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70년대에 이소룡과 왕우가 있었다면, 80년대 이후 중국 무협영화를 이끈 대표적인 스타로 이연걸, 그리고 견자단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둘 모두 60을 넘긴 나이고 이연걸은 최근 활동이 뜸하기도 하지만 8, 90년대와 2000년대까지 이연걸과 견자단의 활약은 대단했다. 견자단은 지금도 독보적인 위치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구국의 액션영웅 이미지, 이연걸
한때 이연걸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다. 선하고 순박한 이미지에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절대 무공이 장착되어 매력이 극대화되었다. 특히 서극과 합작한 <황비홍>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물론 이연걸은 무협물뿐만 아니라 현대의 여러 액션물에서도 진가를 발휘했고, 아시아에서의 인기를 등에 업고 할리우드까지 진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이연걸은 황비홍이나 방세옥, 곽원갑 같은 실존했던 전통 협객을 연기할 때 가장 빛나지 않았나 싶다.
이연걸의 출세작은 1980년 <소림사>다. 어린 시절부터 무술을 연마하여 무술대회에서 수차례 우승을 한 전력이 있는 이연걸은 십 대 후반의 나이에 영화 <소림사>에 출연하여 출중한 무술 실력을 뽐내며 단숨에 주목을 받았다. 중국 무협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이 소림사와 이연걸의 만남은 여러모로 성공적이었고, 이후 <소림사> 시리즈에 연이어 출연하였다. 한 단계 도약은 이후 이루어진다. 이연걸은 1991년 흥행의 마술사 서극을 만나 인생작 <황비홍>에 출연하여 중국을 넘어 아시아 톱스타로 부상하였다. 알려져 있듯이 실존 인물 황비홍은 1940년대부터 줄기차게 영화화되었던 단골 소재였다. 진부할 수도 있었지만 최고와 최고의 만남은 역시 뭐가 달라도 달았다. 서극과 이연걸의 합작은 단연 빛났고, 이 1991년도 판 <황비홍>은 이후 황비홍 관련 영화의 한 모범적 사례가 되었다. 그 정도로 탄탄한 줄거리와 화려한 액션, 그리고 적절한 시대정신까지 담아내며 큰 인기를 끌었다. 대히트작이었으니 당연히 계속 시리즈화 되었고, 시리즈 중 이연걸이 주연을 맡은 영화들은 대체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연걸은 <황비홍> 뿐 아니라 <방세옥>, <동방불패>, <소림오조>, <이연걸의 정무문> 등 90년대 중반까지 여러 무협 액션물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역시나 인상적인 포인트는 선한 이미지와 넘볼 수 없는 빠르고 힘 있는 액션에 있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장예모의 무협 대작 <영웅>과 <무인 곽원갑> 등이 90년대를 잇는 이연걸의 무협영화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최근으로는 <황비홍> 이후 서극과 다시 만난 <용문비갑>과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판 <뮬란>이라는 영화일 것이다. <용문비갑>은 예전만큼의 스피디한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래도 무협으로서의 이연걸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영화다. <뮬란>에서는 특별출연 정도라고 볼수 있으며 협객이 아닌 황제역으로 잠깐 등장한다. 그래도 그가 누구인가. 젊은 시절 우리를 환호케 했던 액션 영웅이 아니던가. 그렇게라도 다시 이연걸을 만나서 무척 반가웠다.
현존 최고의 액션 스타, 견자단
현재 중화권 최고의 액션스타를 꼽으라면 단연 견자단이다. 60을 넘긴 나이고 자신도 이제 액션영화는 그만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는 액션물에 출연하고 있고 이제는 영화계의 거물로서 직접 제작과 감독도 겸하고 있다. 최근에도 무협의 전설 김용 소설을 영화화한 <천룡팔부>에서 주인공을 맡은 바 있다. 견자단은 앞서 거론한 이연걸은 동년배고 실제 무술을 익힌 무도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사실 이연걸의 전성기에는 상대적으로 견자단이 그렇게 주목받는 주연급 스타는 아니었다. 견자단은 좀 늦게 대성한 대기만성형 배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견자단이 액션, 그중에서도 무협영화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인 것 같다. 물론 그전에도 출중한 무술 실력으로 여러 영화에 출연했지만, 개인적으로 ‘아! 이게 견자단의 매력이구나’를 제대로 보게 된 것은 장예모의 <영웅>에서부터다. 견자단은 극 중에서 이연걸과 대결을 펼치는데, 말 그대로 고수와 고수의 대결이란 게 무엇인지를 정말 시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진지하면서도 고독한 분위기는 전통적인 협객의 이미지와도 잘 들어맞는다.
<영웅>에 이어 견자단의 진가가 잘 드러난 무협영화로는 2000년대 중반의 <연의 황후>, <관운장>, <칠검>, <금의위> 같은 영화들이다. 이제 당당히 주연급으로 발돋움한 견자단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강하고 빠른 액션, 창과 칼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게다가 의리와 충정을 목숨처럼 지키는 무사의 진면목을 누구보다 잘 구현하며 21세기 무협영화의 한 아이콘으로 부상한다.
액션스타 견자단 캐리어의 정점을 찍은 영화는 역시 <엽문> 시리즈일 것이다. 실존 인물이자 중국 무술의 권위자인 엽문의 이야기는 강대국으로 성장한 현재의 중국에게 안성맞춤인 소재였던 것 같다. 게다가 엽문은 세계적인 쿵푸스타 이소룡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엽문> 시리즈는 대중적인 흥미와 애국주의 등을 적절히 섞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견자단의 뛰어난 무술 실력과 진중하면서도 인간미 있는 캐릭터는 영화와 잘 맞았다.
견자단의 무협 액션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어떤 영화에서 또 어떤 새롭고 인상적인 액션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 상단의 [작성자명](click)을 클릭하시면 저자의 다른 글들을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