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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임영동과 진목승

 

  작년 여름, 홍콩 느와르의 명작 <천장지구>를 연출한 진목승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유덕화, 곽부성, 고천락, 성룡, 오언조 등 그와 함께 작업했던 톱스타들이 차례로 애도를 표했다. 아직 한창 활동할 나이였기에 안타깝고 아쉬운 소식이었다. 또한 그 얼마 전인 2018년 연말에는 임영동 감독이 별세했는데, 그 역시도 <용호풍운>, <감옥풍운>등 풍운 시리즈를 히트시켰던 홍콩 느와르의 장인이었다. 홍콩영화가 급격히 쇠락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홍콩 느와르 역시 시들어버린 지금, 그들의 전성기가 새삼 그립다.

  임영동 하면 우선 <용호풍운>이다. 이른바 언더커버 영화의 원조이자 <첩혈쌍웅>에 앞서 주윤발과 이수현의 진한 브로맨스를 선보였던 작품이다.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가 <저수지의 개들>에서 이 영화를 차용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임영동은 출세작 <용호풍운>에 이어 <학교풍운>, <감옥풍운>으로 소위 풍운 3부작을 완성시켰고, 계속해서 주윤발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색다른 느낌의 느와르 <협도고비>, <타이거맨>을 연출하며 느와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었다. 임영동은 오우삼, 서극과 동시대에 영화 작업을 했고, 그들에 비해 다소 덜 알려진 케이스지만 분명 자신만의 색깔로 개성 있는 영화세계를 구축한 감독이다.

  고등학교 때 극장에서 본 <용호풍운>은 좀 독특했다. 공간의 활용이라던가 카메라 워크, 흥미롭고 긴장감 있는 내러티브, 박력 넘치는 액션까지 별 기대없이 봤다가 꽤 깊은 인상을 받은 영화였다. 주윤발도 주윤발이지만 상남자 냄새 물씬 풍기는 이수현의 시원시원한 매력이 아주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했다. 특히 보석상을 터는 일련의 장면은 어떤 할리우드 영화에도 뒤지지 않을만큼 박진감이 있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아시아 영화에서 그런 시퀀스가 가능하다는 게 좀 신기했다. 지금도 나는 <용호풍운>이 <영웅본색>, <첩혈쌍웅>등 전설적 느와르와 어깨를 겨룰만한 영화라고 본다. 감옥으로 공간을 옮기고 꺼벙한 이미지로 변신한 주윤발과 양가휘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담은 <감옥풍운>도 재밌게 본 기억이 난다. 임영동은 90년대 중반까지 홍콩에서 몇 편의 느와르 영화를 더 만든 후, 오우삼, 서극이 그러했던 것처럼 할리우드에 진출한다. 장클로드 반담을 내세워 <맥시멈 리스크>등을 만들었지만 이렇다 할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할리우드 활동을 접는다. 이후 홍콩으로 돌아온 뒤로는 작품 활동이 뜸했고, <기봉적수>, <미성>, <충천화> 등 몇 편의 영화를 선보이는데 그쳤다.

  공간의 활용이 돋보이면서 리얼리티가 훌륭히 살아있으며 개성 있는 화면구성으로 주목받은 풍운 시리즈가 역시 임영동의 대표작이라 할 만 하다. 그리고 성룡과 협업한 <쌍룡회>가 기억나고, 90년대 후반 유청운과 오진우를 내세운 <영웅신탐> 정도가 언급할 만한 영화다. 그중 <영웅신탐>은 숨겨진 느와르 수작으로 매니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림1] <용호풍운> 포스터

 

  진목승은 젊은 나이에 데뷔를 하고 홈런을 친 케이스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느와르 수작 <천장지구>, <천장지구2>의 임팩트가 워낙 커서 다른 작품들이 좀 묻히는 경향이 있지만, 진목승은 변화를 받아들이면서 최근까지도 꾸준히 느와르, 액션물을 만든 감독이다. 일단 <천장지구>에 대해 말해보자. 영화는 흡사 만화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일수 있지만, 유덕화 오천련, 곽부성, 오맹달 등이 온몸으로 체현해내는 청춘의 초상들은 결코 시시하거나 우습지 않았다. 깊은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내며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고, 말 그대로 아시아 전체를 들었다 놨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오천련을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는 유덕화의 모습은 적어도 아시아 남자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로망이다. 이 정도 되면 영화의 작품성이나 단점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해진다. 2편에서는 곽부성이 남자 주인공을 맡았는데, 어둡고 비장한 느낌은 1편 못지 않았고, 2편을 더 좋아한다는 팬들도 많이 있다. 어쩌면 그저 그런 뻔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던 <천장지구> 1, 2편이 특별한 영화가 된 비결은 배우들의 엄청난 매력과 열연, 그리고 빠르고 감각적인 미장센, 그리고 당대의 혼란스러운 시대상 등이 잘 맞물린 결과라고 하겠다.

  이후 진목승은 사정봉, 진관희 같은 젊은 배우들과 <젠엑스캅> 같은 스피디한 액션영화를 찍었고, 성룡과 합작하여 <성룡의 CIA>, <뉴폴리스스토리>, <BB프로젝트> 등의 영화를 연출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본 영화는 2008년작 <커넥트>였는데, 납치된 여인과 그녀와 우연히 연결된 전화를 받은 남자의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풀어냈다.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본 중국영화였는데 감독이 진목승이라는 것을 알고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최근작으로 좀 주목받은 영화를 들자면 <화이트 스톰>을 들 수 있다. 마약거래를 배경으로 한 세 친구의 이야기로 흥행에 성공, 2편까지 시리즈화 되었다.

 

[그림2] <천장지구> 포스터

 

  임영동과 진목승, 과거 홍콩영화를 좋아했던 이들이라면 분명 반가운 이름일 것이다. 그들은 떠났지만 그들이 만든 멋진 영화는 남았다.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림3] <커넥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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