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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주성치, 소림축구, 쿵푸허슬

 

  얼마 전 TV의 한 영화채널에서 주성치의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을 연이어 보았다. 이미 오래전 본 영화들이지만 다시 보니 기분이 새롭고 새삼스레 꽤 잘 만든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성치 영화를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잘 알려져있듯, 그의 영화는 유독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편이고 좋아하는 팬들은 절대적 지지를 보내기로 유명하다. 주성치와 그의 영화에 대해 말한다면 무엇을 말해야 할까. 먼저 이런 표현들이 익숙하다. 동아시아 코미디의 제왕, 슬랩스틱 코미디와 B급 정서의 대가, 루저들의 영웅, 웃음 속에 감춰진 슬픔과 짙은 페이소스 등등.

  주성치 영화에 관한 한 나는 그저 몇몇 영화를 재밌게 본 평범한 관객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영화가 바로 이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이 아니었나 싶다. 실제로 주성치 영화 중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기도 하다. 벌써 20년이 된 영화들이지만 전혀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림1] <소림축구> 포스터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은 모두 비슷한 시기인 2000년대 초반에 만들어진 영화이고, 두 영화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인 쿵푸를 소재로 두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출연 배우들이 상당수 일치하기도 한다. 또한 두 편의 영화엔 공통적으로 평소 이소룡의 열혈팬을 자처하는 주성치의 그에 대한 오마주를 포함, 각별한 정서가 담겨있다. 또 다른 특이사항도 있는데, 오랜 시간 주성치와 합작을 하며 찰떡궁합을 자랑했던 단짝 오맹달은 <소림축구>를 마지막으로 주성치 영화에는 더 이상 출연하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소림축구>와 <쿵푸허슬>은 또한 앞뒤 맥락 없이 웃기고 보는 주성치 특유의 개그적 정서가 상대적으로 덜한 영화들이다. 다시 말해 주성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별 부담이나 거부감없이 볼 수 있는 영화라고 하겠다. 즉 주성치 월드의 입문작으로 추천할 만한 영화들이다.

  <소림축구>는 처음 본 그때나 지금이나 우선 그 기발한 상상력이 인상적이다. 모든 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라는 운동에 중국 무술의 상징인 소림 무술을 접목시킨다는 설정이 말이다. 거기에 주성치 특유의 스토리 텔링, 즉 돈 없고 빽 없는 루저들이 이리채이고 저리 채이다가 마침내 불굴의 의지로 사람들의 비난과 멸시를 극복하고 성공하는 이야기가 결합 된다. 빵빵 터지는 재미와 웃음, 또 한편으로는 페이소스와 휴머니즘이 교차하며 묘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거기에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특수효과가 적시적소에 적용되어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초반부에는 마음 놓고 웃다가 후반부에는 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쿵푸허슬> 역시 기발하고 독특한 것은 물론, 그때까지의 주성치 월드를 총결하는 완결판 같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시점에서 주성치가 본격적으로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이 될 거라는 말이 있었는데, 그에 걸맞게 흥행적으로도 크게 성공했고 작품의 만듦새 및 작품성 면에서도 뛰어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할리우드 메이저 제작사 중 하나인 콜럼비아 트라이스타가 공동제작 및 투자 배급을 맡아 미국에서도 대규모 개봉을 해서 흥행했다. <쿵푸허슬>의 성공으로 주성치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 스타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게 된 셈이다. 다시 봐도 흥미진진한데 돼지촌의 숨은 고수들의 각양각색의 활약도 굉장히 인상적이고, <소림축구>에 비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된 빼어난 특수효과는 영화적 재미를 한층 더 키워준다. 요컨대 지금의 기준으로 봐도 전혀 손색없는 썩 잘 빠진 액션 코미디 영화다.

 

[그림2] <쿵푸허슬> 포스터

 

  마지막으로 주성치의 근황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보자. 주성치는 <쿵푸허슬> 이후 3년 만에 선보인 2007년작 <장강7호>를 마지막으로 영화에 출연하지 않고 있다. <장강 7호>는 당시 홍콩영화 최대의 제작비를 투입한 SF 코믹 영화로, 역시나 주성치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유머, 그리고 첨단의 그래픽 기술이 합쳐진 영화다. 한편 이전 영화들과의 차이도 좀 보이는데, 앞뒤 없이 웃기는 B급스러운 정서는 대폭 줄고 잔잔하고 따뜻한 감동이 영화 전반에 흐른다. 이후 주성치는 감독으로만 활동하고 있는데, 감독으로서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2013년 서유기를 주성치식으로 해석한 <서유항마>, 2017년 <서유복요>로 엄청난 흥행과 화제를 모았다. 또한 2016년 코미디 영화 <미인어>로 중국영화 역대 흥행 1위 기록을 갈아치우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근작으로는 2019년작 <신희극지왕>이 있으며, <미인어2>가 제작을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또한 주성치가 출연할지 여부는 불분명하지만 <쿵푸허슬2>도 제작된다고 한다.

 

[그림3] <신희극지왕>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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