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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먼 훗날 우리>와 <소년 시절의 너>

 

  학생들과 <소년 시절의 너>를 다시 보았다. 조금 어둡긴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감정 이입하기에 어렵지 않은, 괜찮은 영화다. 청춘물로도 볼 수 있고, 우리도 다르지 않은 심각한 입시 문제와 학교 폭력 문제를 배경으로 두른 사회물로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작위적인 부분도 있고 이미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도 있지만 그정도면 봐줄 만 한 것이다. 비슷한 또래의 청춘들이라면 더더욱 공감의 폭이 클 수 있을 터이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여주인공 주동우는 눈물이 마를 새가 없는데, 아마도 흘린 눈물이 한 바가지는 될 것 같다. 그 눈물은 물론 슬픔뿐 아니라 분노, 아쉬움, 체념, 새로운 각오 등등 다양한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주동우는 기대한 대로 그 큰 감정의 진폭을 정밀하고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10여 년 전의 데뷔작 <산사나무 아래서>에서부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대성의 가능성을 드러낸 주동우는 이제 어떤 역을 맡던 자기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을 듯 거의 절정의 무공을 휘두른다.

  주동우와 묘한 하모니를 이루는 남주인공 이양천새는 영화 쪽에서는 거의 뉴페이스인데 나름대로 신선하면서도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의 한 축을 잘 담당하고 있다. 대책없이 그냥 막 살지만 왠지 동정이 가고 안쓰럽고, 불안 불안하지만 결국 끝까지 가고 보는 불같은 청춘을 잘 그려내고 있다.

  어쨌든 이런 영화 좋다. 오랜만에 옛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왕가위의 <열혈남아>, 진목승의 <천장지구>, 그리고 허우샤오시엔의 <쓰리 타임즈> 같은 영화들을 연상케 하는 것이다.

 

[그림1] <소년 시절의 너> 포스터

 

  <먼 훗날 우리>도 최근작 중에서는 꽤 인상적으로 본 영화다. 역시 청춘 멜로물로도 볼 수 있고, 2000년대 이후 중국 청년 세대들의 희망과 좌절을 잘 묘사한 작품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방에서 베이징으로 대학을 온 청춘, 번듯하게 성공하여 금의환향하고 싶은 젊은이의 야망과 좌절, 가난과 불안으로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을 설득력 있게 담아내고 있다.

  남주인공 정백연의 연기가 기대 이상이다. 그냥 그런 청춘스타인가보다 했는데 꽤 입체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몇 년 전 크게 히트한 코믹 판타지물인 <몬스터 헌트>에서도 나름의 코믹하고 발랄한 모습을 보여 인상적이었는데, 이 영화 <먼 훗날 우리>에서 다채로운 색채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있다. 고향에서 고생하시는 아버지와 사랑하는 여자친구를 위해 어떻게든 버티고 성공해보려 발버둥치는 고달픈 청춘의 초상을 잘 표현했다. 부디 그냥 그렇게 소비되지 않는, 더 힘 있고 멋진 배우로 성장해가길 기대해본다.

  <먼 훗날 우리>의 여주인공도 주동우다. 말이 필요없다. 역시나 복잡다양한 내면을 능수능란하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표현하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쉴새 없이 떠들고 끊임없이 누군가와의 만남을 추구하지만, 누구보다 예민하고 외로운, 흔들리는 청춘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먼 훗날 우리>도 즉각적으로 옛 명작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홍콩 멜로의 수작 진가신의 <첨밀밀>이다. 아닌게 아니라 직접적인 레퍼런스로 삼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혹자는 이 영화를 <첨밀밀>의 베이징 버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잘 만든 작품이다.

 

[그림2] <먼 훗날 우리> 스틸 컷

 

  <소년 시절의 너>, <먼 훗날 우리>는 모두 대륙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대륙 출신의 배우들이 주연을 맡고 있으니 전통적인 분류에 따른다면 대륙영화로 묶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이 감독은 각각 홍콩과 대만 출신이라는 점이다. <소년 시절의 너>는 홍콩영화의 감초 배우, 혹은 국민 배우라 할 증지위의 아들 증국상이다. 이 작품 이전에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라는 작품을 연출하여 흥행과 비평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차기작이 기대된다. <먼 훗날 우리>의 감독은 중화권의 톱스타 대만의 유약영이다. 자신의 빅 히트곡인 <後來>의 제목과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여 만든 것 같다. 어쨌든 일단 대성공을 거두었는데, 감독으로 차기작을 만들지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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