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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서극, 오우삼, 장예모

 

  수십 년간 중화권 영화계에서 맹활약했던 서극, 오우삼, 장예모, 70대의 나이에도 그들의 활약은 활발하다. 지금도 중심에서 밀려나지 않고 짱짱하게 활동하는 모습이 보기 좋고 또 부럽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아무튼 이 올드 보이들의 신작을 좀 들여다보았다. 먼저 80살을 앞둔 가장 연장자 오우삼이 최근 내놓은 신작 이야기를 좀 해보자. 제작이 아닌 감독으로서는 <맨헌트> 이후 몇 년 만인데, 좀 특이한 게 오랜만에 할리우드에서 작업을 했다. <사일런트 나잇>이라는 영화인데, 갱단에 아들을 잃은 한 남자의 복수를 다룬다. 그냥 딱 봐도 오우삼의 장기라 할 하드보일드 액션일 텐데, 오우삼은 전성기를 오래전에 지난 지라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오우삼 영화는 20년 전 <페이책> 정도까지가 볼만하지 않았나 싶다. 필생의 역작이라 공언했던 <적벽>도 영 어색하고 실망스러웠고 그 이후로는 쭉 내리막이 아닌가 싶다. 공동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검우강호> 정도가 근작 중에는 그나마 좋았다. 그래도 오우삼이 누구인가. 이제는 클래식이 된 느와르 <영웅본색1, 2>와 <첩혈쌍웅>만으로도 그는 전설이다. 뿐만 아니라 리안 이전 할리우드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인장을 찍고 성공 가도를 달린 거의 유일한 아시아 감독이 바로 오우삼이다. <페이스 오프>, <미션 임파서블2>, <윈드 토커>와 같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의 감독이 바로 오우삼이다. 스토리나 배우들의 내면 연기가 약해도 상관없다. 액션을 거의 아트 수준으로 올려놓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액션의 마에스트로, 그 정도로 정리하면 될 것 같다. 물론 예전과 같은 화제성을 갖기는 어렵겠지만 계속 건재하면서 가끔씩이라도 신작 소식을 전해주면 좋겠다.

 

[그림1] <사일런트 나잇> 포스터

 

  다음은 서극이다. 오우삼을 말하면 자동적으로 함께 거론되는 라이벌이자 동료 감독이며, 한때 아시아의 스필버그라고 불리던 홍콩영화계의 막강한 파워맨이기도 하다. 서극은 또한 감독 못지않게 수많은 영화를 기획하고 제작한 제작자로서의 이미지도 강하다. 요약하자면 서극은 8, 90년대 홍콩영화의 전성기 시절, 그 중심에서 수많은 영화를 기획, 연출, 제작하며 홍콩영화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오우삼이 느와르를 중심으로 액션영화에 치중했다면, 서극은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다양한 영화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지만 서극의 장기는 역시 시대물, 그중에서도 무협영화가 아닐까 한다. 물론 서극이 만든 무협영화는 첨단의 기술을 대폭 가미하여 따로 SF무협이라 불리기도 하고, 자주 판타지나 멜로, 코믹등을 섞어 이전의 정통적인 무협영화와 차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안에는 정통의 맥을 잇는 무협영화들도 있다. 한마디로 서극의 무협영화는 스펙트럼이 넓고 재질이 다양하여 따로 한번 다뤄볼만 하다. 어쨌든 <촉산>, <칼>, <칠검>, <황비홍>, <천녀유혼>, <소오강호>, <적인걸> 등등 그가 직접 연출하거나 혹은 공동 연출, 또는 제작을 한 수많은 무협영화들이 있다. 그렇게 정력적으로 작품호라동을 하던 서극도 70대에 들어 슬슬 작업을 정리해가는가 싶었는데, 올해 기대되는 빅 프로젝트가 하나 있는 것 같다. 올해가 아마 중국 무협소설의 전설 김용의 탄생 100주년이라 하여 드라마, 영화쪽에서 다시 김용의 작품들이 만들어지는 붐이 있는 것 같은데, 서극도 오랜만에 출사표를 던졌다. 바로 <사조영웅전>이 곧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용의 이름에 서극의 이름이 더해진다니 아시아 무협 마니아들은 한번 기대를 걸어봄직 하다. 서극이 명실상부한 대가의 솜씨를 발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림2] 서극 <사조영웅전> 포스터

 

  본토의 거장 장예모의 영화작업도 활발하다. 아니 활발하다 못해 이른바 종횡무진이다. 거의 1년에 한 편씩 영화가 나오고 제작 규모도 방대하다. 뿐만 아니라 시대극부터 코믹물, 액션물, 스파이물까지 따라가기 힘들 정도다. 개인적으로 이게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싶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장예모가 어디까지 관여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대략 십몇 년 전 <황후화> 정도를 끝으로 장예모 영화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좀 멀어진 터라 그의 근작들에 대해서는 그저 가끔씩 몇몇 작품을 본 기억밖에 없다. <산사나무 아래>, <5일의 마중>, <만리장성>, <무영자> 정도를 본 것 같은데 역시나 큰 인상은 없다. 작년 춘절 때 개봉되어 엄청난 흥행을 하며 장예모 영화 중 최고 흥행을 기록한 <만강홍> 역시 아직 보지 않았다. 그래도 장예모 영화가 아직 그 같은 흥행 성적을 올린다는 소식이 좀 흥미로웠을 뿐이다. 어쨌거나 중국 연구자로서 조만간 영화를 찾아볼 생각은 있다. 장예모라는 이름에 그 같은 흥행을 냈음에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된 소개 글 하나, 흔한 비평 하나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점이 또한 아쉽다.

  올해 춘절에도 어김없이 장예모의 신작이 나왔고 큰 흥행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적을 낸 듯 하다. <제20조>라는 영화이고 중국의 형법 20조에 해당하는 정당방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 것 같다. 언뜻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추측컨대 코믹적인 요소와 휴머니즘을 적당한 선에서 버무리지 않았을까 싶다. 감독 장예모에 대한 기대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70대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는 모습, 그 성실함은 분명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는 것 같다. 그의 풍부한 경험과 관록이 제대로 빛을 발하는 멋진 작품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그림3] <제20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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