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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에드워드양의 영화를 보다

 

  대만 출신의 세계적 거장 에드워드양(楊德昌)의 유작 <하나 그리고 둘>을 다시 보았다. 자연스레 올봄에 본 그의 장편 데뷔작 <해변의 하루>가 생각났고, 둘을 관통하는 뭔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에드워드양에 대해 좀 이야기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우선 에드워드양에 대해 말하자면 허우샤오시엔과 함께 대만 뉴웨이브를 이끌어나갔다는 것,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매 작품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는 점, 그래서 부인할 수 없는 세계적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는 점들이 먼저 떠오른다. 또한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게 아쉽고, 만약 그가 계속 영화를 만들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해변의 하루>에서 <하나 그리고 둘까지> 20여 년간 이어진 그의 영화 세계는 과연 어떠하고 그것을 관통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그를 거장이라 하고, 그의 무엇이 관객들의 마음을 흔드는 것일까.

  <하나 그리고 둘>을 명작으로 꼽는 이유는 아마도 그것이 우리 삶에서 감추고 싶은, 혹은 굳이 잘 꺼내 보지 않는 어떤 것들을 정밀하게 포착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곱씹어보게 하는 점 때문이 아닐까 한다. 어찌 보면 지루할 정도로 잔잔한 일상을 담고 있지만, 어느 지점에 가서는 “아 그래 그런 거였지” 싶게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어떤 것을 건드린다. 그래서 흠칫 놀라기도 하고 마음을 아프게도 만든다. 중년 남자 NJ와 30년 전 헤어진 첫사랑과의 재회가 그렇고, 마치 평행이론처럼 전개되는 딸 팅팅과 청년의 모습도 또한 그렇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8살 아들 양양이가 할머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뭔가 아릿한 감정이 가슴 속으로 훅하고 들어오는 기분이다.

 

[그림1] <하나 그리고 둘> 포스터

 

  가족 드라마 같기도 하고 느슨한 스릴러 같기도 한 <해변의 하루>도 잔잔하고 나른한 분위기 속에서 뭔가 울컥하는 감정이 튀어나오는 영화다. 근 40년 전 영화인데도 전혀 올드하지 않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특히 남편이 실종되었다는 해변가에서 알 듯말 듯한 표정으로 바다를 응시하는 장애가의 모습은 올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의 마지막 장면, 즉 탕웨이를 찾아 헤매는 박해일의 모습과 겹쳐보이기도 한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장장 4시간에 이르는 긴 호흡의 영화다. 소위 에드워드양의 타이베이 3부작 중 마지막을 장식하는 영화로, 다양한 인물들을 따라가며 60년대 대만의 불안한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상하이에서 대만으로 건너 온 나약한 지식인인 아버지는 본토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스스로 조금씩 무너지고, 중학생 아들은 가정과 학교에서 제대로 돌봄을 받거나 존중받지 못하고 소년들의 폭력 패거리에 가담하며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궤도에서 이탈된다. 이러기도 저러기도 쉽지 않은 폭력과 야만의 시대, 그들 각자는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폭력 속으로 뛰어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불안과 체재의 폭력을 견뎌내려 안간힘을 쓴다.

 

[그림2]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포스터

 

  양덕창은 그 외에도 <공포분자>, <독립시대>, <마작>, <타이베이 스토리> 등의 작품을 남겼다. 공통적으로 다양한 인물 군상을 등장시키는 다층적인 내러티브 속에서 대만 근현대사의 슬픔과 비애, 나아가 갈수록 심화되는 물질주의에 점점 피폐해져 가는 현대 도시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이처럼 에드워드양의 영화들은 대만과 타이베이, 그리고 우리 삶의 근본적 문제에 대해 깊이 통찰한다. 여러모로 편편치 않은 이 겨울, 에드워드양 영화의 관람을 권한다.

 

[그림3] <공포분자>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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