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 담론의 성립 ― 루쉰과 『지나인 기질』의 관계를 중심으로(7)
(“國民性”話語的建構―以魯迅與『支那人氣質』之關係為中心)
리둥무(李冬木)
*李冬木 著, 『越境―“魯迅”之誕生』, 杭州: 浙江古籍出版社, 2023, 295-483.
2. 메이지 시대의 하쿠분칸(博文館)
(1) 하쿠분칸의 메이지 시대 출판 업적
일역본 텍스트의 상황을 이야기하기 전에 『지나인 기질』 출판과 관련된 상황을 간단히 소개할 필요가 있다.
1896년 12월, 스미스의 원저 출판 2년이 지나 하쿠분칸이 시부에 다모쓰의 일역본을 출판했다. 하쿠분칸은 일본 근대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출판사 가운데 하나로, 오하시 사헤이(大橋佐平, 1835-1901)가 1887년 고향 도쿄에서 창립했고 1947년 문을 닫았다. 60년 역사의 하쿠분칸은 대량의 도서 잡지를 출판했는데 영향력이 거대하여 『일본대백과전서』(日本大百科全書)가 “하쿠분칸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 근대 출판계에서 한 시대의 역사를 수립했다.
쓰보야 젠시로(坪谷善四郞, 1862-1949)의 『하쿠분칸오십년사』(博文館五十年史)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하쿠분칸의 가장 찬란한 시기는 바로 전반기, 즉 메이지 계몽 시대이다. 애시당초 ‘하쿠분칸’이라는 상호를 만들어준 것은 『일본대가논집』(日本大家論集)이라는 잡지였다. 20세기 80년대 이후 중국에서 널리 배포되고 있는 ‘신문 다이제스트’와 비슷하게, 당시 일본에서 널리 유통되던 각종 학술 및 시사 평론과 대중 잡지로부터 영역별 대가의 문장과 각종 일화를 망라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였다. 이 잡지는 많은 독자를 확보함으로써 3년 후 하쿠분칸이 출판계에서 ‘도약의 시대’로 돌입하도록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하쿠분칸 출판 사업의 기본 성격을 정립하도록 했다. 바로 『일본대가논집』 창간호에서 제시한 내용과 범위에서 보이듯 하쿠분칸은 ‘정치, 법률, 경제, 문학, 과학, 의학, 역사, 철학, 공학, 종교, 교육, 위생, 권업,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거듭하여 대량의 잡지를 창간하고 발행했으며 각종 단행본, 총서, 백과사전 등 많은 서적을 출판했다. 필자가 『하쿠분칸출판연표』(博文館出版年表)를 보고 만든 통계에 따르면, 메이지 시대 말기인 1912년(메이지 45년) 7월 말까지 하쿠분칸 설립 이후 25년 동안 잡지 70종, 단행본 1,685종, 각종 ‘총서’, ‘전서’, ‘백과’ 등 시리즈 130세트 2,376권, 총 4,061종이 출간되었다. 단행본 중 일부가 총서에 실려 중복 출판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출판 수량은 여전히 대단하다. 참고로 메이지 시대에 출판된 책만 놓고 보더라도 1887년부터 1947년까지 하쿠분칸에서 ‘약 3,000점’이 출판되었다고 일본 소학관(小學館) 발행 『일본대백과전서』(1996)에서 소개한 수량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언급해야만 하겠다.
이렇게 많은 대량의 출판물 가운데 당시에 일세를 풍미했거나 이후 메이지, 다이쇼, 쇼와 시대 자료와 관련된 유명 잡지와 도서가 매우 많이 남아있다. 예를 들어 메이지 시기 발행된 70종의 잡지 가운데 24년 이상 발행된 대형 잡지는 7종이 있다. 이는 각각, 『태양』(太陽), 1895년 1월부터 1928년 2월까지 33년 2개월 지속, 『문예구락부』(文藝俱樂部), 1895년 1월부터 1933년 1월까지 38년 1개월, 『소년세계』(少年世界), 1895년 1월부터 1933년 1월까지 38년 1개월, 『중학세계』(中學世界), 1898년 9월부터 1928년 5월까지 29년 9개월, 『여학세계』(女學世界), 1901년 1월부터 1925년 6월까지 24년 6개월, 『유년화보』(幼年畫報), 1906년 1월부터 1935년 12월까지 만 30년, 『소녀세계』(少女世界), 1906년 9월부터 1931년 10월까지 25년 2개월이다. 이 가운데 『태양』과 『문예구락부』는 모두 메이지 시대 가장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유명 잡지로, 전자는 대형 종합 월간으로 매 기마다 200 페이지, 임시 증간본을 포함하여 모두 34권 531책, 17만 5천 페이지이고, 차례로 쓰보야 젠시로, 다카야마 조규(高山樗牛), 도야베 슌테(鳥谷部春汀, 1865-1908), 우키타 가츠타미(浮田和民), 하세가와 덴케이(長谷川天溪) 등이 주필을 맡았고 나름 영역의 저명인사가 집필하거나 협찬하여, 정말이지 하쿠분칸사(博文館史)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 잡지는 “하쿠분칸이 전력을 기울여 세상에 내놓아 전국 독서인들을 놀라게 했다.” 후자는 대형 문예 월간으로 매 기 250 페이지, 임시 증간본을 포함하여 모두 607책에 달하고 창간 당시 오자키 고요(尾崎紅葉, 1867-1903)를 필두로 저명 문학단체 ‘겐유사’(硯友社) 동인 작가인 이와야 사자나미(岩谷小波, 1870-1933), 가와카미 비잔(川上眉山, 1869-1908), 에미 수이인(江見水蔭, 1869-1934), 이사바시 시안(石橋思案, 1867-1927), 오하시 오토와(大橋乙羽, 1869-1901), 히로쓰 류로(廣津柳浪, 1861-1928), 야마다 비묘(山田美妙, 1868-1910) 등의 지지를 받아 메이지 시대 대표작을 많이 실었다.
『태양』과 『문예구락부』 외에 위에 든 7종 장기 발행 잡지 가운데 나머지 5종은 모두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여 이로부터 메이지 20-30년대 이후 일본에서 아동과 청소년 및 여성 계몽교육 방면에 보급 정도와 지속력을 엿볼 수 있다. 이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던 잡지 가운데 동화 작가 이와야 사자나미가 주편을 맡은 『소년세계』가 가장 유명하다. 이 잡지를 뒤이어 역시 이와야 사자나미가 주편을 맡은 『유년세계』(1900), 『유년화보』, 『소녀세계』가 창간되었는데, 가히 일본 근대 동화라 부를 수 있고 일본 근대 아동문학의 요람이라 말할 수 있다. 이와야 사자나미가 ‘겐유사’ 성원인 이유로 상술한 ‘겐유사’ 동인 작가의 이름은 『소년세계』 초기에 많이 보이지만, 이 세계를 진실로 끝까지 지탱하고 메이지 일본 ‘소년독서물의 권위’를 이룬 사람은 다름 아닌 이와야 사자나미 자신이었다. 잡지 이외에 이와야 사자나미 이름으로 나온 출판물만 따져봐도 『일본민간전설』(日本民間傳說, 1891) 20책, 『일본동화』(日本童話, 1891) 24책, 『세계동화』(世界童話, 1899) 100책, 『세계동화문고』(世界童話文庫, 1908) 50책이다.
이와야 사자나미와 같이 시리즈의 동화를 포함하여 앞에서 든 것처럼 하쿠분칸이 메이지 시기 출판한 각종 ‘총서’와 ‘문고’ 등은 130종에 이르러, 이후 일본에 출현한 각종 소위 ‘대계’(大系)라 불리는 대형 시리즈 출판물의 선구가 될 뿐만 아니라, 당시 여러 잡지와 서로 호응하여 근대 도서 출판의 진풍경을 연출했다. 예를 들어 『통속교육전서』(通俗敎育全書, 1890) 100책, 『제국문고』(帝國文庫, 1893) 50책, 『속제국문고』(續帝國文庫, 1898) 50책, 『제국백과전서』(帝國百科全書, 1898) 200책 등은 모두 아주 유명해서 이들 대형 도서 시리즈는 메이지 시기 ‘근대’ 지식 기초를 구성하는 데 전혀 손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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