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2)
(黃昏, 1932)
선충원(沈從文)
연못 주위 돌 제방에 벌어진 틈 사이 장어가 많아, 새로 내린 비로 날씨가 제법 서늘해지고 여러 곳에서 빗물이 모여들고 물이 불어 생기가 좀 돌았다. 탁한 물에서 노닐던 장어는 이맘때쯤 고개를 내밀고 수면으로 나와 코를 하늘로 내밀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래서 감옥 근처 아이들은 흥분하여 연못을 돌며 뛰어다니고 지나치다 싶게 즐거운 기색을 내보였다. 그들은 새로 청소하여 꺼내든 가느다란 대나무 줄기 끝자락에 일 척 길이의 삼실을 매달고 삼실 끝에는 작은 낚싯바늘을 달았는데, 바늘에는 개구리 뒷다리나 다른 미끼를 끼워 돌 무더기 뒤로 집어넣고 조용히 옆에 앉아 지켜봤다. 좀 있더니 대나무 줄기가 묵직하게 밑으로 휘어 곧장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눈앞에서 대나무 줄기를 건져내어 민첩하게 힘주어 들어내니 한 마리 물뱀과 같은 물건이 물 위를 벗어나 허공에서 몸부림치길 멈추지 않았다. 장어를 물에서 건지니 모두들 소리치고 웃으며 이쪽으로 몰려와 장어의 크고 작음을 살폈다. 누구는 장어를 집에 가져가 저녁 밥상에 올리고 싶어 했다. 누구는 또 그 자리에서 불씨를 찾아 땔감으로 쓸 물건을 모아 불을 피워 구워 먹으려 했다. 간혹 장어가 너무 작거나 장어가 습관적으로 말하는 독이 있는 흑장어라 하면 제비뽑기로 결정하던지 어지러운 가운데 서로 싸워 장어 주인이 누군지 결정했다.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다가 반쯤 죽은 장어가 어느 주인을 찾아 돌아가게 되면 아이들은 돌로 장어 머리를 으깨고 꼬리를 손으로 잡아 연못으로 던져넣으니 이렇게 낚시가 끝장을 보게 되었다.
날이 저물면 아낙네들은 낮에 바구니를 들고 두 다리를 드러내고 성벽을 따라 거닐다가도 이때쯤이면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가는 길에 시장에 들러 그날의 수입으로 현미, 소금, 고추, 시절이 지난 과채 좀 사 가고, 돈을 좀 쓴다면 돼지나 소 내장 아주 조금 사서 물고기 내장은 들고 갈 수 있으면 거저 얻어오곤 하였다. 집집마다 굴뚝에 모락모락 나오는 밥 짓는 연기는 바로 이런 음식을 두고 차례대로 피어오르는 것이었다.
아낙들이 집에 돌아왔기에 노느라 피곤에 지친 아이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 하나가 성 밑에서 뛰어와 연못 주위에서 낚시질하는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병사들이 사람들을 잡아 와 길모퉁이까지 왔으니 좀 있으면 도착할 거야.” 병사들이 사람을 잡아 오면 볼만한 구경거리인지 잘 아는지라 아이들은 함성을 지르며 바람이 몰아치듯 감옥 사무실 바깥 마당으로 모여들어 행렬이 도착하길 기다리며 장총 든 병사들이 보무도 당당하게 걷는 모양을 감상했다.
감옥 안에는 원래 죄수 백여 명이 갇혀 있었는데, 어떤 사람은 빚이 있거나 물건을 훔쳤거나 여차저차 하여 법을 어겼다고 잡혀 온 평민들로 대게는 시골에 있다가 병사들에게 끌려온 농민이었다. 성안에 주둔한 부대는 양귀비싹에 물리는 세금을 걷는 시월에 좀 바쁘고 그 외에는 하릴없이 시간을 때우다가, 대대장이나 중대장이 부대를 거느리고 사냥 나가는 모양으로 근처 시골로 내려갔다. 되는 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밧줄로 묶어 이들 시골 무지렁이들을 한데 엮어 성내로 압송하여 본부로 끌고 가 고문 한 번 하고 이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다. 그러다가 적당히 심문을 마치고 종결하면, 누런 계화지 한 장에 서기가 격식에 맞춰 각서를 작성하고, 이들 시골 무지렁이더러 양손 가득 먹물을 묻히고 어디 빈자리를 찾아 눌러 찍으라고 하여 손바닥 도장을 남겼다. 이렇게 위에서 말한 모든 걸 인정하는 셈 치고 즉결하여 부대를 보내 성 밖 공터로 데리고 가 목을 베었다. 혹여 말주변이 좀 있다거나 돈 좀 있고 죄를 인정한다고 하면 벌금을 부과하고 되는대로 보증인을 걸어 다시 풀어줬다. 감옥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장어 낚시도 하다가 군대가 열 명 스무 명 사내를 감옥으로 끌고 갈 때 사무실 공터에 서서, 부관이 폼 잡고 있는 모양새나 어떻게 사람들이 줄지어 건물로 들어가는지를 바라보다가, 감옥 마당 벽을 빙 둘러 있다가 죄수가 밖으로 나갈 때를 기다렸다. 죄수가 끌려 나가면 그 잔뜩 폼 잡고 있는 병사로부터 무슨 기별이라도 받은 양 잠시 뒤 곧 이 죄인의 목이 잘려 나갈 줄 알고 부대 꽁무니를 졸졸 따라 성안의 본부로 가 부대 밖에 기다렸다. 죄인이 윗도리를 홀랑 벗고 얼굴은 새파랗고 머리는 산발하여 입을 크게 벌리고 정신이 나간 듯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나갈 때, 길거리에서 소리를 맞춰 습관적으로 부르는 구호를 일제히 외쳤다.
“이십 년 사나이로 살았으니 가치 좀 있다 하겠다!”
죄수는 이쪽을 바라보거나 한두 마디 소리를 질러 체면을 세우거나 집 안에 두고 온 돼지나 양을 가만히 생각하거나 하며 겁에 질리고 어수선한 가운데 영문도 모른 채 떠나갔다.
그렇게 부대는 떠나갔다. 좀 뒤처져서 기마 장교 하나가 부대 깃발을 들고 검정색 작은 수말에 앉아 전쟁에 나가는 양 황룡 깃발을 들고 지나갔다. 그 뒤로는 한 무리 아이들이다. 이 부대 행렬은 가볍게 뛰면서 성 밖으로 출발했고 거리를 지날 때마다 거리에서 노는 개구쟁이들과 할 일 없는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모두들 가야할 곳에 이르러 빙 둘러싸고 앉아 반드시 필요한 공간을 조금 남겼고, 병사들은 어깨에 두른 총검을 내려 실탄을 장전하고 밖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했는데, 이렇게 하면 죄수들이 도망도 못 가고 외부 사람들이 형장에 얼씬도 못 한다 여겼다. 구경꾼들은 저만큼 멀리 떨어져 빙 둘러싸고 커다란 원을 그렸다. 이렇게 준비를 모두 마치면 망나니 하나가 무리에서 나와 칼을 등 뒤에 감추고 죄수 옆으로 다가가 친근하게 그 시골 사람의 목을 두드리며 부드럽게 급할 것 없다는 표정으로 그 반은 죽은 사람에게 당부 몇 마디 했다. “시간 많아, 시간 많아”라고 중얼거리는 찰나, 썩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무고한 사람의 머리는 멀리 날아가 묵직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땅에 떨어지고, 작은 분수처럼 목에서 피가 뿜어져 솟아 나와 몸통도 따라 천천히 쓰러졌다. 비명 소리가 사방에서 튀어나오고 죄수는 망나니와 같이 영웅으로 떠받들어졌다. 일이 모두 끝난 후 말을 타고 부대를 거느린 부관은 세상에서 “악인” 하나가 줄었음을 목격하고 “악을 제거하여 선을 안돈한다”는 책임을 완수했다 여겨 부대를 호령하며 선두에 선 나팔수에게 승리를 거두고 병영으로 돌아가는 음악을 연주하라 명령했다.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하나둘 돌아가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떠나지 않으면 남아서 지전을 사르고 울먹이는 사람들을 바라보거나 시신을 수습하는 광경을 보았다. 이들 시신은 대부분 감히 수습하러 오는 사람이 없었고, 사람들이 흩어져 사라진 뒤 아이들은 더럽고 지저분한 머리를 가지고 놀았다. 처음에는 무슨 노리개 다루듯이 하다가 나중에는 서로 치고받곤 하여 결국 힘이 좀 약한 사람이 핏물로 진창인 곳에 미끄러지고 나서야 왁자지껄하며 흩어졌다.
오늘은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큰 비가 그친 뒤라 처형은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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