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 담론의 성립 ― 루쉰과 『지나인 기질』의 관계를 중심으로(6)
(“國民性”話語的建構―以魯迅與『支那人氣質』之關係為中心)
리둥무(李冬木)
*李冬木 著, 『越境―“魯迅”之誕生』, 杭州: 浙江古籍出版社, 2023, 295-483.
(6) 판본의 문제: 원작, 일역본, 중역본
2008년 필자가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를 방문하던 시기, 조사한 바를 근거로 Chinese Characteristics가 동서를 종횡하는 판본 문제에 대한 연구를 보고한 적이 있다. 제목은 “미국, 일본, 중국, 책 한 권의 여행과 인식 공간의 건립”이다(中國文化硏討會 第23回 年會 “문화공간과 민족 아이덴터티,” 2008년 12월 7일). 2019년에는 지린대학(吉林大學)에서 “서적 한 권의 백 년 여행”(“루쉰정신사탐원”[魯迅精神史探源] 강연시리즈2, 2019년 9월 12일)이라는 제목 아래 판본 문제에 관해 보충을 좀 더 했다. 그 결론은 다음과 같다.
원저자 Arthur Henderson Smith는 중국어로는 통상 ‘阿瑟⋅亨德森⋅史密斯’로 번역되고, 미국 공리회(公理會)가 중국에 파견한 8번째 선교사로, 중국 이름은 밍언푸(明恩溥, 明恩浦, 明恩普)이다. 1872년 중국으로 와서 잇따라 톈진, 짜오좡(棗莊), 팡자좡(龐家莊) 등지에 거주하며 선교, 자선, 의료, 교육 등 방면에서 활동한 동시에, 상하이의 『자림서보』(字林西報, North-China Daily News)와 그 부간인 『북화첩보』(北華捷報, North-China Herald)에 글을 발표했다. 1905년 교단을 사직하고 퉁저우(通州)에 머물며 집필했다. 1926년 미국으로 돌아가 1932년 캘리포니아에서 타계했다. 그는 중국에서 54년을 살며 하층민 생활에 밝았고 중국을 사랑하여 미국 대통령 루스벨트에게 중국 경자년 배상금을 반환할 것을 최초로 건의한 사람이다. 중국에 관한 저작이 많아 『중국인의 성격』(Chinese Characteristics)도 그 가운데 하나로, 1890년 상하이에서 처음 출판되어 중국에 온 지 18년 되던 해의 작품이다.
아래에 이미 알고 있는 판본 문제를 시간 순서로 간단히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Chinese Characteristics, SHANGHAI: “NORTH-CHINA HERALD” OFFICE, 1890.
이는 초판으로 작가 자신이 『자림서보』와 『북화첩보』에 발표한 얼마간의 글을 정리해 묶은 것이다.
② Chinese Characteristics, NEW YORK: FLEMING H. REVELL COMPANY, 1894.
이는 제2판(second edition)으로 ‘수정삽화본’(revised with illustrations)이다. 초판을 뒤에 찾아보기 어려워 많은 연구자가 이를 초판으로 잘못 생각했다. 이후 세계 각지에 전파가 된 것은 주로 이 뉴욕 판본이다.
③ 米國アーサー、エチ、スミス 著, 日本羽化涉江保 譯: 『支那人氣質』, 博文館, 1896年 12月.
④ 美國斯密斯 著, 作新社 譯兼發行: 『支那人之氣質(支那人氣質)』, 作新社, 1903年 8月.
판권 페이지에 “저자”를 “미국 쓰미쓰”(美國斯密斯)로 표기했으나 저본은 하쿠분칸(博文館)의 시부에 다모쓰 일역본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뒤에 가서 토론할 것이다.
⑤ 大日本文明協會 編輯兼發行: 『歐米人の極東硏究』, 大日本文明協會事務所, 1912年 10月, 非賣品.
이는 요 근래 필자의 최신 발견이다. 이 책의 편저자는 사상사학자 게무야마 센타로(煙山專太郞)이다. 전체 ‘제1편’ 8개 장과 ‘제2편’ 4개 장으로 구성되어 548페이지이다. 제8장 “지나인의 성격”(支那人の性格)에서 제3절 ”스미스의 지나 국민성 연구”(スミスの支那国民性硏究)는 29개 표제가 있어 뉴욕판 Chinese Characteristics를 완역했다 할 수 있고, 그 결과 스미스로는 일본에서 두 번째 번역본이다.
⑥ 潘光旦 著: 『民族特性與民族衛生』, 商務印書館, 1937년 7월.
전체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제2편 「중국인의 특성」(中國人的特性)이라는 표제 아래 15개 표제로 나누어 스미스 뉴욕판 27개 장 가운데 15개 장을 골라 번역했다. 이는 또 영어 원본으로부터 번역한 최초의 중국어본이다.
⑦ A⋅H⋅スミス著,白神徹 譯: 『支那的性格』, 中央公論社, 1940年 3月.
이는 세 번째 일역본이다. 총 471페이지다. ‘역자서문’(譯者前言)에 따르면 이 번역본은 “아더 스미스의 Chinese Characteristics 완역본으로 저본은 1894년의 증보판을 사용했다.” 번역이 나올 즈음, “독일어판 Chinesische Karakterzüge von A. H. Smith, 22 Jahre Mitglied der Amerikanischen Mission in China, Deutsch frei bearbeitet von F. C. Dürbig. Würzburg. 1900, 더불어 1896년 하쿠분칸에서 발행한 시부에 다모쓰의 번역 『지나인 기질』을 참고했다.”
※ カール⋅クーロ 著, 関浩輔 譯: 『支那人氣質』, 東京教材社, 1940년.
이 책과 위에 적은 시라카미 도루의 일역본은 같은 해 출판되어 어쩌면 제목 때문인지 연구자들이 계속해서 스미스 원작의 다른 종류 일역본으로 오해했다. 하지만 이 책은 스미스는 물론이고 그 원작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다른 원작자의 다른 책으로, 책표지에 일본어로 쓰여있듯 작가명은 ‘カール⋅クーロ’이니, 즉 칼 크로우(Carl Crow)이다. 책표지 맨 위 가로로 쓴 영문을 보자면 이렇다.
Carl Crow
AUTHOR OF “400 MILLION CUSTOMERS”
칼 크로우는 바로 『사 억 고객』이라는 책의 저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번역본의 판권 페이지 뒤에는 도쿄 교재사(東京敎材社) 출판의 400 MILLION CUSTOMERS의 일역본 광고가 있고 서명은 『지나의 사 억 고객』이고 역자는 신포 다니하치(神保民八)이다. 그 외 다카시마 도시오(高島俊男)의 조사에 따르면, 세키 히로스케(関浩輔)가 일본어로 번역한 『지나인 기질』의 원작은 영국판과 미국판이 있고 서명이 각각 달라, 전자는 『나의 친구, 중국인』(My Friends, the Chinese)이고 후자는 『중국인은 이렇다』(The Chinese Are Like That)로, 양자는 공히 1938년에 출판됐다.
⑧ (美)亞瑟⋅亨⋅史密斯(Arthur H. Smith) 著, 張夢陽⋅王麗娟 譯: 『中國人氣質』(附「譯後評析」), 敦煌文藝出版社, 1995年.
바로 앞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이 번역본이 출판되고 난 후 ‘외국인 눈에 비친 중국인’의 출판열과 연구열을 진작하여 지금까지 필자의 불완전 통계에 따르자면 Chinese Characteristics 이 책 하나만 해도 50종에 이르는 중역본이 있다. 2006년 중화서국에서 쭤신사의 1903년 『지나인 기질』을 저본으로 하여 교주본을 출판했으니 이는 곧 다음과 같다.
⑨ (美)明恩溥(Arthur H. Smith) 著, 黃興濤 校注: 『中國人的氣質』(Chinese Characteristics), 中華書局, 2006年.
마지막으로 이와 관련하여 가장 최근 출판된 일역본 『중국인의 성격』을 언급해야겠다.
Arthur Henderson Smith, 石井宗晧⋅岩崎菜子 譯, Chinese Characteristics, Revell, 1894 日本語全譯中公叢書, 中央公論新社, 2015年 8月 25日.
본문은 373페이지(제목, 목차, 범례, 27장, 18매의 원서 사진)이고 역주는 354조로 36페이지이다. 역자해설⋅역자あとがき⋅その注記(9조) 62페이지이다. 색인 6페이지이다. 총합 478페이지이다.
이 번역본은 근 20년간 중일 양국의 번역과 연구 성과의 기초 위에 제작된 것으로 일본 학계와 중국 학계 사이 연구 교류의 결실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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