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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연재] 선충원의 「도시 어느 여인」(5)

 

 

도시 어느 여인(5)
(都市一夫人, 1932)

 

 

선충원(沈從文)

 

  다른 이야기를 좀 한 뒤 젊은이는 무심코 여인이 간 방향을 바라보았고 상교는 그때 이미 두 잔이나 마셨기에 선입견이 술의 힘으로 풀어져 그의 친구에게 조용히 물었다.

  “여자가 나이 들면 정말 비극이야.” 여자 일반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그는 친구가 좀 전 여인의 나이를 주의 깊게 봤는가를 떠보고 싶었다.

  “그 말에 동의하기 어려워요. 미인이면 오십이 되어도 여전히 미인이지요!”

  이 대담한 논리는 자존심을 좀 건드려, 상교는 불현듯 악의에 가까운 감정이 들어 도발적인 태도로 그의 젊은 친구에게 말했다. “좀 전에 그 사람 어떻던가? 총명하기도 하고 아름답기도 하니, 자네 어떻게……”

  젊은 상위는 괜찮은 여자 앞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열등감을 내보이며 그 여자를 사랑하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그렇게 너무 그런 여자는 좀 별로……” 그는 거짓말을 했는데 사랑이란 본래 정교한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상교가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이건 정말 희귀한 경우이니 내가 만약 젊은 나이라면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 같네. ‘주인님,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하느님 은총이 가득한 두 손을 저에게 주세요. 제 입은 애정에 목말라 있어요, 앵두 같은 작은 입술을 저에게 주시어 감로를 맛볼 수 있게 해주세요.’ ……”

  이 농담은 다른 때 같았으면 사람들 웃음보를 터지게 만들 것이었지만 이때 젊은 상위는 입언저리에 살짝 미소만 보였다. 그는 상교가 취해서 별말을 다 한다 생각했고 이 농담을 듣고 살짝 비위가 상했다.

  상교는 이 젊은 친구의 모양을 보고 그 이유가 뭔지도 알아 말을 마치자 웃음을 지었다.

  “정동지, 우리 좋은 동생, 내가 다 알아. 좀 전에 무시당해서 마음이 좀 언짢은 거지, 그렇지? 너무 그렇게 속 좁게 생각하지 말아. 희망이 있고 정력이 있는 사람은 여자 문제에 너무 모질면 안 된다네. 사람들이 자네를 어리다고 하지. 자네는 정말이지……화내지 말게, 가리는 게 아니야. 나폴레옹도 너무 가리지 않았으면 아마 성공했을 것이고 우리에게 남긴 역사가 바로 진실이지. 몇 가지 물을 테니 말해보게, 과거나 현재에 사랑해본 적이 있나?”

  젊은 상위는 얼굴을 조금 붉히고 답을 하지 않았다.

  “왜 빨개진 얼굴로 답을 대신하지?”

  “얼굴 빨갛나요?”

  “자네 얼굴 붉힌 거 아니지? 당당한 군인은 얼굴 붉힐 일이 없는 법이지. 그런데 반반한 여자를 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젊은이들이 많아. 그렇게 얼굴이 빨개지는 건 이렇게 말하는 것과 똑같지. 나를 보지 말아요, 나는 항복했으니까! 하지만 알아두라고, 항복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세상 모든 여자는 포로를 받지 않으니까. 자네로 말하면 바로 잘생긴 포로지!”

  젊은 상위는 나이 든 친구가 취한 걸 알았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만 말했다. “저는 이 여자 앞에서 항복하고 싶지도 않고 저를 포로로 삼을 여자도 없어요.”

  “하하하, 좋아, 좋아.” 상교는 엄지를 치켜들고 껄껄거리며 “고명한 말씀에 탄복하고 동의한다”라는 태도로 아무 말도 다시 하지 않았다. 잠시 뒤 다시 말했다. “그런 법이지, 여자는 그런 거야. 하지만 우리가 가서 포로가 될 가치가 있는 여인네가 세상에 있다면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용감무쌍하게 항복하는 것도 나쁜 일은 아니지. 그렇지 않은가? 훌륭한 군인이라면 국난이 발생할 때 용감하게 나가서 싸워야지, 그런데 어떨 때는 용감하게 항복도 해야 가소롭지 않은 법이야!”

  “……”

  “……”

  말하는데 마침 여인이 나와서 상교는 매우 친밀하게 손짓하여 여인을 불렀다.

  “이리 와요, 존경하는 주인님, 와서 우리랑 이야기 나눠요. 마침 이 잘생긴 친구와 포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당신도 듣기 좋아할 거예요.”

  여인은 벌써 자주색 두루마기로 갈아입어, 보아하니 어디 외출하려는 모양으로, 상교가 그녀와 이야기하려하자 테이블로 다가오며 말했다. “무슨 포로요?” 여인이 말로는 그렇게 물어도 무슨 의미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 젊은 상교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릇 장군은 포로를 의논하길 좋아하죠. 그들의 공적이 드러나니깐요, 그렇지 않아요?”

  젊은 상위는 그 문제의 진실이 무엇인지 숨기지 않았다. “아니요, 우리들이 말하는 건 여자에게 머리를 숙이는……”

  여인은 테이블 옆에 서서 바로 앉지 않고 주의깊게 들으며 미소를 짓고 상위가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알았어요. 원래 여기 장군님들이 말하는 포로란 바로 그런 뜻이었군요! 여자에게 그런 대단한 능력이 있어요? 못 믿겠는데요. 저도 여자고 사람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몰랐어요. 혹시 총명하고 어여쁜 여자라면 자신의 매력을 알 수도 있겠네요. 그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상교님이 말한 ‘용감하게 항복하는’ 사람도 있고.”

  말을 마치고 그녀는 상교 옆에 앉는데, 젊은 상위랑 마주보려 해서였다. 상교는 벌써 몇 잔을 마셨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고 여자가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도 알았고 친구가 말한 의미도 알아, 비록 숨기고 있어 드러나지 않았고 지금 말하는 것과 정반대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여인이 가고 상교가 그의 젊은 친구를 바라보니 눈에서 무언가 이글거리는 불꽃이 보였다. 그 불꽃이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이글거리고 무엇 때문에 불빛을 내뿜는지를 알았다. 사단으로 돌아와 그 젊은 상위와 헤어지자 미래의 일에 생각이 미쳐 왜 그런지 몰라도 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엔 다른 일에 그다지 마음을 두지 않았지만 오늘 일에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혹시 술을 좀 마셔서인지도 몰랐다. 잠이 들자 노장군을 꿈에서 보았는데 그 여자와 함께 마치 신혼부부처럼 두 사람이 기차를 타고 가려해 깨어나니 이미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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