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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변강학 6] 중국 변강과 네팔

 

  이번 편은 부탄(Bhutan)만큼이나 중국과 인도 국경의 완충 지대에 있는 네팔이다. 중국과의 국경선 길이가 부탄(470km)의 3배 이상 길고(1414km), 인구수도 약 3천만 명으로 부탄의 40배에 가깝고, 인구밀도 또한 부탄(21)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다(203). 네팔의 위치를 생각해보면, 1950년 티베트 자치구가 중국에 편입될 당시 함께 편입되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다. 네팔이란 국명처럼 ‘신의 보호를 받는 땅’[범어]이기 때문이었을까? 카트만두 사원 탑에 있는 ‘보호의 눈’ 덕분일까? 세계에서 유일하게 직사각형이 아닌 지도를 지닌 덕분일까? 북쪽은 중국과, 동·서·남쪽은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네팔은 거대한 용과 코끼리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한 고뇌가 상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사를 살아내고 있다. 현대 네팔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프리트비 나라얀 샤(Prithvi Narayan Shah) 국왕의 표현을 빌리면 ‘두 표석 사이에 뿌리를 내린 얌(yam: 외떡잎식물 백합목 마과 마속에 딸린 덩굴성 식물의 총칭)’과 같다.

 

[사진1] 네팔의 위치(좌), 강체[Gyantse, 江孜] 백거사(白居寺) 탑과 보호의 눈(우)

 

  1980년대 중국의 중학생들은 ‘중화국치지도(中華國恥地圖)’라는 것을 통해 베트남·미얀마·태국·인도의 라다크, 그리고 네팔 등이 중국의 잃어버린 영토라고 배웠을 것이다. 하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 중국은 네팔과 중국을 잇는 철도 사업화 조사를 시작하고, 수력발전의 개발을 지원할 의향을 보였다고 한다. 중국은 2년간 네팔 개발 프로젝트 비용으로 560억 루피(약 5800억 원)를 출연한다는데, 이를 마다할 네팔은 아닐 것이다. 친중파인 올리 수상이 인도에 의존하던 경제 구조를 벗어나고자 할 때, 마침 중국이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인프라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화답으로 올리 수상은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네팔에서의 반중·분열 활동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단다. 네팔에는 티베트인 망명객 약 2만 명이 살고 있다.

 

[사진2] 중화국치지도(좌), 시진핑 주석과 올리 총리(우)
 
 

  작년 이맘때 네팔 정권이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자 이러한 ‘친중 정권’의 붕괴를 우려한 중국이 네팔에 고위급 인사들을 급파하기도 했다. 인도의 전통적 우방인 네팔은 무역과 에너지 공급 등에서 인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지만, 2015년 연방 공화제를 규정한 네팔의 새 헌법 통과 후 발생한 시위의 배후에 인도가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양국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9년 말부터 네팔과 인도가 분쟁지역을 표기한 지도 문제로 갈등을 빚는 와중에 중국은 경제협력 등을 통해 네팔에 영향력을 키워왔다. 그럼에도 2019년 기준 인도와 네팔의 무역 규모가 80억 달러를 넘긴 반면, 중국과 네팔의 무역 교모는 2천만 달러에 불과했었다. 물론 이런 중국-네팔의 특수한 관계가 최근의 새로운 상황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은 1956년 체결된 네팔-중국 간 경제지원협정 이후 네팔에 지속적인 경제 기술 지원을 통해 네팔의 산업 인프라 구축에 기여해 왔기 때문이다. 긴 국경선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1961년 평화롭게 국경선 문제를 해결하고 그 이후 양국은 국경분쟁을 겪지 않았다.

  세계 10대 최고봉 가운데 8개를 보유한 산악 국가 네팔, 정식 국명은 ‘네팔 연방 민주 공화국(The Federal Democratic Republic of Nepal)’이다. 왕국에서 공화국으로 정체(政體)가 바뀐 것은 비교적 최근인 2008년 7월이다. 인도계 70%와 티베트계 20%의 인구 구성으로 보나, 힌두교 81%와 불교 11%의 종교 구성으로 보나 네팔은 인종이나 종교 및 사상적으로 중국보다는 인도에 가까울 수밖에 없겠지만, 문득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이 했다는 말이 떠오른다.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비슷한 이웃인 부탄이 티베트 불교 75%와 힌두교 25%의 종교로 구성되어 있더라도 중국보단 인도(힌두교 81%와 이슬람교 13%)에 더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경제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네팔은 중국의 원조 및 투자를 통해 아르니코 고속도로(Arniko Highway) 104km, 카트만두(Kathmandu)-박타푸르(Bhaktapur) 간 트롤리버스(Trolly Bus) 14km, 카트만두 링로드(Kathmandu Ring Road) 27.2km 등을 완성했다. 앞서 언급했던 중국-네팔 철도 건설도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6월 말 중국 국유 철도 건설기업인 중국철로공정총공사(中國鐵路工程總公司) 산하의 연구소가 히말라야[Himalaya] 산악지대를 관통해 중국 티베트와 네팔을 잇는 철도 건설에 관한 보고서를 만들어 양국 정부에 제출하였다. 티베트의 시가체[르카저, 日喀則]와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Kathmandu)를 연결하는 총연장 513km의 프로젝트에 드는 비용은 536억 위안(약 9조 3천억 원)이라고 한다.

  전통적으로 티베트에서는 에베레스트산을 초모룽마[Chomo Lungma: 세 번째 여신, 세계의 어머니 신, 혹은 어떤 새도 넘을 수 없을 만큼 높다는 뜻의 티베트어. 중국어로는 주무랑마, 珠穆朗瑪]라 부르고, 네팔에서는 ‘눈의 여신’이라는 뜻의 ‘사가르마타(Sagarmatha)’라 부른다. 중국은 국가공원에서 대규모로 건설 공사를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 30km에 달하는 지하터널을 파서 철도를 건설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처럼 파격적인 중국-네팔의 밀월관계는 작년 12월 에베레스트산의 공식 높이를 공동으로 발표하는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이전까지 네팔은 1955년 조사한 8848m(29,029피트)를 사용하고, 중국은 2005년에 조사한 8844m(29,015피트)를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시 주석의 네팔 방문 때 ‘영원한 우호의 상징’으로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재조사 약속했고, 이를 실천에 옮겨 대내외적으로 중국-네팔간의 우호를 과시한 것이다.

 

[사진3] 에베레스트산(좌), 중국-네팔 국경 도시 장무(樟木)
 
 

  EBS <세계테마 기행>에서 11월 29일(월)부터 12월 3일(금)까지 ‘오프로드 대장정’을 방영했다. 특히 12월 1일(수)에는 네팔 돌포, 12월 2일(목)에는 중국 차마고도를 다루었다. 코로나19로 여행이 여의치 못한 요즘 반가운 소식이다. 이 기회에 독자 분들도 함께 그 풍경을 즐기시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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