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은 올해 한중비전포럼(위원장 신정승 전 주중대사)은 지난 8월 19일 롯데호텔 37층에서 ‘한중, 다음 30년을 말한다’ 포럼을 개최하여 중국 전문가 53인의 지혜를 구했다. 여기에서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원장과 한석희 부원장, 그리고 본원의 연세차이나포럼 회장이 향후 30주년을 위한 제언을 했다.
※ 중앙일보 사공관숙 기자의 기사에서 발췌,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98346#home
유희문 연세차이나포럼 회장, “지방정부 차원에서 협력의 틀을 찾아야”
▷ 1988년 중앙일보 특파원 신분으로 중국에서 취재한 적이 있다. 30년 넘게 중국을 보고 느낀 소감을 말씀드리겠다. 중국은 정책에 일관성이 있다고 하지만, 정책의 집행에서는 예측이 불가하다. 비즈니스를 하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중 간 무역 갈등에서도 그런 면모를 볼 수 있다. 미국은 중국에 명확한 규범이나 문건을 만들어 집행하라고 요구하지만, 중국에는 당 문건보다도 상부의 뜻을 헤아려 집행하는 ‘췌마상의(揣摩上意)’의 습관이 있다. 그리고 이 부분은 특히 우리가 알기 어렵다. 미국과 동맹 강화도 좋지만 그렇다고 중국을 무시할 순 없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접근할 때 제안하고 싶은 한가지 대안은 지방정부 차원에서 협력의 틀을 찾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정책의 유연성을 갖기 상당히 어렵다. 향후 30년은 지방정부와의 협력이 정책의 위험성을 헤징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현철 연세대 중국연구원 원장, “한중 교류를 위한 세 가지 제안”
▷ 세 가지 제안을 드린다. 첫 번째는 인문정신과 소통이다. 양국의 교류는 세월의 흐름에 편승한 역사의 관점이나 정치적 판단보다는 오랫동안 지녀온 인문정신적 유대가 더 큰 작용을 해왔다. 최근 정서적으로 갈라진 틈과 가치관의 차이를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소통이며, 교류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매개체 역시 소통이다. 반중·반한 정서는 ‘정부=국민’이라는 잘못된 프레임 속에서 생겨나고 또 증폭되고 있다. 미래 양국의 생산 주역이 될 청소년들의 우호 정서를 굳건히 하고 돈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동화와 공유다. 미래지향적 관점과 충실한 관계의 파급력이 양국의 소프트파워 능력을 높인다. 교류를 통한 공유의 단계로 접어들게 되면 이것이 바로 서로가 인류 교류 공동체 또는 인류 문명 세계권에 동화되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탈 경계와 교차다. 중국인과 한국인은 서로 달라서 마주치는 부분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경계 짓고 분리하는 것이 아니라 교차를 통해 무언가 마주 보고 공통점을 찾는 것이 바로 미래의 과제이다. 지금은 한 국가의 문화가 그 나라의 고유한 소유물이 아닌 그 외 더 많은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고 공유하는 ‘탈 경계’ 문화로 탈바꿈하고 있다. 몰라서 잘못을 저지르는 우를 범하기보다는 아직 잘 모르니 앞으로 잘 알아나가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한다. 갈라치기를 하기 보다는 다름을 인식하고 두 지역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기억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위가 분명한 처지에서 너와 나를 가리지 않는 본질을 마주해야 한다. 그래야 경계가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되고 비로소 한중 양국의 멋진 꿈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한석희 중국연구원 부원장, “중국의 변화와 한국”
▷ 지난 30년을 돌아보면 한국은 중국과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같은 공통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왔고, 그리고 이 30년은 한국 스스로가 변화해서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향후 30년은 중국이 변하는 시기가 됐으면 좋겠다. 중국이 변화하기 어렵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중국도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최근 중국을 연구하는 미국 학계 사람들은 ‘중국의 부상은 멈췄다’고들 한다. 또 더 타임스 같은 언론에서는 ‘중국의 몰락’을 이야기한다. 중국이 변화에 적응하고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는 이때, 한국은 우리 국익에 맞게 중국이 변화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