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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만강홍>과 <유랑지구2>

 

  중국 극장가의 최대 흥행대목인 춘절당 기간에는 여러 야심작들이 출사표를 던지고 치열한 흥행 전쟁에 나선다. 그리고 그 영화들을 통해 중국영화의 대략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올해의 결과는 어떨까. 한국 극장가는 코로나 이후 전반적인 침체에 빠져있는데 중국의 상황은 어떠할까.

  이번 춘절 기간 중국 극장가에서는 두 편의 영화가 흥행돌풍을 일으켰고 두 편 모두 작년 최고 흥행작 <장진호-수문지교>의 기록을 넘어섰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예모의 신작 <만강홍>이 흥행수입 45억 위엔(한화 8600억)을 기록했고, 몇 년전 중국 SF영화에 한 획을 그으며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던 <유랑지구>의 속편 <유랑지구2>가 40억을 돌파하며 2위에 등극했다. 동일 기간에 두 편의 영화가 40억 위엔을 넘기며 쌍끌이 흥행을 하며 대박이 난 셈이다. 흥행을 주도한 이 두 편의 영화를 포함해 3월 현재 중국영화 흥행수입은 이미 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작년에 비해 월등히 높은 기록이다. 이처럼 연초에 이미 초대박 영화가 두 편이 나왔는데, 올 한해 과연 또 어떤 영화가 얼마만큼 흥행을 할지 궁금하다.

 

[그림1] <만강홍> 포스터

 

  먼저 장예모의 <만강홍>에 대해 좀 이야기해보자. 70을 훌쩍 넘긴 장예모지만 그는 최근까지도 거의 매해 영화를 만들고 있다. 할리우드와의 합작 <만리장성> 같은 대작부터 <원 세컨드>처럼 소품에 가까운 영화들까지 장르와 규모도 제각각인 영화들을 계속 선보였다. 드문드문 그의 신작들을 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그의 영화에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된 지 오래다. 중화권에서도 그의 화제성은 예전만 못해서 꾸준한 작품활동에도 불구하고 흥행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번 <만강홍>의 흥행은 그래서 좀 뜻밖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장예모 아직 살아있다’를 입증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전 장예모가 흥행과 화제성에서 정점을 찍은 작품을 들라면 아마 2002년작 <영웅>일 것이다. 사실 장예모의 영화만 쭉 따라가도 중국영화의 변화를 다각도에서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가령 산업으로서 중국영화의 규모도 한눈에 잡힌다. 20년 전 그의 무협 대작 <영웅>이 그간의 중국영화의 흥행기록을 갈아엎고 엄청난 화제를 모았을 때, 흥행기록은 2억 위엔을 좀 넘는 정도였다. 이번 <만강홍>이 45억 위엔을 넘겼으니 그간 중국영화의 파이는 엄청 커진 셈이다. 또한 <만강홍>은 시대극이지만 최근 중국영화의 최대 흥행코드인 애국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만강홍>은 중국 역사에서 애국충정을 상징하는 민족 영웅 악비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제목도 그가 직접 지었다는, 정충보국(精忠保國)의 정신을 담은 詞의 제목을 그대로 가져왔다. 주지하듯이 악비는 남송의 장수로 금나라의 침략에 맞서 전승을 거두었고 빼앗긴 국토 수복에 전력을 다한, 충정과 자존심의 화신이다. 그리고 그를 모략에 빠뜨려 죽게 한 역사의 죄인인 간신배 진회와 그의 일당도 역사적으로 악명이 높다. 악비는 외부로는 이민족과 싸우고 내부적으로는 나라를 좀먹는 간신들과 싸웠던 것이다. 영화는 악비가 죽은 지 4년 뒤 간신 진회가 금나라와 회담에 나서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고, 금나라 사신이 갑자기 사망하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따라간다. 소재를 볼 때는 비장한 시대극이 예상되는데, 흥미롭게 이 영화는 코미디 장르로 분류되어 있다. 일단 봐야 제대로 파악이 될 것 같다. 영화 외적으로도 흥미로운 게 또 하나 있는데, 영화가 대흥행을 하자 사람들이 악비와 진회의 흔적을 찾아 구름같이 몰렸다는 보도다. 무한의 황학루에는 악비의 초상화와 그의 사 <만강홍>이 걸려있어 영화를 본 수많이 이들이 찾아와 그의 애국 충절을 기린다고 한다. 또한 악비를 죽게 한 진회가 무릎을 꿇고 있는 동상이 있다는 하남성 회양의 한 유적지에는 많은 이들이 줄을 서서 진회의 동상에 욕을 하고 신발을 벗어 때린다고 한다. 영화의 파급력이 그만큼 크다는 말도 되겠고, 수많은 유적지를 곁에 두고 역사를 잊지 않고 되새기는 것이 일상화된 중국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 다음으로 <유랑지구2>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 영화도 크게 보면 소위 국뽕 계열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위기에 빠진 지구를 구하는 중국의 우주 비행사의 활약을 담으며 이른바 중국의 우주 굴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도 SF 장르라는 점이 그런 부분을 좀 희석시키는 역할을 해서 크게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전편 <유랑지구>도 반신반의하며 본 것에 비해 꽤 괜찮았던 기억이 있다. 필자는 최근 중국 대작 영화 중에서 이 SF 장르의 성공을 좀 눈여겨 보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넷플릭스나 디즈니 플러스 같은 OTT의 급성장으로 극장 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재, 큰 예산과 첨단의 기술력으로 거대한 상상력을 화면에 펼쳐 보이는 SF 영화는 여전히 극장의 커다란 화면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여러 측면에서 보더라도 SF 장르는 앞으로 더 확대되고 활발하게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유랑지구2>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어색하지 않은 박진감 넘치는 비주얼, 중국을 대표하는 SF 작가 류츠신의 탄탄한 원작 스토리가 나름대로 조화를 이루면서 많은 관객들이 호평을 내놓고 있다. 런닝타임이 3시간에 이르는 긴 영화임에도 이렇게 대박을 친 것을 보면 영화의 여러 요소들이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자세한 부분은 일단 영화를 보고 또 1편과도 좀 비교를 해보고 나서 얘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림2] <유랑지구2> 포스터

 

  <만강홍>과 <유랑지구2>, 한편은 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고 또 한편은 미래를 소재로 삼았다. 공통적으로 최근 중국영화의 키워드라 할 수 있는 애국심을 건드리는, 애국주의 계열의 영화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여러 부분에서 대립각을 세우며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장을 내미는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이런 영화들을 계속 만들어 애국적 감성을 자극하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 하는 것 같다. 물론 영화라는 것은 다양한 각도에서 다뤄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이 두 편의 영화도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또 다른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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