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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상견니>와 대만의 청춘영화

 

  10년 전 중국 대중음악에 대한 책을 낸 적이 있다. 대륙, 홍콩, 대만에서 활동하는 50여명의 가수들을 소개했는데 대만 가수 우바이(伍伯)를 넣을까 하다가 뺀 기억이 난다. 알고는 있었지만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던 터라 뒤로 밀렸던 것 같다. 그런데 우바이의 96년 히트곡 <라스트 댄스>가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 아시아 전역에서 크게 흥행한 드라마와 동명의 영화가 있다. 바로 <상견니(想見你)>다.

  드라마 <상견니>는 대만과 중화권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흥행했고, 우리 한국에서도 이른바 ‘상친자(상견니에 미친자)’라는 단어가 생겼을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대략 그 상황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평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이유도 있고, 대만에서 흔히 나오는 그저 그런 청춘물로 여겨 따로 챙겨보지 않았다. 그 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로 나왔을 때도 별로 땡기지 않아 패스했다. 그러다 얼마 전 IPTV에 드라마와 영화가 무료로 올라와 있길래 반신반의하며, 또 반 의무감에 뒤늦게 <상견니>를 접하게 되었다.

 

[그림1] 드라마 <상견니> 포스터

 

  드라마 <상견니>와 영화 <상견니>는 여타의 대만 청춘물과 마찬가지로 달달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기본으로 깔고 있고, 소위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의 형식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애틋하고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거기에 앞서 말한 우바이의 노래를 비롯해 다른 여러 곡의 OST를 잘 활용하여 극의 분위기와 감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역시나 개인적으로는 내 취향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도저히 상친자의 대열에는 끼지 못했지만, 왜 그리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와 영화에 열광했는지는 조금 알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조금 복잡하고 산만하게도 보이지만 연인을 잊지 못하는 애틋함과 시공간을 교차하며 전개되는 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는 충분히 관객의 마음을 끌 법 했다. 그리고 중년의 나에겐 좀 낯선 배우들이지만 풋풋한 남녀 주인공들의 연기도 꽤 인상적이었다.

 

[그림2] 가수 우바이의 앨범

 

  <상견니>는 수년간 이어진 대만 청춘 로맨스물의 계보를 잇고 있으면서 나름대로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려 애쓴 작품이라고 보여진다. 사실 청춘영화라는 것은 고만고만한 스토리를 다루게 되니 자칫 지루하고 유치하기 쉽다. 청춘영화 특유의 풋풋함을 살리면서 진부하지 않게 개성을 갖출 수 있느냐 여부에 승패가 갈리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상견니>는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인상적인 대만표 청춘영화를 언급하라면 다음과 같은 몇 작품을 들고 싶다.

  먼저 2006년작 <영원한 여름>을 꼽는다. 당시 대만 영화의 흥행기록을 다시 쓴 작품으로, 퀴어 코드가 들어있는 청춘 성장영화다. 밝고 명랑한 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가 깔려있지만 그 또한 청춘의 한 면이라는 것을 설득력있게 전달한다.

  중화권 연예계의 기린아 주걸륜이 직접 감독과 주연을 맡은 <말할 수 없는 비밀(2008)>도 빼놓을 수 없다. 대만 청춘 로맨스에 불을 당긴 작품이라고도 하겠는데, 연기와 미모 다 되는 계륜미는 이 영화로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다. 개인적으로 주걸륜보다 계륜미가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2012)>와 <청설(2009)>도 이 계열에서 빠뜨리면 섭섭한 영화들이다. 또한 삼각관계와 퀴어 코드가 함께 녹아든 대만판 <줄 앤 잼>이라고 할만한 <여친, 남친(2013)>도 상당히 인상적인 영화였다.

  한국에서 역대 대만영화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는 <나의 소녀시대(2016)>도 대만 청춘영화의 매력을 보여준 영화다. 다소 유치하고 만화 같은 전개지만 그런 밝고 생기있는 청춘영화도 나쁘지 않다.

 

[그림3] <영원한 여름> 스틸 컷

 

[그림4]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틸 컷

 

  마침 올 상반기에 완성될 필자의 장편영화 데뷔작도 고등학교 시절을 배경으로 한 청춘영화다. 자전적 경험을 녹여낸 그 작품은 대만의 청춘영화들과는 결이 상당히 다르다. 내가 직접 겪은 1990년 한국 인문계 고등학교의 고3 시절은 순정만화 같은 대만발 청춘영화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차라리 어둡고 축축한 느와르에 가깝다. 물론 영화는 다큐와 다르니 나름의 살을 붙여 만들어질 예정이다. 아무쪼록 기대해 주시길. 완성되는 대로 독자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질 생각이다.

 

[그림5] 필자의 영화 <삼총사 1990> 대본 리딩

 

[그림6] 필자의 고교 모교이자 장편영화의 촬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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