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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국민성’ 담론의 성립 ― 루쉰과 『지나인 기질』의 관계를 중심으로(1)

 

 

국민성담론의 성립 루쉰과 『지나인 기질』의 관계를 중심으로(1)
(“國民性話語的建構以魯迅與『支那人氣質』之關係為中心)

 

 

 

리둥무(李冬木)
*李冬木 著, 『越境―“魯迅”之誕生』, 杭州: 浙江古籍出版社, 2023, 295-483.

 

 

 

들어가며

  ‘국민성’이란 단어의 현황과 기원 및 중일 근대 사상과 관련된 문제는 앞에 글에서 이미 다뤘다. 중국의 ‘국민성’ 담론과 사상의 성립에 대해 말하자면, 청말 일본에서 건너온 ‘서학’과 사상의 선구자들이 미친 영향이 심도 있게 토론되어야 할 기본 전제이면서 정신사적 배경이라 할 것이다. ‘국민성’ 문제에 관한 기존 연구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 전제 아래 이 글은 루쉰의 ‘국민성’ 담론 성립의 역정을 둘러싸고 분석하려 하며, 시부에 다모츠(澀江保)가 일역한 『지나인 기질』에서 전변된 것을 중심으로, 텍스트 속 구체적인 담론 가운데 ‘국민성’이 한 가지 사상이 되어 ‘루쉰’에서 생성 기제로 작용한 양상을 탐구하려 한다. 이 같은 사례는 청말 이래 ‘국민성’ 담론 성립과 전체적인 관련을 맺는다. 최소한 현실 언어생활 속에서 ‘루쉰’은 현재 ‘국민성’ 담론을 유일하게 계승한 사람이고, 이 사상이 청말민초에서 현재까지 전달되게 만든 가장 중요한 전파자이다. 역사와 관련된 의의를 봤을 때 루쉰은 ‘국민성’을 여전히 강술하고 있는 현역 작가이다.

  그래서 루쉰과 관련된 ‘국민성’ 담론 형성과 관련하여 여기서 우선 한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

 

 

 

1. ‘국민성담론 형성에서 쉬서우상(許壽裳)의 문제

 

  (1) ‘기의종문’(棄醫從文)의 자술로부터 쉬서우상의 기억까지

  루쉰과 ‘국민성’ 관련 담론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외침·자서」(『吶喊』自序, 1922), 「러시아어 역본 「아Q정전」 서문과 저자 자서전 대강」(俄文譯本「阿Q正傳」序及著者自敍傳略, 1925), 「후지노 선생」(藤野先生, 1926)에서 자기가 어떤 연유로 ‘기의종문’했는지를 자술한 내용이다. 그는 센다이 의전의 해부학 교실에서 환등 사진을 통해 러일전쟁 중 러시아인을 위해 정탐한 중국인이 일본군에게 잡혀 공개 처형을 당하고 구경을 하러 나온 사람들 역시 중국인 것을 보았다. 동포들의 무감함으로 인해 그는 놀라게 되었고 이로써 “나의 의식은 변하게 되었고”, 의학을 통해 신체를 구하는 것과 비교하여 “우리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들의 정신을 바꾸는 것이며 정신을 바꾸는 데 좋은 것은 내가 그때 느끼기에 문예에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여 문예운동을 제창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모두가 잘 아는 루쉰이 ‘기의종문’한 동기이다. 루쉰의 그 뒤 문학 일생은 ‘정신 개조’와 관련되었기에 사람들이 이후 루쉰의 ‘국민성 사상’에 ‘개조’라는 두 글자를 덧붙여 ‘국민성 개조’로 개괄하게 되었다. ‘국민성’ 문제를 루쉰 ‘문예운동’의 근본이라 보며 가장 강력하게 해석한 사람은 쉬서우상(1883-1948)이다. 그는 루쉰과 동향이며 일본으로 같이 유학을 떠난 동창이고 교육부에서 일한 동료이자 루쉰과 마지막까지 밀접하게 교류한 평생지기로, 그가 루쉰 사후 적은 루쉰과 관련된 글은 루쉰 연구사에 있어 ‘중국 루쉰학사에서 경전이라 말할 수 있는 루쉰 회고록’으로 간주되며, 국내외 루쉰 연구자들이 공인하는 필독 문헌이다. 그리고 “비록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 루쉰 연구 필독 문헌의 수량이 증가했다 하더라도 쉬서우상의 글이 지니는 최고의 가치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루쉰 사상, 특히 루쉰의 ‘국민성’ 사상을 탐구하고 연구함에 있어, 쉬서우상이 회고하며 언급한 그와 루쉰이 일본 동경 고분 학원에서 수학할 때 중국 ‘국민성’ 문제에 관해 논의를 전개한 바는 모든 논문과 서적에서 반드시 인용되는 문헌이다. 20세기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시작된 루쉰의 ‘국민성 사상’에 대해 전개된 비교적 대규모의 집중 토론에 있어 관련 문헌 가운데 쉬서우상의 글 세 편에 연구자들이 벌써 주목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우번싱(吳奔星)은 당시 발표한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쉬서우상은 루쉰의 ‘국민성’ 사상을 선전한 첫 번째 사람이다. 루쉰이 세상을 떠난 후 그는 루쉰과 그가 토론한 국민성 문제를 세 차례 회고했다. 첫 번째는 1936년 11월 8일 루쉰 서거 후 19일이 지난 후로 「루쉰을 애도하며」(懷亡友魯迅)라는 글에서이고, 그다음은 1944년 10월 루쉰 서거 8주기 전야 「루쉰을 회고하며」(回憶魯迅)라는 글에서이고, 세 번째는 대략 1945년에서 1946년 사이로 루쉰 서거 10주기 무렵 쓴 「잡지를 발행하고 소설을 번역하다」(辦雜誌, 譯小說)라는 글에서이다. 이 세 편의 회고록 모두에서 루쉰과 그가 자주 토론한 국민성과 관련한 세 가지 상호 관련 문제를 소개했다. 다른 점이라면 두 번째 글은 두 번째 문제인 “중국 국민성 가운데 가장 결여된 것이 무엇인가”에서 ‘중국 국민성’을 ‘중국 민족’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헌이라는 점에서 보자면 이에 대해 보충을 더 해야 할 것이 이 세 편의 글이 ‘쉬서우상’ 이름이 적힌 책 두 권, 즉 『죽은 벗 루쉰 인상기』(亡友魯迅印象記)와 『내가 아는 루쉰』(我所認識的魯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앞에 책은 1947년 10월 상하이 아미출판사(峨眉出版社)에서 출판되어 작가 생전이고 인민출판사(人民出版社)에서 1953년 재판이 나왔다. 뒤에 책은 작가 타계 후로 인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가 편집하고 1952년 출판되었고 1953년 재판이 나온 후 1978년 다시 제3판이 나왔다. 이 책 두 권으로 말하자면 20세기 80년대 이후 지금까지 문제를 토론한 인용자들이 모두 가장 많이 접한 문헌이고 『죽은 벗 루쉰 인상기』는 인민출판사 1953년 재판, 『내가 아는 루쉰』은 곧 인민문학출판사의 1952년, 1953년 그리고 1978년, 이 세 가지 판본 가운데 하나 아니면 전부일 것이다.

  루쉰 사상, 특히 루쉰의 ‘국민성 사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전’(經典) 문헌으로, 상술한 책 두 권 가운데 허다한 관련 내용은 무수하게 인용되며 이견이 없었고, 기타오카 마사코(北岡正子)에 이르러서야 그중에 한 권, 즉 『내가 아는 루쉰』에서 자신의 ‘이견’을 개진하게 되었다.

 

  (2) 기타오카 마사코의 ‘이견’

  1996년 3월 기타오카 마사코는 「『내가 아는 벗 루쉰』에 대한 이견」을 발표했고, 중국어본(황영철[黃英哲] 역)은 북경루쉰박물관의 『루쉰연구월간』(魯迅硏究月刊) 1997년 제4기에 발표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책 두 권 가운데 기타오카 마사코는 앞의 책 『죽은 벗 루쉰 인상기』를 문제 삼아 쉬서우상이 “남긴 유고 가운데 애초 발표한 문장의 수정이나 일기를 엿볼 수 있었고,” “그가 평소 문장을 짓는 데 매우 주의를 기울였으며,” 이 판본의 각각의 문장이 “모두 쉬서우상이 최종적으로 교열한 문장이라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紀要」 18쪽 참조). 필자 역시 현재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가지고 있는 상하이의 『민주』(民主) 잡지에 의거하여 쉬서우상이 애초 발표한 문장 네 편과 인민출판사 1953년 재판본 『죽은 벗 루쉰 인상기』를 비교한 결과 적어도 네 편의 문장 안에서는 1953년 재판과 원래 발표 사이에 다른 점이 없음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을 문제 삼지 않아도 무방하다 본다.

  문제는 바로 뒤의 책 『내가 아는 루쉰』에서 나온다. 기타오카 마사코는 이 책의 구성 내용(예를 들어 ‘보기 힘든’ 대만문화협진회(臺灣文化協進會)의 1947년 판본과 ‘쉬서우상이 최종적으로 교열한’ 『루쉰의 사상과 생활』(魯迅的思想與生活)에서 모두 ‘대략 책 전체에서 절반을 차지한’ 상황 등)과 세 판본의 변동 상황을 상세히 조사한 후 다음과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이 책은 쉬서우상의 사후 출판되어, “그래서 구천에 있는 쉬서우상이 전혀 모르는 책이다.” “이번에 『내가 아는 루쉰』에 수록된 문장과 원래 발표된 출판물(신문과 책) 그리고 이들 문장을 수록한 서적에 대해 비교, 대조하여 내용적인 면에서 삭제하고 개정한 것을 발견했고 어떤 부분은 많은 경우 수십 행이 삭제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당연히 모두 타인의 손을 거친 것으로 저자의 의도가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이 글의 목적은 그 속에서 차이를 밝히는 것이다.”(「기요」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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