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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차이나타운 살인사건3>과 <안녕 리환잉>

 

  중국 영화계의 최대 대목은 바로 춘절 연휴기간으로, 이 7일간의 설 연휴를 따로 춘절당(春節檔)이라고도 부른다. 코로나 이후 세계 각국의 영화업계가 얼어붙었지만 중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서 흥행작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올 춘절기간에도 여러 화제작들이 출사표를 던졌고 역대급 흥행수익을 올리는 성과를 올렸다. 이런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는 코로나의 여파로 많은 이들이 귀성을 하지 못하고 춘절 연휴를 보내게 된 상황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의 영화 산업이 심각하게 위축된 상황에서 중국의 극장가는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적이고 특이하게 다가온다. 4월까지의 흥행수익이 이미 작년 전체 수익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나오고 있다.

  2021년 춘절, 야심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중국영화 기대작 7편 중 가장 많은 흥행수익을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2편의 영화는 <안녕 리환잉(你好, 李煥英)>과 <차이나타운 살인사건3(당인가탐안3, 唐人街探案)>이었다. 특히 <안녕 리환잉>은 춘절 대전의 최종승자가 되어 50억 위엔을 돌파, 역대 1위인 <전랑2>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몇 년 째 대박 흥행을 이어가는 시리즈로 일찌감치 흥행을 예고했던 <당인가탐안3>도 40억 위안을 넘으며 시리즈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이 두 편의 영화 수익이 춘절 기간 전체 박스오피스의 80%에 달했다.

 

[그림1] <안녕, 리환잉> 스틸 컷

 

  <안녕 리환잉>의 대박 흥행은 예상 밖이다. 이 작품은 감독 본인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영화에 녹여낸 깊은 감동과 위로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영화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갑자기 잃게 된 여주인공은 슬픔에 잠긴다. 그런 그녀가 80년대로 타임슬립하여 젊은 시절의 엄마를 만나 친구가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는 이야기다. 물론 온 가족이 재미있고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춘절의 분위기와도 잘 맞물리지만, 이토록 역대급 흥행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분명 어떤 시대적 요구와도 잘 맞았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요컨대 코로나 시대, 이 불안하고 불투명하며 각박한 시대에 영화에서 보여주는 엄마와 딸, 가족과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은 누구라 할 것 없이 공감을 자아냈을 것이고, 나아가 마음을 위로하고 힐링의 역할을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가장 확실한 내 편, 정서적으로 가장 안정과 평화를 주는 가족, 그리고 친구에게서 커다란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영화를 본 많은 이들이 각자 자신들의 부모님 사진을 찾아 SNS에 올리고, 영화의 촬영지인 호북성 샹양시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하니 영화에 대한 여운 역시 큰 것 같다. 또 하나, 영화는 80년대의 풍광을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그것 역시 최근 대중문화계에 부는 복고주의, 레트로 열풍과도 맞물리면서 인기를 끄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림2] <당인가탐안3> 포스터

 

  <당인가탐안3>은 전작들과 맥을 같이 하는 탐정 코믹물로 왕보강, 류호현 두 콤비의 요절복통, 멀티플레이가 돋보이는 영화다. 두 주인공이 기괴한 사건을 파헤쳐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코미디, 액션 등이 부담 없이 관객들을 웃기는 것 같다. <당인가탐정> 시리즈는 코미디 영화가 사랑받는 중국, 특히 온 가족이 함께 부담없이 재밌고 유쾌한 영화를 보고 싶은 춘절에 딱 최적화된 영화일 것이다. 원래는 2020년 춘절 대목에 개봉예정이었으나 코로나로 1년을 미뤄 개봉, 그에 대한 우려도 컸으나 어쨌든 이번에도 대박 흥행을 했다. 태국, 뉴욕에 이어 이번에는 도쿄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전작에서도 그렇듯 맞고 때리고 뒹굴며 쫒고 쫒기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성이나 디테일함 보다는 재미와 오락에 충실한 작품이다. 요컨대 이 시리즈는 좌충우돌 코미디라는 기본 바탕에 범죄와 미스터리를 살짝 더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구성을 보다 버라이어티하고 입체적으로 설계한 셈이다. 이 기획은 이번에도 적중하여 시리즈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지만, 한 가지 주목되는 점은 흥행과는 별개로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평가는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편도 바로 이어질 것 같은데, 과연 맞는 방향인지 잘 모르겠다. 당탐 시리즈에 앞서 역시 엄청난 흥행을 이어가던 로스트 시리즈가 최근 러시아편에서 주춤하며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를 낸 사례를 좀 참고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대규모 액션이나 좀 과한 애국주의 영화들이 중국 박스오피스를 좌지우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온 가족이 부담 없이 웃고 즐기며 또 한 가족의 따뜻한 정을 다시 되새겨보게 하는 영화가 큰 사랑을 받는 것에는 나름의 일정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영화는 시대를 반영한다. 따뜻한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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