유하고 있다. 성숙한 대국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중국과 강한 중견국가 한국은 상당한 국제적 전시효과를 가진 케미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