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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주윤발과 유덕화

 

  우리 시대의 스타 주윤발과 유덕화가 실로 오랜만에 국내 언론을 장식했다. 주윤발은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십수 년만의 방한에 수많은 팬들이 열광했다. 하긴 주윤발이 누구인가. 8, 90년대 홍콩영화를 이끌던 톱스타이자, 홍콩 누아르의 한 상징이면서 나아가 할리우드에 진출하여 활발한 활동을 한 아시아의 빅스타 아닌가. 최근 영화적으로는 이렇다 할 작품도 없고 오히려 영화 외적으로 주로 거론되던 차였는데, 오랜만에 보는 그의 영화 행보가 무척 반가웠다. 유덕화 역시 그의 최근작 <영화의 황제>가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일정한 화제를 모았다. 기왕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으니 두 사람의 최근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그림1] <나는 도신이 아니다> 포스터

 

[그림2] 부산영화제에 참석한 주윤발

 

  예순을 넘긴 유덕화는 여전히 왕성하게 영화를 찍고 있다. 이번 부산영화제 폐막작인 <영화의 황제>는 제목처럼 중화권 톱스타로 롱런하는 유덕화 본인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영화이기도 하다. 할리우드의 톰 크루즈가 그렇듯 유덕화는 철저한 자기 관리를 바탕으로 30년 넘게 톱스타의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고 매년 주연작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영화의 황제> 외에도 20여 년 만에 양조위와 공동 주연을 맡아 큰 화제를 뿌린 <금수지>를 찍었고, SF 대작 <유랑지구2>에도 출연했다. 말 그대로 여전한 현역으로 맹활약 중이다. 장르도 배역도 다양하다. 여전히 범죄 누아르에 꾸준히 출연하고 있고 간혹 코미디나 진한 휴먼 드라마 등에서도 활약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덕화의 근작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2015년 작 <세이빙 미스터 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도 한데, 극중 유덕화는 범죄 집단에 의해 납치된 홍콩 톱스타로 열연했는데 담백하면서도 단단한 연기를 보여준다. 죽음의 위기에 처한 주인공은 절박한 상황에 놓인 한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리얼하게 보여주면서 같은 위기에 처한 또 다른 인질을 위로하고 서로 의지한다. 자신을 알아보고 심지어는 팬이기까지 한 범인들을 설득하기도 하고 공포에 떠는 또 다른 인질에게 자신의 노래를 불러주기도 하면서 관객을 집중시킨다. 영화는 상당 부분 유덕화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듯 해서 더 뭉클하기도 했다. 영화가 인상적이었는지 한국에서도 황정민이 유덕화 역을 맡아 <인질>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중화권의 톱스타로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100편을 훌쩍 넘는 수많은 영화에 출연한 유덕화인 만큼 할 이야기는 차고 넘칠 것이다. 반항하는 청춘의 표상으로 수많은 명작 누아르를 찍었던 초창기부터 깊어진 관록으로 홍콩 및 중화권을 대표하는 대작 영화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현재까지 유덕화는 성실함과 열정을 무기로 점점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유덕화 하면 또 생각나는 한 가지가 있다. 반환을 전후해 많은 감독과 배우들이 홍콩을 떠나 할리우드로 진출하던 시절, 유덕화는 수많은 러브콜을 거절하고 굳건히 홍콩에 남아 홍콩 영화계을 지켜갔다는 점이다. 좋아하는 유덕화의 영화를 역순으로 몇편 골라보자면 <적인걸>, <명장>, <묵공>, <강호>, <암전>, <열화전차>, <지존무상>, <정전자>, <천장지구>, <열혈남아> 등이다.

  유덕화가 여전히 홍콩 영화계의 중심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것에 비하면, 주윤발의 최근 행보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 근작인 <나는 도신이 아니다>라는 영화도 화제성이나 작품성이 큰 작품이 아니다. 최근 들어서는 출연 자체도 뜸하지만 그나마 출연한 영화도 이렇다 할 것이 없는 작품들이다. 가령 3편까지 만들어진 <도성풍운> 시리즈는 왕년의 도신 캐릭터를 차용해서 만든 영화인데, 아무리 올드팬들의 향수를 고려한 작품이라 해도 별로 할 말이 없는 영화들이다. 10여 년 전 작품인 <대상해>, <조조-황제의 반란>, <공자> 정도가 다뤄 볼 만한 마지막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 최근 주윤발은 배우로서보다는 고액의 기부자로 더 화제가 되고 있다. 물론 그의 기부 소식은 쉽지 않은 선행으로 많은 화제와 칭찬이 이어진다. 또한 주윤발의 소박하고 검소한 일상과 팬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들도 많은 화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그의 영화를 사랑하는 팬의 입장에서는 그의 영화적 행보가 많이 아쉽다.

  주윤발은 중화권을 넘어 우리에게도 익숙한 톱스타다 이번 방한기간 내내 주윤발의 말과 행동은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추억 속에 여전히 살아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주윤발이 회고하는 한국에 대한 추억과 좋아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이야기 등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영화에 대해 표현의 자유로움을 장점으로 꼽으며 그렇지 못한 홍콩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많은 의미가 함축된 용기있는 표현이었다.

  마지막으로 주윤발의 수많은 작품 중 좋아하는 영화 몇 편을 꼽아보겠다. 이제는 전설이 된 누아르 및 겜블러 명작들을 우선 먼저 꼽아야 할 것 같다. <영웅본색> 시리즈, <첩혈쌍웅>, <용호풍운>, <도신> 등은 이제 클래식이다. 주윤발은 연기 스펙트럼이 넓은 명배우다. 멜로, 코미디 등의 장르에서도 수작들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 <가을날의 동화>, <종횡사해>, <우견아랑>을 빠뜨릴 수 없다. 할리우드에도 진출하여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그 시절 영화로는 크게 인상적인 작품이 없다. 2000년 이후를 후기작으로 친다면 역시 리안의 <와호장룡>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고, 썩 만족스럽진 않지만 장예모의 <황후화>, 그리고 <조조-황제의 반란>, <대상해> 정도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그림3] <영화의 황제> 스틸 컷

 

[그림4] <세이빙 미스터 우>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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