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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괴물 신인에서 세계적 스타로

 

  배우 중에 그런 배우들이 있다. 처음 보는 신인임에도 뛰어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강한 인상을 남기는 그런 배우 말이다. 소위 괴물 신인이라 할 만한 그런 배우들이 더 큰 배우로 커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중화권에도 수많은 예가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몇몇 여배우가 먼저 떠오른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장쯔이, 계륜미, 저우쉰, 저우둥위를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장쯔이, 장쯔이(章子怡, 장자이)는 1996년 16세의 나이로 <성성점등>이란 영화로 데뷔했지만, 아무래도 그녀를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은 장예모의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영화일 것이다. 장예모는 신인 연기자를 과감하게 주연으로 발탁해 대스타로 키우는데도 일가견이 있는데, 공리가 대표적이고 사실상 장쯔이도 장예모가 본격 발탁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장쯔이는 이 영화에서 순박하면서도 청순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와 연기를 보여주었고, 개인적으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아니나 다를까 장쯔이는 이후 승승장구하며 탄탄대로의 길을 걸었다. 세계적 화제작이자 무협영화의 수작 <와호장룡>에서는 말 그대로 펄펄 날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윤발, 양자경, 정패패 등 여러 대배우 속에서도 장쯔이의 개성 있고 강단 있는 연기는 반짝였다. 장쯔이는 무용을 전공한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해 <영웅>, <연인>, <야연>같은 무협대작에도 연달아 출연했다. 항일시기 일본 공작원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나누는 테러리스트로 분해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러우예 감독의 <자호접>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 외에도 왕가위의 <2046>, <일대종사> 등등 유명한 작품이 너무나 많고, 한국, 일본,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여러 작품에서 자신의 인장을 확실히 남겼다. 장쯔이는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역시나 톱배우로서의 아우라가 강렬했다.

 

[그림1] <집으로 가는 길> 포스터

 

[그림2] <일대종사> 스틸 컷

 

  최근 ‘대만 청춘영화의 마스터피스’라는 카피를 달고 재개봉되어 화제를 모은 <남색대문>은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대만의 톱스타 구이룬메이, 즉 계륜미(桂綸鎂)의 데뷔작이다. 2002년 영화라는데 사실 나는 아직 보지 못한 영화다. 계륜미가 한국에서 알려진 영화는 역시 주걸륜과 함께 주연을 맡은 <말할 수 없는 비밀>일 것이다. 어찌 보면 그냥 예쁘고 청순한, 소위 흔한 첫사랑의 이미지였다고도 할 수 있지만, 그 영화에서 계륜미는 뭔가 좀 달랐다. 알 듯 말 듯 그 묘한 매력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할까. 이어서 접한 <타이베이 카페 스토리> 같은 영화는 청순하고 분위기 있는 계륜미의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영화로 보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계륜미의 연기가 장난 아니라는 것은 결정적으로 <여친, 남친>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서였다. 역시 고교 시절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에서 그녀는 <말할 수 없는 비밀>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청춘의 활기와 고뇌, 밝음과 어두움을 자유자재로 교차시키면서 영화 전체를 끌고 가고 있다. <남색대문>을 좀 찾아보니 그 영화에서도 신인답지 않게 대담무쌍하고 팔색조 같은 연기를 펼친 모양이다. 결코 외모에 가려지지 않는 연기력, 그녀의 출발은 처음부터 좀 남달랐던 모양이다. 2014년작 <백일염화>는 베를린영화제 그랑프리를 차지한 영화인데 좀 어두운 영화이다. 잘 모르는 사람은 그 영화에 청순미 가득한 계륜미가 나온다는 것이 좀 의아해했을 것도 같다. 다시 말해 그 어둡고 투박하며 무거운 대륙영화인 <백일염화>에 계륜미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사실이 말이다. 하지만 계륜미의 뛰어난 연기력과 다채로운 이미지를 몇 번 경험한 나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고 아마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림3] <남색대문> 포스터

 

[그림4] <여친, 남친> 스틸 컷

 

  저우쉰(周迅, 주신)은 20년 전 <소재봉>과 <수쥬>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신인인데 전혀 신인 같지 않고 노련하고 능수능란하다는 느낌, 그리고 거침없고 대담한 연기로 관객을 빨아들였다. 소위 떡잎부터 남달랐다는 느낌이다. 알다시피 현재는 중화권 톱배우로서 여전히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개성 있고 폭넓은 연기력을 가지고 있어 어떤 장르, 어떤 영화, 어떤 배역에서든 존재감이 번뜩인다. 가령 영화 <공자>에서는 아주 짧게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녀의 존재감은 강렬하며 극에 긴장감을 가득 불어 넣는 연기를 보여준다. 데뷔는 90년대 초반이라고 하는데 그녀의 이름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영화는 역시 러우예 감독의 <수쥬>였다. 이 독특한 러브스토리는 국내외 여러 상을 수상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이어서 홍콩 푸르트챈 감독의 <할리우드 홍콩>에서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고, 당시로서는 처음 시도되는 아시아 초대형 뮤지컬 영화인 <퍼헵스 러브>에서도 주연을 맡아 청순하면서도 관능적인 매력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후 숱한 대작영화에 캐스팅 되어 자신의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을 발휘했고, 연기자를 넘어 감독, 그리고 자선활동 등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그림5] <퍼헵스 러브> 포스터

 

[그림6] <화피> 스틸 컷

 

  마지막으로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저우둥위(周冬雨, 주동우)에 대해 좀 얘기해본다. 앞서 장예모 감독의 배우 기용에 대해 언급했는데 저우둥위도 장예모 감독에 의해 발탁, 데뷔했다. 2010년 부산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했던 <산사나무 아래서>라는 작품이다. 쉽지 않은 역인데 잘 소화했다는 생각을 했고, 참신한 배우가 또 한명 나타났다는 생각을 했다. 문혁시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포커스는 순수한 남녀의 헌신적이고 절절한 사랑을 향하고 있다. 이후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국내외에서 많은 화제를 낳으며 사랑받은 영화는 역시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먼 훗날 우리>, <소년시절의 너> 등일 것이다. 아마도 한국 관객들에게 대륙 청춘영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새롭게 인식시켜준 대표적인 영화들이 아닐까 싶다. 흔히 쓰는 하얀 도화지 같다는 표현처럼, 어떤 배역을 맡던 찰떡같이 표현한다는 느낌이 든다. 귀엽고 순수한 이미지부터 강렬하고 개성 있고 또 복잡한 심리표현까지 능수능란하게 표현한다. 천생 배우라는 생각이 들고, 또 이를테면 ‘작은 거인’, 같은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그림7]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포스터

 

[그림8] <소년시절의 너>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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