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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 & 차이나] 임청하와 종초홍

 

  어쩌다 보니 왕년의 여배우들에 대해 계속 얘기하게 되는데, 최근 한 기사에서 임청하의 근황을 읽게 되면서 중화권 여배우들에 한참 빠져있던 그 때 그 시절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전부터 임청하에 대해 한 번쯤 다뤄보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다. 그리하여 이번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중화권 영화계의 레전드 임청하, 그리고 또 한 명의 전설, 가을, 겨울이면 꼭 생각나는 명작 <가을날의 동화> 속 종초홍에 대해 조금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올해 67세가 된 임청하, 일단 나에게 임청하는 왕가위 영화 속 인물로 먼저 기억된다. 먼저 <중경삼림>에서 금발의 가발과 선글라스, 레인코트로 자신을 감춘 묘령의 여인이 떠오른다. 마약을 빼돌린 범인을 찾으러 동분서주, 피의 응징을 하는 등 무척이나 피곤한 하루를 보낸 뒤 바에 앉아 한잔 기울이는 그녀,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천진스런 풋내기 금성무도 떠오른다. <동사서독>에서의 임청하는 또 어떤가. 사막에 천막을 짓고 청부살인을 하는 허무주의자 장국영에게 다가와 일을 의뢰하는 의문의 여인이 또한 임청하였다. 아무튼 두 배역 모두 평범한 역은 아니었다. 자, 왕가위 영화에서는 그렇다 치고, 내 나이쯤 되는 세대에게 임청하는 대개는 아마도 중성적 매력을 지닌 독보적 무협 고수로 많이들 기억할 것 같다. 그 인상이 너무도 강렬하다. 예컨대 대표적인 예가 <동방불패>와 <백발마녀>, <절대쌍교>, <신용문객잔> 등의 영화들이다. 각자 나름의 매력과 개성을 지닌 작품들이며 90년대 홍콩 무협물에서 빠뜨릴 수 없는 영화들이기도 한데, 임청하의 매력과 카리스마가 십분 발휘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영화의 구체적 내용보다는 영화 속 임청하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사실 이런 작품들은 대개 다 90년대 작품들이고 시기적으로 보자면 임청하의 후기작들이다. 임청하는 사실 70년대에 데뷔하여 다양한 배역을 맡아 활약했고, 단아하고 청순한 배역도 많이 맡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90년대 초반 여러 무협영화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과 매력을 선보인 관계로 임청하 하면 바로 떠올리는 이미지, 그리고 영화들이 있는 것이다. 캐릭터가 그만큼 센 것이었는지, 연기를 잘해서 그런 것인지 사실 굉장한 미인임에도 중성적으로 기억되는 게 참 특이하다.

 

[그림1] <동방불패> 포스터

 

[그림2] <중경삼림> 스틸 컷

 

  자, 다음은 종초홍이다. 그 시절 우리 가슴에 불을 질렀던 종초홍도 60을 넘겼다. 한창 활동하던 시기 그녀는 아시아의 마릴린 먼로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빼어난 미모와 야무진 연기로 유명했지만, 사실 종초홍이 나온 영화들을 많이 본 기억은 없다. 은막을 일찍 떠난 탓에 출연작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한 당시에는 종초홍 외에도 왕조현, 장만옥, 관지림, 구숙정 등등 사랑스러운 여배우들이 너무나 많아 그녀들이 나오는 영화를 두루두루 보느라 종초홍에게만 집중할 정신이 없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종초홍은 확실한 대표작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종초홍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역시 <가을날의 동화>이고, 그 다음은 더 없이 유쾌한 영화 <종횡사해>다. 그 영화들에서 종초홍을 대신할 여배우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복잡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너무나 자연스레 표현해주어 영화에 마음껏 몰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빠질 수밖에 없는 여신급 배우가 그 시절 종초홍이었다. 앞의 두 영화 외에 기억나는 영화는 <오복성>과 <도마단> 정도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정점에서 미련 없이 연예계를 떠난 점도 참으로 인상적으로 남아있다. 종초홍이 은막을 떠난 그 시기는 홍콩영화가 뜨겁게 주목받던 마지막 시기였던 것 같다.

  임청하와 종초홍과 동시대를 호흡하며 그녀들이 표현한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들을 본 것은 분명 멋진 일이었던 것 같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이고 또한 다시 그녀들을 은막에서 보긴 어렵겠지만 이미 충분히 고맙고 충분히 만족한다.

 

[그림3] <가을날의 동화> 스틸 컷

 

[그림4] <종횡사해>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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