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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국뽕에서 국뽕으로

 

  2017년 <전랑2>가 세웠던 중국영화 역대 최고기록이 깨졌다. <장진호>라는 영화다. 흥행수익이 57억 위안(한화 1조 700억)이다. 2021년 9월에 개봉했는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맞추어 제작, 개봉했다니 보나마나 뻔한 프로파간다 영화일 것이다. 어쨌든 <전랑2>을 깨고 역대 최고라는 기록을 세웠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 자막이 올라갈 때, 자막을 향해 거수경례하는 중국 청년들의 영상이 뉴스로 보도되기도 했다. 꽤나 인상적이었다.

  알려진 대로 <장진호>는 6.25 전쟁 때 있었던 장진호 전투를 그리고 있다. 주로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를 그리면서 중국이 승리한다는 내러티브를 취하고 있는 듯하다. 많은 중국인들이 그 지점에서 열광하는 것 같고, 또한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들을 조명하면서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모양새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별로 보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기록을 세운 영화라니 한번 봐둬야 할 것 같고, 특히나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라 보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봐야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니 말이다.

  <장진호>는 역대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스팩타클한 전투씬을 실감나게 구현한 듯하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점이 있는데, 감독이 무려 3명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옴니버스 영화도 아니고 한 영화에 감독이 세 명이라니, 그것도 무려 천카이거, 서극, 임초현이다. <홍해행동>, <메콩강 작전> 등의 영화를 연출한 임초현은 그렇다 치고, 천카이거와 서극이 이런 영화에 참여한다는 건 조금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다.

 

[그림1] <장진호> 포스터

 

  말이 나온 김에 5년 전 개봉되어 흥행 대기록을 세운 <전랑2>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자. 영화가 한창 화제를 뿌리고 있을 때 도대체 어떤 영화인가 싶어 억지로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물론 예상대로 유치한 국뽕영화라는 생각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인이라면 재밌게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따지고 보면 국뽕을 지향하는 영화는 비단 중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우리도 그렇고 각 나라에서 흥행한 영화 중에는 애국심을 건드리는 영화들이 많다. 한국영화 역대 흥행 1위에 올라있는 <명량>도 그렇지 않은가. 하지만 <전랑2>이나 <장진호>처럼 그렇게 대놓고 노골적인 영화들은 아니다.

  자, <전랑> 시리즈와 <오퍼레이션>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프로파간다 영화들이 대세인 것 같다. 작년에 개봉된 영화 중 <장진호> 외에도 <금강천>이라는 영화도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역시 꽤 크게 흥행했다. 주지하듯 중국은 자신들의 한국전쟁 참전을 항미원조로 지칭하고 있는데, 갈수록 거세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국전쟁을 영화적 소재로 활용하여 애국심과 대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영화 흥행의 최대 대목인 설 연휴에 <장진호>의 속편이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 역시 한국전쟁이 배경일 텐데, 어떤 결과를 낼지 궁금하다.

 

[그림2] <금강천> 포스터

 

  이런 농도 짙은 국뽕영화들 말고 좀 더 다양하고 활기차며 재미있는 영화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예컨대 이젠 역대 3위로 밀려났지만 <안녕, 리환잉>같은 영화는 참 좋지 않았던가. 맘 편히 애정할 수 있는 중국영화들이 자주 나타나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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